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윳값 인상 공방, 유업체·소비자 온도차 뚜렷

“최대한 생산비를 낮춰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원유가격 인상분보다 왜 더 올리느냐!”
우윳값을 앞에 놓고 유업체와 소비자단체의 공방전이 치열하다. 지난 1일부터 원유가격 생산비 연동제가 처음 시행에 들어가면서, 그 후속타로 유업체들의 유제품 인상 움직임이 가시화됐기 때문. 가격인상은 당초 못박은 날짜보다 보류됐지만 잠재적인 갈등요인은 여전한 시한폭탄이다.

유업체와 소비자단체, 각자 입장에서 내세운 주장들은 나름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우유는 국민 대다수가 소비하고 있고, 시유 가격인상과 맞물려 갖가지 유제품의 추가 인상이 예고되고 있는 만큼 여론과 정치적 입김, 정부의 영향력까지 총 동원 될 수밖에 없는 분야이다.
또한 이로 인해 낙농산업에 미치는 타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초미의 관심거리이다. 유업체와 소비자단체협의회가 내세우는 주장을 게재해 본다.



유업체…  “하루에 몇억씩 손해보고 만들어요”

올 6월초 최초 시행된 원유가격 연동제에 의해 지난 1일부터 원유가격이 L당 940원으로 12.7% 올랐다. 이를 계기로 유업체들의 유제품 가격인상이 추진됐고, 매일유업과 서울우유가 인상율과 날짜를 공표했다.
소비자단체의 강력 반발과 정부의 자제 요청에 의해 일부 유업체는 인상을 보류하는 상황을 맞았지만, 유업체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르면 유업체들은 지난 2008년 원유가격이 L당 120원 인상됐을 때 우유가격은 450원 오른 것이 전부라고 하소연한다. 2011년 원유가격이 130원 올랐을 때 가공품인 우유가격은 200원 인상에 머물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이유로 압박을 가해왔기 때문에 적자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지난 1일부터 원유가격연동제가 시행되면서, 이를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큰 유업체의 경우 하루에 2~3억원이상의 손해가 발생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소비자단체…  “106원이 올랐는데, 144원을 더 받아요”

김연화 소비자단체협의회장은 지난 8일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유제품 유통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그러나 현 시점에서 원유값이 106원 올랐는데, 유제품엔 144원을 더 올리겠다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이고, 소비자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10개 소비자·시민단체 모임인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유업체들을 대상으로 우유가격 인상에 대한 산출근거를 밝힐 것을 요구했고, 유업체측은 이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피했다. 소비자단체들이 더욱 분노하는 이유다.

특히 우리나라의 유제품 유통구조를 문제로 거론하고 있다. 유제품가격 비중이 생산 42%, 제조와 유통이 각각 25%이상을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원유가격 인상을 빌미로 매년 우유가격인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유업체들이 가격인상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이에 마땅한 유통·제조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물가인상분과 관계된 근거자료를 제시하라는 논리를 내밀고 있다.

생산자단체…  “원유가 연동제는 필요한 것”

현재까지 드러나는 갈등요소가 없는 생산자단체, 즉 낙농가 모임은 복잡한 심경이다. 우선 유업체들이 유제품 가격인상을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로, 원유가연동제를 외치기 때문이다. 생산단가 비중이 가장 큰 원유가가 해마다 바뀌기 때문에 우유값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타당한 주장이다.
하지만 제조단가와 유통비용 등이 투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마다 우윳값 문제로 유업체와 소비자단체가 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낙농가들이 우려하는 게 이대목이다.

낙농가들은 우선 원유가 연동제를 오해없이 인정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3~5년을 주기로 ‘우유파동’에 시달리던 낙농가들은 연동제 시행을 통해 매년 생산비와 인건비, 물가상승분 등을 따져 원유가격을 조정하는 현 제도에 대해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원유가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된 것이지, 유제품 가격인상을 주도하는 요인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원유수급조절에 가장 큰 문제로 소비감소로 인한 원유과잉, 유업체들의 적자에 따른 부담 전가 등을 꼽는다. 이 두문제는 우유값을 놓고 사회적 여론이 생길 때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농가피해다.
낙농가들이 계절적 요인과 질병, 자체 과실로 인한 경영악화보다 더욱 무섭게 생각하는게 우유값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이다. 이와관련 낙농육우협회 한 관계자는 “논리적이고 자연스런 소통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현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그대로 드러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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