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행복한 농촌을 꿈꾼다

 
구름을 품어 안은 산방산과 푸르른 해안이 펼쳐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보이는 풍경이 모두 그림이 되는 이곳에 안덕여성농업인센터(센터장 김미량)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2003년 개소한 안덕여성농업인센터는 10년 간 여성농업인들의 곁에서 그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왔다. 가부장적 성격이 강했던 지역의 특성상 억압된 상태로 살아야 했던 여성농업인들에게는 안덕여성농업인센터는 한줄기 희망의 빛과 같았다.

■남성위주 문화를 가족위주로 변화


제주도는 동서로 73km, 남북으로 41km 크기의 섬이다. 차로 1시간 이내면 어디든 이동 가능하기 때문에 같은 거리여도 육지 사람들보다 큰 거리감을 느낀다. 거리감만큼 생활ㆍ문화 여건도 지역마다 크게 다르다.
안덕여성농업인센터가 위치한 안덕면은 서귀포시내와 20km남짓 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여성농업인들의 생활모습은 전혀 달랐다. 농촌이라 생활여건이 좋지 않은 탓도 있지만 가부장적인 지역의 특징으로 여성농업인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상황.

김미량 안덕여성농업인센터장이 여성농업인센터를 개소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심에서 자라난 김미량 센터장이 농촌에 들어와 여성농업인으로 살다보니 가부장적 환경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귀농, 귀향을 한 다른 여성들은 다시 도심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특히 김미량 센터장이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가족문화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남성 위주의 동창, 선후배 등의 모임이 주를 이루고 가족과 함께 무엇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김미량 센터장은 “가정이 행복해야 여성이 행복하다고 생각했다”면서 “가족문화를 확산시켜 양성평등을 이룬다면 여성농업인의 삶의 질은 자연히 좋아 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문화 만들어 여성 지위 높여

가족문화 확산을 위해 안덕여성농업인센터는 가족과 함께하는 부정기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뿌리 깊게 박힌 가부장적 문화를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안덕여성농업인센터는 개소부터 현재까지 10년간 장기적으로 부정기사업을 진행하며 변화를 꿈꾸고 있다.
안덕여성농업인센터는 남성들 위주로 구성된 농촌 여가문화를 가족과 함께 하는 여가문화로 변화시키는 것을 유도하기 위해 매년 ‘가족과 함께하는 여성농업인 한마당’을 개최하고 있다. 이날 가족들은 체육대회, 장기자랑 등을 하며 함께 웃고 즐기고 있다.

또 권위적인 농촌 아버지상에서 좋은 아버지로 변화를 주기 위해 ‘열린 아버지 학교’도 운영하며 위계질서 없는 평등한 가정을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밖에도 여성농업인들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좀 더 당당한 삶을 영위 할 수 있도록 요가, 실내원예,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음식만들기 등 취미, 문화 강좌도 마련하고 있다.


■‘다른 문화’ 아닌 ‘다문화’로 인정

안덕여성농업인센터는 최근 농촌에 많이 흡수된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부정기사업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안덕여성농업인센터 인근에도 지난 5~6년 전 결혼이주여성들이 많이 늘어났다.
안덕여성농업인센터는 결혼이주여성과 남편, 시댁의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하며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에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주여성 한국문화 강좌’를 통해 함께 김치, 장류 등을 만들며 한국문화를 배우고, 결혼이주여성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를 자주 만들어 친정부모의 마음으로 그들의 어려운 점을 상담해 주고 있다.
특히 안덕여성농업인센터는 농어촌희망재단에서 지원받아 4년째 센터내 어린이집 보조교사로 결혼이주여성을 채용하며 그들이 본격적인 사회생활하기에 앞서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김미량 안덕여성농업인센터장


“여성농업인의 쉼터가 될 것”

안덕여성농업인센터는 올해 어린이집과 여성농업인센터 사업을 분리했다. 어린이집을 운영할 때는 지속사업인 어린이집에 인력과 사업이 더 치중될 수밖에 없었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여성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양한 부정기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오는 9월 안덕여성농업인센터는 여성농업인만을 위해 지어진 새 보금자리에 들어가는데, 전용공간이 마련된 만큼 여성농업인센터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에 젊은 여성농업인들에게는 소득을 올릴 수 있고, 고령여성농업인들에게는 편안한 쉼터가 마련돼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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