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6년근 인삼’ 재배 자부심 느껴”

전국에 친환경으로 6년근 인삼을 재배하는 농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는 친환경 인삼재배를 하는 여성농업인이 있어 화제다.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 유동리에 위치한 <홍삼팜> 김선자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김 대표는 20년 인삼농사 외길을 걸어온 여성농업인이다. 그녀가 관행농법으로 인삼을 재배했다면 아마 더 큰 수익을 얻었을 것이다. 친환경 재배는 관행재배보다 인력이 많이 요구되고, 관리에 더 신경 써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친환경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후각에 민감한 김 대표는 집안의 창문을 열어두는 여름철만 되면 두통에 시달렸다. 농약 냄새 때문이었다. 또 그녀의 남편 정의택 씨는 농약 폐해로 후각을 잃었다.

“나와 가족이 농약으로 피해를 입으니깐 새삼 농약이 무서워졌어요. 하물며 건강을 위해 인삼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데 건강에 해로운 농약을 사용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제가 몸소 겪은 농약의 무서움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친환경재배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김 대표는 친환경 인삼재배를 시작했지만 그리 녹록치는 않았다. 토양개량 2년, 인삼재배 6년 총 8년을 기다려야 손에 쥘 수 있는 6년근 인삼을 친환경으로 재배한다는 것은 모험에 가까웠다. 수확시기를 앞두고 밭을 갈아엎기도 여러 번, 손해가 막심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친환경 인삼재배에 한발자국씩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며 노하우를 쌓아갔다.

김 대표는 친환경 인삼 농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땅’ 선정을 꼽았다. 오염되지 않고 지력이 좋은 땅을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지력 보강을 위해 인삼을 식재하기 전 2년간은 토양관리를 해준다. 1차년도에는 호밀을 심고 4회 기경으로 소독하며, 2차년도에는 호밀을 갈아 15회 기경을 해준다. 그리고 쌀겨미생물제재를 토양에 살포해 주고 있다.
김 대표는 친환경 인삼재배 농법을 인정받아 지난 2008년 신지식농업인상을 수상했다.
친환경 인삼재배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김 대표에게는 숨겨진 이력이 많다. 우선 최근 각광받고 있는 ‘진생베리 엑기스의 개발자’라는 것.

“요즘 들어 진생베리가 인기를 끌며 가공하는 농가가 많아졌지만, 대게 인삼농가에서는 씨받이 이상의 용도로 활용하지 않았어요. 채취하는 것이 품도 많이 들고 채취량도 작아 가공해도 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도 진생베리의 사포닌 함유량이 홍삼보다 최고 15배 이상 높다는 분석결과를 가지고, 지난 2006년 진생베리 특허출원을 거쳐 본격 상품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김 대표는 ‘김선자의 홍삼이야기’라는 브랜드를 출시해 진생베리 엑기스, 홍삼 엑기스, 진액 등 가공품을 개발·판매하고 있다. 본인의 이름을 걸고 상품을 출시할 정도로 제품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이 강하다.

‘신지식농업인’ ‘진생베리 엑기스 최초 개발자’에 이어 그녀의 이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2004년 우연한 기회에 출전한 농업인홈페이지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한 것이다.
“강원대학교에서 1년 과정으로 홈페이지 제작에 관한 교육을 이수한 후 홈페이지를 개설했어요. 나만의 공간이 생겨 너무 행복했죠. 저희 집에 4대가 함께 살았거든요. 집에 없는 제 공간이 인터넷상에 생긴 것이죠. 밥 먹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홈페이지를 관리했어요. 그 결과 좋은 상도 받고, 사이버농업인활동을 하며 선도농업인들과의 폭넓은 인간관계도 맺을 수 있었습니다.”
이밖에도 그녀는 지난 2009년 인삼현장실습교육장으로 선정돼 인삼농가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현상실습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이렇게 끊임없이 발전을 위해 전진해온 김 대표는 아직 더 이루고 싶은 것이 남았다고 한다.
“인삼을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체험농장을 운영할 계획이에요. 김치, 장아찌 담그기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우리 농업·농촌을 살리고, 더불어 우리 먹거리도 알리는데 앞장서겠습니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