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닭 종사자 스스로 변화해야 제도권 진입 가능”

토종닭 산닭 시장은 그동안 ‘비위생적이다’, ‘혐오스럽다’ 등의 이유로 늘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토종닭 유통물량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법이라는 이유로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서자’ 취급을 받아왔다. 산닭 시장은 옛 선조들이 물려준 문화적유산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불법’이라는 꼬리표로 인해 3천여 산닭 종사자들은 간난신고(艱難辛苦/몹시 고되고 괴로움을 견디며 몹시 애쓴다.)의 길을 걸어왔다.

때문에 본보는 지난달 24일 대전광역시 소재 유성호텔에서 (사)한국토종닭협회 산닭분과위원회와 공동으로 ‘산닭 판매시장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는 본지 위계욱 차장이 사회를 맡고, (사)한국토종닭협회 문정진 상임부회장, (사)한국토종닭협회 최승호 산닭분과위원장, (사)한국토종닭협회 신영성 농가분과위원장, 국립축산과학원 가금과 황보종 연구관, 전북대학교 류경선 교수 등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가졌다.


사회자 : 이번 좌담회는 옛 선조들이 물려준 문화유산인 ‘산닭 판매시장’이 제도권내로 진입하지 못하고 불법으로 간주돼 십수년간 고통을 받아왔던 문제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는 자리이다. 특히 정부의 무관심으로 합법화 논의가 진지하게 이뤄지지 못했던 점을 뒤로하고 합법화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토론을 해보고자 한다.
본격적인 좌담회에 앞서 산닭분과위원회 최승호 위원장님이 산닭 판매시장의 현황을 발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승호 위원장 : 그간 산닭 판매시장은 제도권내로 진입하지 못해 무수한 고통을 당해왔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래 경찰청의 과도한 단속으로 고통은 더욱 가중돼 전국 3천여 산닭 종사자들이 울분을 토해내는 등 부작용까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간 토종닭은 8천여만수가 사육되고 있으며 이중 30% 가량인 2,400만수 가량이 산닭 판매시장을 통해 판매될 정도로 토종닭 유통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데 막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어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자 : 문정진 상임부회장, 토종닭산업에서 산닭 판매시장의 역할에 대해 간략하게 발표해 달라.

문정진 상임부회장 : 토종닭협회는 2002년 말경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2002년도에 농림부에서 축산물 가공처리법 7조1항에 불법으로 도계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1억원 이하 벌금을 내게 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축산물가공처리법이 국회에 처리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 구심점이 됐다. 그때 당시에는 70~80%가 산닭, 20~30%가 도계육이었다. 축산물가공처리법이 개정되면 당장 생산농가의 판로가 막혀 심각한 상황이 야기될 수 있었다.
토종닭은 법안에 근거가 없어 여러 가지 애로사항을 겪었으나, 올해 ‘토종닭’을 포함한 축산법 개정 법률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돼 산닭 시장도 제도권으로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FTA 개방화 시대에 산닭이 경쟁력이다. 산닭을 살려야 한다.

사회자 : 왜 합법화를 추진하지 못했는가.

최 위원장
: 시도를 할 수가 없었다. 수십년간 불법으로 간주된 탓에 산닭종사자들의 피해의식이 너무도 컸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축산위생관리법 때문에 단속과 수백만원의 벌금을 정기적으로 내야 하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토종닭협회가 생기면서 합법화 논의는 계속 해 왔지만 유명무실하게 진행돼 답보상태에 놓인 것이다. 전통시장내 산닭 상인들은 대부분 영세상인들이다. 이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제도권 안으로 수용하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다.

사회자
: 산닭 합법화를 위해서 무엇을 했나?

문 부회장
: 그동안 일본, 대만, 중국 등 해외사례를 수집하고 나가야할 방향을 검토해왔다.  협회에서도 어렵다고 느꼈던 것이 토종닭이란 용어가 법안에 들어가지 않고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축산법 ‘토종가축’에 토종닭 용어가 들어갔기 때문에 법을 근거로 해서 산업이 성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식당, 가든에서 자가도축을 법에서 허용이 됐으면 뒤따르는 것들, 털, 폐수, 정화 관련 된 부분까지도 다 정리하는 등 후속조치를 마련해줘야 한다. 토종가축 법안이 지난 2월 23일날 통과가 되면서 토종닭 관련된 인증기관은 토종닭협회라고 고시로 만들어 놨다. 이제는 산닭시장이나 소규모 도계기 도입 등을 좀더 구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자 : 토종가축 개정안이 시행되면 산닭 시장도 입법, 합법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겠나?
문 부회장 : 당연하다. 시책을 강구하게 되면 검토하고, 협회서도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 산닭분과위원회도 철저하게 조직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합법화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자 : 학계를 대표해서 류경선 교수님, 산닭시장 문제점과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지 말해 달라.

