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살아야 농촌이 산다”

제주도에서는 최초, 전국에서는 3번째로 농협 주관 여성농업인센터가 지난 3월 설립됐다.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에 위치한 한경농협여성농업인센터(센터장 김동호/한경농협 조합장)가 바로 그곳이다. 운영 된 지 4개월이 채 안됐지만 여성농업인 교육, 문화 활동, 고충상담, 방과 후 학습지도 등을 알차게 펼치며 지역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사교육비 걱정은 ‘훌훌’

한경농협여성농업인센터가 위치한 한경면은 산간오지로 모든 것이 열악한 실정이었다. 특히 아이들의 교육은 더욱 심각했다. 도시에서는 눈을 돌리면 보이는 것이 학원이지만 농촌은 한 곳이라도 있는 곳이 드물다.

한경면은 학습학원이 한 곳도 없었다. 그나마 개인이 운영하는 과외가 있기는 하지만 10만원이 넘는다. 도시에 비하면 싼 편이지만 이마저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태반이었다. 또 젊은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녀 교육을 위해 도시로 나가버리기 일쑤였다.

한경농협여성농업인센터는 농촌이 점점 더 어려워져 가는 이유를 아이들의 열악한 교육여건으로 꼽았다. 농촌에 젊은 인력이 좋은 교육환경을 찾아 떠나 농촌에는 활력을 잃어가고, 점점 낙후돼 가고 있다는 것. 이에 고령화되는 농촌을 살리고 젊은 사람들을 다시 농촌으로 끌어올 수 있는 방법으로 교육여건을 만들어주자는데 입을 모으고 방과 후 공부방을 열었다.

방과 후 공부방은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학년별로 이뤄진다. 교육비는 아이들의 간식비 정도인 3만원이 전부. 싼 교육비로 돈이 없어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배움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박애자 한경농협 상무는 “농업인 자녀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없애주고 안전한 공부방을 제공하고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면서 “아이들도 하교 후 갈 곳이 없어 동네를 방황했지만, 안락한 공부방에서 또래 친구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어 좋아 한다”고 전했다.

■운전면허 따고 활동영역 넓혀

한경면은 아이들의 교육여건은 물론 여성농업인을 위한 교육도 미미했다. 또 교육은 대부분 관이 모여 있는 시내에서 이뤄져 여성농업인이 이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농촌에는 버스도 잘 다니지 않아 이동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한경농협여성농업인센터는 여성농업인들이 기동성을 갖고 조금이나마 영농생활을 하는데 있어 불편함을 덜어주고자 운전면허 필기시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역 인근에 운전학원이 없어 그동안 운전을 배우고 싶어도 못 배웠던 여성농업인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운전전문학원 관계자를 초빙해 필기시험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외국인 이주여성을 위해 원어민 교사도 초빙해 별도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박 상무는 “10여년전에도 운전면허 필기시험 교육을 실시했었는데, 당시 교육받은 여성농업인들은 운전면허 취득 후 더욱 활발한 영농생활을 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말을 지금까지도 전한다”면서 “여성농업인들이 영농생활을 하는데 있어 불편을 해소하고 영농생활을 더욱 활기차게 할 수 있도록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농업인 위한 신선한 사업 발굴

한경농협여성농업인센터는 이밖에도 여성농업인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발굴해 운영하고 있다.
여성농업인들의 의식 배양과 리더십 향상을 위한 교육은 물론이고 여성농업인들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영농생활을 할 수 있도록 수익창출을 위한 농산물 활용 가공개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잊혀져가는 농촌 문화를 알리기 위해 여성농업인 전통생활 체험으로 옹기 만들기도 전개하고 있으며, 올 연말에는 우리 전통 음식인 장 담그기를 실시해 미리 만들어 놓은 옹기 안에 담는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더불어 요가, 둘레길 걷기, 한라산 등반 등으로 여성농업인들의 건강증진을 돕고 있으며, 여성농업인센터 안에 체력단련실이 마련돼 있어 여성농업인들은 언제든지 이용가능하다.
또한 농부병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여성농업인을 위해 제주튼튼병원과 의료지원사업 업무협약식을 맺어 진료비 연중 할인을 해주고 있다.

박 상무는 “열악한 농촌 여건으로 여성농업인들은 문화, 복지 혜택을 전혀 못 받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도시보다는 못하겠지만 그와 걸 맞는 사업들을 추진해 농촌에서도 전혀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인터뷰 김동호 한경농협여성농업인센터장

농촌 문화·복지에 새로운 모델이 될 터”

최근 전 분야에서 여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농촌도 다르지 않다. 여성농업인의 활동에 따라 농가의 성과가 좌우되고 있다. 이에 잘사는 농업, 행복한 농촌을 만들기 위해 여성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해 여성농업인센터 문을 열게 됐다.
한경농협여성농업인센터는 제주도 최초 농협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많은 기대와 우려 속에서 시작했다. 기대에 부응하고 우려의 목소리를 없애기 위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여성농업인센터를 준비했다.

이에 아직 걸음마를 막 땐 신생 여성농업인센터이지만 지역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운영되고 있고, 타 지역에도 소문이 자자하게 퍼지고 있다. 앞으로도 여성농업인, 지역 농업인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쳐 농업·농촌의 교육, 문화, 복지에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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