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도매시장 경매제 정착은 가장 성공적인 농업정책”


◆ 오세복 사무국장(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농산물 유통을 두고 한국과 일본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사회여론 가운데 하나가 ‘도매시장은 단계가 많고, 그래서 도매시장을 경유하면 유통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산물 유통에 있어 도매시장처럼 공공적, 사회적 기능에 충실한 경로는 없다. 처음 출범부터 정부가 이것을 목표로 인위적으로 경로를 구축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
정권마다 강조하는 ‘직거래’는 농산물 유통구조에서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다. 정책적으로도 끊임없이 육성 발전시켜야 함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직거래’ 자체로는 도매시장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
그럼에도 ‘유통단계 축소’ 나 ‘물가안정’ 이라는 구호로 인해 대형유통업체들의 산지매수가 마치 ‘직거래’ 인 양 포장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해프닝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농산물 유통에서 가장 기본적인 인식은 대량유통과 거래총수 최소화에 대한 원리를 파악하지 못한 탓이다.
도매시장이 다른 유통경로와 차별화 될 수 있는 공공적 역할은 기본적으로 수집(도매시장법인)과 분산(중도매인)이 분리 운영됨으로써 확보된 결과이다. 그런데 도매시장시스템은 ‘기능’(수집-판매/구매-분산)으로 보지 않고, ‘주체’(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로 잘못 인식하면서 ‘단계를 줄이면 비용이 줄어든다’는 대책없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흥 팀장(동부팜청과 마케팅팀장)


우리나라에만 있는 줄 알았던 도매시장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일본에서도 있다는 점은 다소 의외다. 두 나라 모두 도매시장의 기능과 역할에 후한 평가를 주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발제에서 나온 것처럼 도매시장의 공익성과 사회적 역할, 기능 등은 학교, 병원, 철도, 우체국, 신문사 등과 같이 ‘사회적 공공기구’ 라는 의견에 공감한다. 최소한 도매시장의 기능과 역할이 폄훼되거나 무의미한 존재 등으로 인식되는 점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도매시장을 둘러싼 환경변화에 대해 공감하며,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최근 우리나라는 ‘1인 가구의 증가’, ‘고령화의 진전’ 등 인구 및 가구구조에 있어 급격한 변화가 오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저성장기조의 고착화와 소비심리 위축, IT 기술의 발전에 따른 온라인 유통모델의 발전 등 소매유통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도매시장 간 규모의 격차가 커지고, 특정 도매시장으로 집중이 심화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이를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입해 본다면 가락시장으로 물량이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데, 도매시장 전체 생태계를 고려한다면 부작용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오정수 상무(한국청과)


도매시장의 사회적 기능과 공공성은 일본과 우리나라가 같다고 본다. 발제에서 일본의 중앙도매시장이 환경변화에 대체하지 못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에 대한 지적이 있었는데, 우리나라도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도매시장의 사회적 기능, 특히 도매시장법인의 기여에 대해 알리고 싶다. 본인이 속한 한국청과의 경우 2007년부터 매년 당기순이익의 8~10% 정도, 3~4억원을 사회적 기부에 사용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비교해도 우리만큼 사회적 기여를 하는 곳은 없다.

외부에서 가락시장의 도매시장법인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그 첫 번째가 돈만 번다. 사회적 기여한 바가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도매시장법인이 정부의 농산물유통 정책에 참여하지 않으면, 정책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물류표준화, 가격안정, 수급조정 등 도매시장법인의 역할이 없다면 불가능한 정책들이다.


◆ 강정현 정책연구실장(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일본을 다녀오고 현장을 보면서 느껴왔던 바가 있다. 가장 부러웠던 점은 개별출하보다 산지조직화로 출하되는 비중이 정말 크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지역농협이 정치적이지 않았고, 정말 조합원을 위한 경제사업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농업 농촌 현장의 산지조직화에 대해 많은 말을 한다. 농업 농촌문제의 가장 원칙적인 해결방안이다. 그럼에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아쉬운 점이다. 이러한 숙제를 풀어내는 것이 농업인단체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농민 스스로가 도매시장의 가장 큰 고객이자, 주인으로서 역할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공영도매시장이다. 과연 ‘공영’이라는 단어의 무게는 얼마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평등인가, 아니면 어느 쪽에 치우쳐야 하는가에 대해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
대형유통업체들이 산지에서 규제 없이 세를 넓히고 있는데, 과연 농업인에게 유리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거래방식의 다양화를 위해 상장경매에서 정가수의매매가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출하자 농업인들이 모르고 있다. 도매시장법인이 이 같은 정책홍보에 나서는 것 역시 사회적 기여라고 본다.

