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에 버금가는 약용작물, 무분별 남획으로 멸종위기


국립산림과학원, 조직 배양법 통해 보존에 최선

▲ 강원도 삽당령 땃두릅나무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우리나라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 217종 및 후보종 42종을 분류 수록하며 소멸 위기의 식물을 적극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나섰고, 지금은 수목원법을 통해 571여종의 희귀식물과 360여종의 특산식물을 보전·관리하고 있다.
특히 땃두릅나무(Oplopanax elatus)와 같은 희귀 멸종위기 종으로 분류된 식물은 개체 발견 및 종자 채집이 어렵고, 혹여 종자가 발견되더라도 대부분 임성이 없어 발아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에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10여년전부터 조직배양법을 통해 땃두릅나무의 복원과 이용 가능성 등을 연구하고 있는데, 산림생명공학과 문흥규 박사는 2000년 초, 함백산과 지리산에서 땃두릅나무 성숙종자를 채취한 후 식물체로 재생하는데 성공했다. 그 묘목은 강원도 강릉 삽당령 시험지에서 7년여 간의 현장시험을 거쳐 적응이 가능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문흥규 박사를 통해 땃두릅나무의 연구와 보존·증식에 관해 전해들었다.


땃두릅나무란?

땃두릅나무는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키 작은 낙엽활엽수로 깊은 산속에 자란다. 줄기 전체에 가시가 빽빽이 있으며 높이는 2〜3m 정도다. 한 포기에 여러 개의 줄기가 올라오는데 잎은 손바닥 모양의 홑잎으로 길이 15〜30㎝, 5〜7가닥으로 얕게 갈라진다. 잎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고 잎자루와 표면의 주맥, 뒷면의 잎맥 위에 가시가 촘촘하다.

흔히 ‘땃두릅’은 유사한 이름으로 인해 일반적으로 ‘땅두릅(독활)’과 헷갈리기도 하는데 땅두릅 이른 봄에 올라오는 어린 순과 줄기를 캐어 나물로 먹는데 이를 ‘땅에서 올라오는 두릅’이라 해 ‘땅두릅’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활엽관목인 땃두릅과 다년생 초본인 ‘땅두릅’은 엄연히 다른 식물이다.
“땃두릅나무는 음나무, 가시오가피와 같은 두릅나무과 식물인데 주로 습도가 높은 산의 중턱이나 바위, 자갈로 이뤄진 곳에서 발견이 됩니다. 그리고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내음성 식물로 산의 저지대나 밭에서는 생육이 좋지 않고, 고온에 매우 약합니다.”

문 박사에 따르면 땃두릅나무는 10여년전인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함백산에서 100그루 정도가 자생했지만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남획이 심하다고 한다. 이유로는 땃두릅나무의 약리성이 알려져서 이고, 지금은 희귀종으로 분류될 정도로 증식기술을 통해 보존할 상황에 이르렀다.
특히 10년을 성장해도 채 20cm가 크지 않는 땃두릅나무의 특성을 감안하면 멸종은 그리 먼얘기가 아니다.


‘자인삼’이라 불린 약용수종

땃두릅나무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수종이면서도 산삼에 버금가는 약용자원이다. ‘본초강목’ 에서는 자인삼(刺人蔘)이라 해 귀한 약재로 사용했고, 예전부터 우리나라 민간에서 신경, 간경, 소장경, 방광경에 작용하는 약재로 이용돼 왔다.
또 뿌리에 함유돼 있는 약용성분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혈압유지, 항우울증 및 당뇨병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땃두릅나무의 약리를 아는 일부 사람들이 자생지를 찾아서 뿌리째 캐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멸종이 되고, 소중한 약용자원을 잃게 됩니다. 특히 땃두릅나무는 대량재배가 어렵고, 성장도 더딘 편이라 더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자원입니다.”
아울러 해외서도 땃두릅나무는 자생하고 있는데 알래스카와 같은 북미에서는 감기나 해열, 위통 등에 뿌리와 나무껍질 추출물을 마셨다고 전해진다. 일본에서는 현재 독감치료제의 원료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조직배양법으로 묘목생산 기대

앞서 밝힌대로 땃두릅나무는 약리효과를 지녔다는 전통의학적인 통설로 인해 남획돼 왔다. 뿌리를 끊어 번식시키는 근삽목(根揷木)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뿌리를 채취하면 모본이 자생지에서 사라지는 원인이 되고 발근율도 저조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이용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에는 조직배양법이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일본의 경우처럼 땃두릅나무가 의약품의 원료로 활용되거나, 현재 국내에 널리 알려진 약용작물처럼 쉽게 찾아서 먹기 위해서는 먼저 재배되는 양이 많아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위해서 산림과학원에서는 조직배양 연구를 통해 효율적으로 묘목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문 박사는 땃두릅나무의 성숙종자 혹은 어린나무의 잎조직으로부터 체세포배(somatic embryo)를 유도하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얻은 바 있다. 체세포배 유도란 종자의 배 조직이나 잎, 뿌리 등의 조직에서 배를 유도해 식물을 재생시키는 기술인데 이 기술이 개발되면 효율적으로 묘목을 생산할 수 있다.

▲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공학과 문흥규 박사


자생지에서의 보존의지 필요

“이렇게 배양된 식물체를 산업적으로 이용하려면 10년 이상 양묘를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산업적인 이용보다는 멸종위기 수종의 증식 보존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문 박사는 현시점에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수백본의 묘목을 조직배양으로 육성해 고산식물원에서 보존하거나, 필요할 경우 파괴된 자생지에 직접 복원하는 것이라고 한다.

땃두릅나무는 산업화 측면에서 보면 대량생산이 어렵고 경제성도 떨어진다.
하지만 좋은 약용자원을 후세대에도 전하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남획을 하지 말고, 자생지에 있는 나무를 보호, 보존, 증식하는 지혜와 기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가치를 확대, 이용하는 일은 국립산림과학원과 같은 책임연구기관과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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