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화공간’ 조성으로 농촌마을 재발견

지난 1990년 660만명에 달했던 농가인구는 지난해 291만2천명으로 반토막이 됐다. 또 농촌의 노인인구는 전체의 30%가 넘을 정도로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들어섰다. 게다가 개방화시대로 접어들며 농업만으로는 삶을 영위한다는 것은 힘들어진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농가인구는 더 줄어들고, 고령화가 계속되면서 농업 생산 위기는 물론 농촌 마을의 소멸은 불 보듯 뻔하다. 농업·농촌 그리고 농촌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대책 마련이 필요할 때이다.
이런 점에서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읍에 위치한 ‘비비정마을’은 화제가 되며 농촌마을이 나가야 할 좋은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 비비정마을에 변화의 바람이 불다


비비정마을은 여느 마을과 다를 바 없는 농촌마을 중 하나였다. 변화의 바람이 이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도부터이다. 비비정마을이 농식품부의 농어촌 신문화공간조성사업 공모에 당선되면서 커뮤니티 비즈니스형 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농어촌 신문화공간 조성사업은 마을의 고유한 문화나 자원을 보존·활용해 지역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방앗간·양수장·폐교 등 농어업 유휴시설을 마을주민 스스로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자체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 주민들의 문화역량을 높이자는 목적이었다.

이 사업 프로젝트 기본계획에 참여한 희망제작소는 처음 3년은 주민과 함께 마을 자원을 조사하고, 주민 교육을 진행하며 주민과의 신뢰를 쌓으며 마을사업을 구상했다. 사업을 구상하며 주민들과의 갈등도 있었다. 개인문화를 공동체 문화로 바꾸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그래도 마을 주민들은 문화공간이 도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농촌에서도 새롭게 만들어 질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활동을 모아 지난 2012년 비비정마을은 ‘사단법인 비비정 조직’을 만들어 더욱 견고한 마을공동체를 이어가고 있다.


◆ 주민 재능 활용한 컨텐츠 개발


비비정마을은 출자방식이 아닌 마을 주민들의 재능과 끼 그리고 열정이라는 소중한 자원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다. 비비정마을이 빈촌(貧村)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주민들의 삶을 통해 농업 산업화와 함께 묻혀버린 농촌의 문화를 끄집어내고자 했다.

또 농촌문화 발굴을 통해 농업은 1차 산업이라는 강박관념을 없애고 농업을 활용한 다각적인 컨텐츠 개발을 시도했다. 비비정마을의 첫 사업은 농가레스토랑이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농산물을 생산하고, 요리를 한다. 음식은 그날 만들어 그날 소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특별한 요리는 아니지만 시골 할머니가 지어주신 따끈한 쌀밥과 마을에서 늘 상 해먹던 반찬들이 정갈하게 차려진다. 농가레스토랑에 이어 비비정마을 가장 위쪽에 카페도 마련해 마을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 또 조만간 전통 양조장도 개장해 전통 술을 판매하고, 전통술 제조 교육장소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 상부상조해야 살아나는 공동체 마을


비비정마을에서는 농가레스토랑, 카페, 양조장 등 각각의 사업체가 운영되고 있다. 각각의 사업체는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서로 연관관계를 이루며 쳇바퀴처럼 굴러가고 있다.
좋은 농산물 생산은 요리의 맛을 좋게 해 농가레스토랑에 손님을 늘릴 수 있고, 농가레스토랑 운영이 잘 돼야 식자재(농산물) 소비가 활발해 질 것이다.

 또 카페 운영 활성화는 양조장에서 생산된 술의 판매를 도울 것이다. 양조장 체험교육은 마을로 사람을 유입해 농가레스토랑, 카페 손님 유입을 늘릴 수 있다.
이렇듯 비비정마을은 한 사람의 주도아래 이끌어 가는 형태가 아닌, 주민 각각의 재능과 역할에 맞게 일을 하고 서로를 도와주면 나에게로 이득이 돌아오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마을의 지속가능성은 여기서 나온다. 농촌을 살리는 생명의 피를 어느 한사람이 펌프질 하는 것이 아닌 여러 사람의 힘으로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컨텐츠 개발로 인한 농촌 일거리 창출로 젊은 인력이 유입되는 시너지 효과도 볼 수 있다.
앞으로 소득·생산·유통에 치중한 농어촌 개발이 아닌 비비정마을처럼 색다른 접근 시도로 농촌 마을의 활기찬 모습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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