◆ 김병률 박사(한국농촌경제연구원)


도매시장은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 공급’ 이 가장 중요한 공공성이다. 이런 점에서 전국 33개 소비지 공영도매시장을 통해 경매제도를 정착시킨 것은 과거 엄청난 유통비용과 부조리를 대폭 줄여, 농가들에게 공정하고 투명한 가격을 받게 해 준 가장 성공적인 농업정책이다.
대량의 농산물이 순식간에 모여서 분산시키는 도매시장 유통은 생산자 농민 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소매업체의 대형마트, 재래시장, 슈퍼마켓, 식료품점 등 다양한 소매경로를 유지시키는 것 역시 도매시장의 역할이며 소비자를 위한 기능이다.

기준가격. 누가 뭐래도 모든 거래의 기준을 도매시장이 제시한다는 것 역시 중요한 공공성이다. 기준가격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산지 소비지 직거래를 하다 보니까 좋은 것은 대형유통이나 백화점이 가져가고, 나머지 물량이 도매시장으로 들어오면서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품질 농산물은 대형유통이 차지하고, 정작 대금결제는 도매시장에서 중저가를 통해 발견된 기준가격으로 거래된다는 점이다.

과연 중저가를 통해 발견된 기준가격이 옳은 것인가. 이로 인한 농가의 피해는. 도매시장이 고품질 농산물을 흡수할 수 있을 때 진정한 기준가격이 형성되지 않을까에 대한 원론적인 고민이다.
도매시장이 가진 유통비용 절감 효과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문제다. 직거래가 도매시장 유통단계를 줄이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든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국가적 차원에서 전체 농산물유통을 볼 때 도매시장이 엄청난 유통비용을 절감시킨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 윤도언 팀장(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시장지원팀)


결국은 일본이나 우리나 비슷하다. 우리가 현장에 접목할 부분이 있다면 배우면 된다. 발제에서 수급조정에 대해 도매시장이 일정 역할을 한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가 도매시장을 통한 수급조정 정책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일반적으로 도매시장법의 집행만으로 수급조정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우리나라 도매시장이 노후화되어 산지의 변화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시설현대화가 추진되고, 유통개선대책이 나오면서 거래방식의 변화가 모색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이 미온적이다. 현장에서도 빠른 의식변화를 통해 정부와 함께 발맞춰야 한다.

도매시장의 사회적 기능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법률에 제시된 기능을 제대로 시행하고 있느냐가 결국, 공익성과 사회적 기능이 아닌가 생각된다. 개설자, 법인, 중도매인이 각각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현재 개설자의 시각이 정부와 같지 않은 듯 하다. 지자체가 중앙정부와 같은 방향을 볼 때 발전할 수 있다. 도매시장에 부여된 기능을 농안법 내에서 충실히 수행하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 윤동진 과장(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


일본의 유통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우리나라 역시 엄청나게 빠른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이를 감안한다면 도매시장 종사자들이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실 농업 농촌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이유는 홍보와 캐피탈이 딸리기 때문이다. 변화의 속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정부도 역할을 하겠다. 도매시장 뿐만 아니라, 농업 내부의 변화가 느리다. 산지와 농협, 도매시장이 함께 변해야 한다.

정가수의매매가 빠르게 정착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도매시장에서도 세심한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다만 정책당국의 입장에서는 정가수의매매 정착을 위한 직접적인 것이 있을 것이다. 평가제도에 포함시키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데, 변화의 핵심은 거버넌스다. 지방공사의 경우 좌천됐다는 패배감과 전문성 없는 인력구조 등이 문제다. 

유통의 근본적인 대책은 투명한 경쟁으로 본다. 경쟁이 대책이다. 투명함이 갖는 의미는 정보다. 과거자료의 활용에 소홀히 했다는 생각이다. 쉽게 변하는 소비자의 생각과, 그런 상황에 대한 정보를 잘 활용한다면 도매시장의 기능이 더 변화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농업관측센터의 연구기능을 확대시키고 있는데, 여기서 생성된 정부를 정부 뿐만 아니라 도매시장법인에게도 나눠줘 산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부가 추진하는 유통대책 속에서 하나하나를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정책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부탁한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