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익수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연구관


우리 동네는 단독주택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소위 말하는 전원주택 단지이다. 같은 마을에서 칠, 팔년 함께 어울려 살다보니 동네 사람들은 앞집 고양이가 새끼를 몇 마리 낳았는지, 옆집의 숟가락이 몇 개인지조차 잘 아는 사이가 되었다.

우리 옆집 영감님은 20평정도 되는 텃밭에 조그마한 비닐하우스도 가지고 있고, 수탉 한 마리와 암탉 세 마리를 키우고 있는, 우리 동네에서 제일가는 부농(?)이다. 그렇다보니 옆집 영감님은 종종 우리에게 이것저것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장기간 여행을 가실 경우에는 닭 사료와 물주는 것은 꼭 나에게 요청을 한다. 왜냐하면 내가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 닭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아시기 때문에 막연한 믿음이 있으신 것 같다. 옆집 닭들은 그런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몇 달 전에 가보니 지난 해 병아리 같던 놈들이 이제는 다 커서 암탉들은 알도 낳고, 수탉은 당당하게 붉은 머리 깃을 세우는 멋진 놈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놈이 문제였다. 그놈의 수탉이 새벽마다 동네 사람들의 단잠을 깨우기 때문이다. 여름이라 창문을 열어 놓고 자다보니 수탉 우는소리가 더 크게 들리기도 하겠지만 저녁에는 열대야로 잠을 푹 자지 못하기 때문에 새벽녘 닭 울음소리가 정말 짜증나는 소음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옆집 영감님과 나는 그놈을 잡기로 했다. 옛날 할머니가 닭 잡을 때처럼 모가지 비틀어 목을 따서 피를 뽑고, 끓인 물에 넣어 몇 번 흔든 후 꺼내어 털을 뽑았다. 말끔해진 수탉의 배를 따서 내장을 빼내고 마늘, 밤, 대추, 황기, 인삼, 찹쌀을 넣고 푹 끓였다. 새벽마다 단잠을 깨우던 수탉을 잡았다는 소문이 구수한 냄새와 함께 온 동네에 퍼지자 한두 사람씩 모여들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붉은 수탉고기는 단웅계육이라 하여 ‘고기성질이 약간 따뜻하고, 맛은 달며 독이 없고, 여성의 갑작스런 자궁출혈과 적대하와 백대하를 다스리고, 몸이 허약한 것을 도와주며, 속을 따뜻하게 하고, 정신을 통하게 하며, 독을 없애고, 상서롭지 못한 것을 막아준다’라고 되어있다. 그 외에도 닭고기에는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단백질 함량이 높아 두뇌성장과 세포조직 생성이나 각종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특히 닭 날개에는 콜라겐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피부미용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있다.

또한 닭고기 시장규모는 2011년 농업생산액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전체 농업품목 중 4위(5.1%)에 해당하는 2조1천9백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런 외연에 비해 양계농가의 실직소득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수년간 사룟값, 인건비 등 기본경비가 소득보다 더 빠르게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같은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날의 양계농가는 그야 말로 초비상이다. 높은 기온에 닭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고, 악성 전염병은 호시탐탐 세력 확장을 노리고 있으니 이중, 삼중고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양계농가는 방역, 위생, 환경규정 등 관련 규정을 잘 지켜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며, 소비자는 관련 규정 없이 위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일부 복달임보다 각종 위생규정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안전한 복달임 문화를 이끌어가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 건강도 지키고 우리 양계농가도 돕는 일석삼조의 복달임 문화가 바로 닭고기 복달임이다. 우리 동네에서는 덕분에 그렇게 좋다는 붉은 수탉고기로 복달임 한번 잘했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