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성 복
농촌진흥청축산과학원 연구관


전 세계적으로 동·식물 유전자원의 품종을 등록해 주는 기관은 없다. 우리 자원의 존재감과 우수성을 우리 스스로 대내외에 알리고, 궁극적으로 권리와 주권을 인정받고 입증하기 위한 유전자원 등재의 수단이 필요하게 되었다. 국제적으로는 생물다양성 협약 이후 생물유전자원이 인류공동재산에서 자원 보유국의 주권으로 귀속되는 패러다임으로 바뀌어다. 이에 따라 토종자원의 다양성, 특성평가 등 과학적 근거확보를 통한 자원주권 주장과 유전자원의 선점을 위한 경쟁이 큰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가축 유전자원다양성정보시스템(DAD-IS)을 활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해 1996년부터 가동되기 시작하여, 현재는 200여개 국가 및 대륙에서 1만4천 품종을 이 시스템에 등재했다. 또한 이 시스템은 전 세계 동물유전자원의 현황파악 및 관리전략에 대한 정보교환 수단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품종수준의 정보, 이미지, 관리시스템 등을 세계보고서 형태로 발간, 배포하고 있다. 시스템에 대한 접근, 정보입력 및 수정은 각 국가 및 대륙에서 동물유전자원 관리를 대표하는 국가조정관(national coordinator)만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이 국가조정관 역할을 하고 있다. 가축유전자원의 국제기구 등재 시 주요 입력사항은 품종명, 외형적 특성, 기원 및 분포상태, 이용분야, 집단구조, 번식방법, 보존프로그램 등이다. 대륙별 현황을 살펴보면 유럽에서 가장 많은 품종이 등재되어 있으며, 다음으로 아시아·태평양,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아프리카 순이다. 또한 축종별 현황을 보면 소 품종이 3천78개로 가장 많고 그 뒤로 양, 닭, 말, 돼지, 염소 순으로 품종수가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 가장 많은 품종을 등재한 국가는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순이다. 특히 중국은 아시아 전체 품종 중에서 23%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가축유전자원의 국제기구 등재는 2004년부터 시작했다. 2012년 5월 칡소(Chikso), 축진참돈(Chookjin Chamdon), 긴꼬리닭(Ginkkoridak), 진돗개(Jindo) 등 5축종 24품종을 신규 등재하였고, 기존 등록품종을 포함하면 총 등재품종은 14축종 76품종이다. 농업유전자원, 특히 가축유전자원의 가치는 국제적으로 식량안보에 대한 대응과 더불어 경제, 사회·문화, 환경 분야에서 그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또한 유전자원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보유국의 배타적 권리를 인정하면서 각국은 자원의 수집, 보존, 관리 및 지속가능한 활용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까지 다른 국가의 자원을 이용하여 개량품종을 개발하고 관련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국가 혹은 종축회사들은 막대한 수익을 창출한 반면 자원보유국은 자원에 대한 권리주장은 고사하고 자원에서 발생한 수익도 얻을 수 없었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자원보유국들은 보유자원에 대한 권리와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의 공동분배를 주장하고 있어 앞으로는 자원에 대한 무상 접근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자원빈국이며 이용국인 우리나라가 이러한 ‘자원전쟁’에서 살아남고 나아가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축유전자원의 수집, 보존, 평가 및 활용 등 모든 분야에 대한 철저하고 체계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특히 자원 수집의 범위를 국내에서 국외로 넓혀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하여 국내 자원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국제적인 협력과 공동연구를 통한 자원수집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또한 보유자원에 대한 목록화, 특성평가 및 정보화를 조기에 완료하고 이 결과를 토대로 국내외 전문가들과의 협력을 통한 유전자원에 대한 특성분석을 실시하여 미래의 환경변화에 대비해야 마땅하다.

국제간 자원 경쟁시대, 자원의 공유와 이용에 있어서는 더 이상 공짜가 없다는 패러다임의 변화는 우리 토종가축 자원의 확보와 보존이 얼마나 시급한가를 다시 인식하게 한다. 이러한 일들은 단지 몇몇 연구자나 국가기관의 노력만으로 가능할 수 없다. 토종가축 자원의 보존과 복원방법이 갱신, 번식, 보존 등 다른 품종과 달라 쉽지는 않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토종자원의 가치와 그 활용은 당장의 성과가 아니라도 후일 우리 후손들이 가치를 창출하고 인정해줄 수 있는 바탕을 다져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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