“어떻게든 자식들한테 짐을 덜어주려면 일찍 세상을 뜨는 수밖에 없지 뭐”
강원도 화천군에 사는 김영래(70)씨는 근심이 가득하다. 해가 갈수록 몸은 약해져 병원을 찾는 횟수가 잦아지고 농사짓기도 힘들어 한 끼 식사 값도 벌기 힘든 상황.

2004년 통계청이 발표한 ‘농어업 기본통계조사’를 보면 전체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의 농촌인구는 29.4%. 이중 여성농업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40%이다. 갈수록 노령화, 여성화 되어가는 농촌의 현실에 노령여성농업인의 수도 증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미래를 준비할 국가적 사회보장제도는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채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농업인을 대상으로 농업인 연금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것 역시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5년 7월부터 시행된 농업인 연금제도는 18세이상 60세미만의 농어촌지역에 거주하는 농어업인과 자영자,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농어업인을 대상으로 지원되고 있다.
연금은 노령연금, 장해연금, 유족연금, 특례노령연금 등으로 분류된다.

농어업인 연금은 정부에 의해 운영되는 기본적 생활보장 수단으로써 정부재정지원은 물론 가입계층간의 소득재분배 기능 등의 공공적 목적을 위해 마련됐지만 농업인의 연금에 대한 이해부족과 연금관리공단의 홍보 부족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농림부(2003)의 조사에 의하면 조사농가의 38.2%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으며, 여성농업인 자신의 명의만으로 가입했거나 남편과 동시에 가입한 경우는 모두 합해 11.2% 수준이었다. 특히 70세 이상 여성농업인과 무배우자의 가입률은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의 여성농업인이 전문농업인으로 인정을 받지 못해 연금의 가입권을 경영주로 간주되는 남편이 갖게 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부부가 동시에 농사경영권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배우자 사망 시 본인연금과 배우자의 유족연금 중에서 유리한 쪽의 연금만을 수령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둘이 가입할 필요성을 대부분의 여성농업인이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북 군산의 문영춘(65·여)씨는 “혼자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자식이 있어 기초생활수급자의 혜택을 못 받고 있다. 하루 생계비도 벌기 힘든 상황에서 연금보험료 지원을 해준다 한들 그 비용을 누가 감당하겠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또 문씨는 “노령여성농업인 연금제도에 앞서 기본적으로 여성농업인에 대한 복지정책이 더 시급하지 않겠냐”며 현실에 맞는 정책개선을 요구했다.

여성개발원의 연구발표(2004)에 따르면 고연령층, 무배우자의 여성농업인 연금가입률은 매우 낮아 농촌에 극빈계층을 양산할 우려가 크다고 한다. 이에 노령여성농업인에 대한 생계보장대책이 필요하며, 특히 여성농업인에 대한 경영권 인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전한다.
더불어 여성농업인이 독자적으로 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독려가 필요하며,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또한 마련돼야 한다고 보고한다.

뿐만 아니라 남편 명의의 농지를 남편 사별 후 여성농업인이 승계할 경우 자녀와 함께 재산을 분할해야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이때 아들과 며느리 사이에서 제대로 몫을 챙겨 노후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현재 40∼50대의 여성농업인에 대한 노후준비 프로그램이 절실히 필요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노령연금 - 10년간 가입한 후 60세에 도달한 경우 지급받게 되는 연금이다.
?장해연금 - 가입 중에 발생한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장해를 입은 경우에 지급되는 연금으로 지급액은 장해정도에 따라 기보연금액의 60∼100%까지 지급된다.
?유족연금 - 가입자 또는 연금수급자가 사망했을 때에 배우자 등 유족에게 가입기간에 따라 기본연금액의 40~60%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매월 지급한다.
?특례 노령연금 - 농어업인연금 시행당시 45세에서 65세미만인 자가 연금에 가입한 후 가입기간이 5년이상이 되는 때에 특별히 지급하는 연금이다. 연금액은 가입기간이 5년이면 기본연금액의 25%, 6년이면 30%로 가입기간이 1년씩 늘어날 때마다 5%씩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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