류경선 교수 : 사회적인 흐름으로 본다면 현재의 수준과 법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산닭시장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필요 없다는 주장이 맞서는 현실에서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냐가 중요한 것이다. 설득이 안 되면 타협을 해서라도 산닭시장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야 할 것이다.
연간 2,400만수가 산닭 시장을 통해 유통되는 현재 상황을 어느 누구도 무시할 수는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산닭시장의 필요성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간다면 긍정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자신한다.

사회자 : 황보종 박사님 일본의 산닭 자가 도축 하는 게 우리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들었다.

황보종 연구관 : 일본은 연간 30만수 이상을 도계할 경우 대규모식조처리장, 30만수 미만은 인정소규모식조처리장으로 구분한다. 도계수가 30만수 이상이냐 미만이냐로 구분하는 것이다. 수의사(식조처리위생관리자)는 30만수 이상일 때는 배치가 돼 있어야 하지만 소규모는 간단한 교육을 받은 감시감독이 있으면 된다. 감시감독 조건은 교육을 이수하면 된다.
실질적으로 조사를 해보니 일본에는 식조처리장이 3천여곳 정도 있다. 그중 30만수 이상이 174군데, 30만수 이하가 2,800곳이 있지만, 이 중에서도 연간 처리수가 1만수이하가 50%가 넘는다. 30만수 미만의 인정소규모식조처리장은 우리나라의 통돌이를 중심으로 하는 산닭시장과 거의 유사하다.
일본의 식조처리장은 현에서 영업신청을 하면 된다. 보건소가 위생기준을 충족했다고 판단했을 때는 허가를 내주는 것이다.

최 위원장 : 위생, 정화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세부적으로 알고 싶다.

황보 연구관 : 식조법 법률과 법률시행규칙을 살펴보면 위생, 정화 부분까지 세밀하게 나와있다. 자가도축 판매장 허가도 현(우리나라의 도)에 사업신청을 하고, 보건소(검역검사본부)가 위생기준에 충족이 되는지를 판단하고 위생기준에 준한다고 인정되면 허가를 내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사회자 :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우리맛닭의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는 농가에서 토로하는 것이 도계문제이다.

황보 연구관 : 우리도 토종닭협회와 계속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어떻게 하면 소규모 도계장을 국가에 허락받아서 도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해 왔으나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 이미 국내 44곳의 도계장 중 놀고 있는 도계장이 있을 정도로 포화상태에 도달했는데 여기다 소규모도계기 도입을 주장한 것은 명분이 약했던 것이다. 접근방법을 다각적으로 해볼 필요가 있다.

사회자  : 모 국회의원 비서관이 하는 말이 산닭시장에 대해 입법을 할 경우 사육농가한테 어떤 수혜가 돌아가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단순히 장사하는 산닭 종사자를 위해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억지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토종닭을 판매한다는 것에서 농가와 연관이 있다 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명분이 약하다며 좀 더 구체적으로 사용농가와 어떤 관계가 형성돼야 하는지 고민을 해봐야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신영성 위원장 : 일본의 산닭 시설을 벤치마킹해 우리나라에도 접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생산자가 있고 부화장이 있고 판매처가 있어야 농가들이 살아남을 수가 있다. 어느 한 곳이 무너지면 폭등을 하거나 폭락을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특히 육계 계열업체들이 토종닭산업으로 진출한 상황에서 30% 산닭 시장을 지켜내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산닭 시장 30%가 무너지면 사육농가, 부화장 등 업계는 큰 고통을 입을 수밖에 없다.

