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영 숙
국립농업과학원
기능성식품과 연구관


인간이 오래 살고자 하는 것은 본능이며, 길어진 인생을 건강하게 즐기고자 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염원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동물성 지방 등의 과잉 섭취로 인한 풍요로운 영양공급과 활동량의 감소는 비만과 함께 만성질환 발생을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체질량지수 20% 이상인 비만인구는 2011년 전체인구의 31.8%로, 지난 10여 년간 1.6배나 증가했으며, 특히 소아비만도 최근 3년 사이에 2배나 증가하는 등 비만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질병예방을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올바른 식습관에 따른 균형된 영양섭취를 필요로 한다. 즉, 건강한 삶은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식품과 깊은 관계가 있다. 독일, 미국 등 선진국은 매일 섭취하는 식품과 질병과의 관계성을 인식하고 19세기부터 식품성분표를 만들기 시작해 일찍이 국민영양 평가 및 식품수급, 질병 역학조사 가이드로 사용해 왔다. 미국에서는 Standard Reference(SR) 명칭으로 1950년부터 식품성분표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SR자료는 미국인 식이 섭취조사의 기초자료로서 식품영양 데이터베이스 및 식품의 영양가를 산출하는 등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국제농업식량기구(FAO)에서도 1984년부터 세계식품성분데이터기구(INFOODS)를 설립하여 각 국의 식품성분 데이터의 질과 활용성을 드높이기 위해 표준화 매뉴얼 보급, 교육 확산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아동기금(UNICEF),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원으로 1970년 농촌진흥청과 한국영양학회 공동으로 ‘식품성분표’라는 명칭으로 책자를 발간하였다. 국내 초판 식품성분표는 식품을 직접 분석하지 않고 국내외 있는 식품자료를 수집하였으며, 당시 식생활 수준을 반영하듯 수록된 식품의 수가 476종에 불과했다. 하지만 새로운 식품의 개발, 식문화의 변화, 분석기술의 발달 등으로 제3개정판(1,080종)부터 식품의 수가 1천종을 넘어섰고, 제5개정판(2,163종)에서 2천종으로 확대됐다. 식품성분표는 5년 주기로 개정되고 있는데, 가장 최근 자료인 2011년에 발간된 제8개정판에는 초판보다 무려 5.8배가 많은 2,757종의 식품이 수록돼 있다. 수록된 영양성분도 국민 건강관리를 위해 필요성이 높은 성분 위주로 점차 확대되어 왔다.

우리나라 식품성분표는 그동안 국민건강과 영양평가, 식품공급, 단체급식 관리, 칼로리 관리 등 국가적, 학문적, 산업적, 개인적 측면에서 중요하게 활용되어 왔다. 만약 식품성분표가 없다면 우리 국민들의 영양섭취 정도를 알 수 없어서 영양취약과 과잉 계층을 판정하기도 힘들 뿐더러 올바른 건강영양 계획 수립도 어렵게 될 것이다. 

일본에서는 다양한 계층에 눈높이를 맞춘 식품성분표를 생산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촌진흥청에서 어린이, 일반성인, 노인들 대상으로 그들이 주로 먹는 식품이나 음식에 들어있는 영양가를 담은 ‘소비자맞춤형 성분표’가 있다. 맞춤형 영양정보는 영양실조 집단, 영양과잉 집단 모두에게 건강관리를 위해 양질의 적절한 식품/음식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증가시켜서 영양의 불평등을 공평성(qguity)으로 이끄는데 기여할 것이다. 이밖에도 현대인들이 웰빙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일상적인 식사관리로 건강과 질병을 한꺼번에 잡으려는 경향이 늘어남에 따라 일반 영양소는 물론 기능성 성분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 정도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는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킬 만한 다양한 성분표와 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며, 현재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는 영양정보를 소비자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선진화된 시스템으로 바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대국민 캠페인 차원에서 가정, 각급 교육기관, 복지기관 등에 홍보, 교육을 통해 영양정보 활용을 확산해 나간다면 국민들의 질병예방 및 건강관리를 통한 사회적 비용 절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