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문 삼
제주특별자치도 농업인단체협의회장


기상관측사상 90년 만의 가뭄이 지난 8월25일 단비로 고비를 넘겼다.
참으로 길고 긴 터널을 지나온 기분이다. 물 한 모금이 아쉬워 축 쳐져있는 작물들이 안쓰러워 폭염과 열대야 속에서도 물주기를 60여일. 지구촌 곳곳의 기상이변을 보면서도 마치 남의 일인 양 안일했다는 생각에 죄책감마저 들게 했던 시간들이었다.
이번 가뭄이 가져온 피해는 최소 1천 3백억원에서 최대 3천억원에 달한다고 농정당국은 집계하고 있다. 가뭄 극복을 위해 그간에 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제주도에서는 가뭄극복으로 비상대책 마련 및 가뭄 재난 극복을 위해 유례없는 현장 사무실을 구좌읍에 개설 운영했고, 농업기술원에서는 농업기계 긴급수리반 운영은 물론 가뭄에 따른 농작물관리 현장지원반을 편성 휴일도 없이 비상근무를 해왔다. 그뿐인가, 농림축산식품부와 협력체제를 구축해 가뭄극복 긴급예산 58억원(국비 26, 지방비 32)을 긴급지원해 준것에 대해 농업인의 한사람으로 지면을 빌어 고맙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

우리 농업인단체도 8월 14일 기우제를 지냈으며, 19일에는 농업인 가뭄극복현장과 현장이동상황실 방문격려, 20일에는 기자회견을 통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했다. 그 결과 대통령께서 가뭄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제주를 특별지원토록 함은 물론 25일에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일요일임에도 불구, 현장을 방문 농업인들을 격려함과 동시에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또한 제주도지사를 비롯한 행정, 농업인단체와 온도민이 급수제한과 물 아껴쓰기 운동에 적극 참여해 주셨기에 조금이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90년만의 가뭄이 언제 또 닥칠지 모르는 일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소를 잃어본 경험이 있기에 더 늦기 전에 외양간을 손봐야 한다. 혹독한 가뭄을 겪어 봤기에 더 이상의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서 농업인을 대표하는 한사람으로서 가뭄준비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안을 제시코자 한다. 

첫째로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빗물과 같은 지표수를 이용한 농업용 저수지를 확대하고 용천수 활용 등 지속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는 자연용천수와 빗물저장 탱크시설이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해볼만한 사업이 될 것이다.
두 번째로는 농업용수 이용시설의 지역화로 용수공급이 발생하고 수리계 등 민간 자율관리의 문제점을 해결해야만 한다.

이를 종합해보면 공수개념 도입 및 농업용 지하수를 통합광역화 시스템 구축사업으로 추진해 가뭄 취약지구인 동ㆍ서부권을 우선 추진하고, 광역급수체계를 구축하여 통합관리 용수공급 조절이 되면 물걱정 없이 농업을 경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시한번 중앙정부의 현장방문 및 지원약속과 제주의 행정기관을 포함한 도의회, 농업기술원, 소방서, 농협, 건설업체, 농업인단체 등 적극적인 가뭄지원과 농업인들의 가뭄극복 노력에 머리숙여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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