최 위원장 : 현 시대에 와서 산닭 점유율 30%가 많다 적다 하고 있는데 불과 10년전만 해도 산닭 판매율은 90%이상을 차지했다. 육계계열업체들이 토종닭에 뛰어들면서 산닭시장 점유율이 점차 감소했던 것이고, 앞으로도 30%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결국 농가가 병아리를 구입을 해서 사육을 하고 싶어도 사육을 할 수 없는 시대가 올 수 도 있다는 것이다. 앞서 류 교수도 발언 했듯 젊은 층들이 산닭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외면하고 있다. 왜냐면 미래가 안보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례도 들어봤지만 소규모 도계장도 활성화 시켜서 이시점부터는 정부가 나서게 해야한다. 개인이나 특정 단체가 앞장서기보다 정부에서 활성화, 정상화 시켜서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사회자 : 김동익 산닭분과위원회 사무국장님 최근 대만 산닭시장 견학을 다녀왔는데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린다.

김동익 사무국장 : 대만 수도 타이페이 중심에 토종닭 도매시장이 운영되고 있고 그 주변에 통돌이를 통해 자가도축을 하는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도심 외각에 우리와 비슷한 산닭 판매장을 둘러봤는데 첫 느낌이 위생적이다라고 느꼈다. 대만 산닭시장은 6개월 단위로 허가제로 추진되고 있었다. 정부가 마련한 위생조건에 충족한 산닭 판매장에 대해 6개월 단위로 인허가를 받고 있었다.

사회자 : 황보 연구관님, 일본, 대만 사례 취합해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춰서 하면 제도권 진입하는 것이 어렵진 않을 것 같은데?

황보 연구관 : 공무원을 설득시킬 수 있는 근거 자료를 만들고 공무원이 꼼짝없이 움직일 수 있도록 정곡을 찌를 수 있는 준비자료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일본, 대만 뿐만 아니라 미국, 프랑스 등 세계 여러나라에 산닭시장이 존재하고 있다. 이런 정보를 밑거름 삼아 제대로된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자 : 합법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포장유통 의무화인데, 산닭은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 부회장 :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포장유통을 산닭시장에서 무시하는 것은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다. 이제는 준비를 해야 한다. 포장유통은 언젠가는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포장유통 뿐만 아니라 도마, 칼 등 위생적인 측면도 한층 강화해 국민들에게 안전한 토종닭을 공급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줘야 한다.

사회자 : 산닭시장 합법화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는 것과 산닭 판매장이 자율적으로 스스로 변화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지난 2010년 본지에서 산닭시장 관련 좌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농식품부 위생과 경영과에서 담당 사무관들이 참석해 거부감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산닭시장 스스로 변화해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산닭시장에서 변화를 거부했던 과거가 있다. 최 위원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임원단이 구성된 만큼 이번에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제도권에 진입을 추진해 주길 부탁드린다. 좌담회를 마치기에 앞서 마무리 발언 부탁드린다.

신 위원장 : 산닭 시장은 일본의 사례를 토대로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추진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는 롤 모델로 삼아야 할 것이다. 농가분가위원장으로서 당부의 말은 산닭 유통이 활성화 돼야 농가도 살고 부화장도 사는 공생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서로가 서로를 지게와 작대기처럼 의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서로 보완하고 상대를 생각해서 아껴주는 마음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최 위원장 : 산닭 판매장의 대대적인 리모델링 사업은 분과위원회 차원에서 추진하기 힘든 실정이다. 정부가 관심을 갖고 지원을 검토해 줄때 가능할 것이다. 전국 산닭시장의 롤 모델로 삼을 수 있는 산닭 판매점은 반드시 추진하겠다.

문 부회장 : 일본, 대만, 프랑스 등의 해외사례를 토대로 산닭시장 법안을 만들어 보겠다. 무엇보다 산닭 시장이 제도권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협회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산닭 종사자들이 적극적으로 관심과 지지를 보내줄 때 제도권 진입이 가시화 될 것이다. 협회도 최선을 다하겠다.

황보 연구관: 좌담회를 통해 느낀 점은 산닭 시장이 제도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산닭 종사들이 당장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고, 스스로 공부하고 연구해서 어떻게 하면 제도권내로 진입할 수 있는지를 방안을 모색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공무원들은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 결국 산닭 종사자들이 결집된 힘으로 공무원이 산닭을 위해 움직일 수 있도록 힘과 조직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자
: 이번 좌담회는 ‘산닭 판매시장을 어떻게 하자’라고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마련한 것은 아니다. 다만 산닭 시장이 제도권내로 진입하기 위한 첫 걸음 내딛었다는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번 좌담회를 통해 산닭시장이 제도권내로 진입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방향이 설정된 것 같다. 장시간 좌담회에 임해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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