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덜과 숲이 어우러진 어산불영의 전설… 만어사(萬魚寺)

 만어사(萬魚寺)는 가락국의 시조인 수로왕(首露王)이 기원전 46년에 창건하였다는 기록이 삼국유사에 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고대불교의 남방전래설을 뒷받침해주는 전통사찰로 많은 전설과 신비한 현상을 간직하고 있다.
 사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만어사 절집 아래에는 1만여 마리의 물고기들이 산으로 올라와 바위로 변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을 만큼 커다란 너덜지대가 발달해 있다.



밀양의 세가지 신비 중 하나 ‘만어사’

밀양에 가면 3대 신비를 경험할 수 있다. 두드리면 쇳소리가 난다는 삼랑진 만어사 경석, 여름에도 고드름이 맺힌다는 얼음골, 그리고 나라에 큰 일이 일어날 때면 돌 표면에 땀이 서린다는 표충비가 그것인데 거리가 만만치 않아 인데 세 군데를 모두 보기 위해서는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그중에서도 만어사는 전설이 담긴 사찰로서 가장 높은 위치인 해발 670m에 자리하고 있다. 굽이굽이 뻗어있는 폭이 좁은 숲길을 따라 사찰로 올라가는 동안에는 소나무와 졸참나무숲이 주를 이루다가 너덜지대가 나타나면 느티나무가 간혹 나타나고 주차장에는 뽕나무 한 그루가 단아하게 서 있다. 주차장에서 절집까지 총 3단으로 나뉜 듯한데 가장 아래에 칡의 꽃내음이 향기로운 주차장, 중간에는 해우소와 커다란 느티나무 전망대가 있는 너덜지대로 가는 길, 마지막 계단을 오르면 절집의 순이다. 너덜지대는 많은 돌들이 깔려 있는 산바탈을 가리키는 순 우리말이다.
 절집이 있는 경내까지 올라가면 히어리, 동백나무, 배롱나무 등이 계절에 따라 독특한 색깔과 향기를 품는 꽃을 피워 독특한 매력을 자아내고 있다.

만어사에 가면 세 가지 특이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첫째, 사찰 초입에 일주문이 없다. 자연 자체가 일주문이라 여기기 때문이란다. 소박한 대웅전과 보물 제 466호로 지정된 고려시대 삼층석탑을 보면 이 사찰의 소박한 면모를 짐작할 수 있다. 둘째, 종소리 나는 돌이 있다. 절집 밑으로 엄청나게 많은 돌들이 물 흐르듯 흩어져 있는데 돌로 바위를 두드리면 맑은 종소리가 난다. 종석 또는 경석(경쇠를 만드는 데 쓰이는 돌. 주로 안산암이며 정으로 치면 맑은 소리가 난다.)이라고도 한다. 셋째, 미륵전은 여느 사찰의 미륵불과는 다르게 커다란 자연석의 미륵바위가 모셔져 있다.
이 바위는 부처님의 모습이 깃든 것이라 하며 국가에 위기가 닥칠 때면 어김없이 땀을 흘리는 이적을 보인다고 한다.

수많은 물고기가 돌로 변했다는 ‘너덜지대’

만어사 절집 앞에 넓게 자리하고 있는 암괴류는 두 가지 전설을 가지고 있다.
동국여지승람과 택리지에 따르면, 옛날 동해 용왕의 아들이 목숨이 다한 것을 알고 낙동강 건너에 있는 무척산의 신통한 스님을 찾아가 새로 살 곳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하였는데 스님은 가다가 멈춘 곳이 인연이 있는 곳이라고 일러주었다. 왕자가 길을 떠나자 수많은 물고기 떼가 그의 뒤를 따랐고 왕자가 머물러 쉰 곳이 여기 만어사라고 한다. 후에 왕자는 큰돌(미륵돌)로 바뀌었고 수많은 물고기들은 크고 작은 돌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현재는 높이 5미터 정도의 이 큰돌을 보전하기 위해 미륵전을 지어 유지하고 있는데 큰돌의 표면에 붉은색이 감도는 부분이 마치 가사와 같아 신비감을 자아낸다.

또한 해마다 0.3cm씩 커진다고도 하며, 임진왜란ㆍ병자호란ㆍ갑오농민전쟁ㆍ한일합방ㆍ6.25 당시에 땀을 흘렀다고 하는 신비한 바위이다. 미륵전 위·아래로 폭 백 미터, 길이 7백 미터로 8,900㎡에 걸쳐 만어석(萬魚石)이 펼쳐져 있는데 여기 바위 계곡에서 여름에 빨래를 해서 바위에 널어 말리면 빨래에서 생선 비린내가 난다고 한다.

한편 삼국유사 탑상편  어산불영(魚山佛影)’ 조에 의하면,  지금의 양산 지역 옥지라는 연못에 사악한 독룡 한 마리와 다섯 나찰(사람을 잡아먹는 아귀)이 서로 사귀면서 뇌우와 우박을 일으켜 4년 동안 농민들이 애써 지은 농사를 망치는 등 온갖 행패를 일삼았다. 이에 가락국 수로왕이 주술로 그들을 제거하려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인도 쪽의 부처님께 설법을 청하자 여석 비구와 1만의 천인을 데리고 와서 이들로 부터 불법의 오계를 받게 하였다.

이때 동해의 수많은 물고기와 용들이 불법의 감화를 받아 이 산중으로 모여들어 돌이 되었는데 이들 돌에서는 신비로운 경쇠소리가 났다. 어산불영 지금도 수많은 물고기 모양의 반석들은 부처 영상이 어린다는 산정(山頂)의 불영석(佛影石)을 향하여 일제히 엎드려 법문을 듣고 있는 듯하다.
동국여지승람의 기록에는 ‘산중에 한 동굴이 있는데 동굴 안에 있는 크고 작은 바윗돌이 모두 종과 돌쇠(악기)의 소리가 난다. 세상에서 전하기를 동해의 물고기와 용이 돌로 변했다고 한다. 세종 때에 이를 채굴하여 악기를 만들었으나 음률이 맞지 않아서 폐지하였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암괴류의 형성 과정

지질학적으로 이곳의 암괴류는 2억년 이전의 고생대 말로부터 중생대 초에 생성된 녹암류라 불리는 퇴적암의 일종이다. 그래서 청석이라고도 하는데 해저에서 퇴적된 지층이 반복된 해침과 해퇴로 풍화작용을 일으킨 후 1만여 년 전에 있었던 빙하기동안 급격한 저온현상으로 부스러져 지금과 같은 암괴를 형성하였고 빙하기가 끝난 후 비가 많이 내리는 과정에서 점토 성분이 많은 흙부스러기는 쓸려나가고 돌들만 남아 너덜을 형성한 것이다.

산에서 볼 수 있는 암석으로는 약 1억 6천~1억 7천만 년 전에 마그마가 분출하여 굳은 화강암이 약 6천만 년 전에 관입하여 형성된 인젤베르그 지형(주위와 평지와 독립되어 위로 솟구친 형태)인 거대한 돔(위로 둥글게 솟은 형태) 형상의 바위봉우리와 각각의 바위들이 오랜 세월 동안의 풍화 및 절리 작용, 그리고 이동 활동에 의해 형성한 풍화혈, 토르, 거력층, 애추 등이 있다.

풍화혈은 바위 표면에 난 구멍으로서 노출암의 측면부에 난 타포니가 흔하며 평면상의 가마솥 모양인 나마는 보기 드문 형태이다. 월출산의 구정봉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전형적인 나마가 있다. 토르는 핵석(모서리가 풍화되어 떨어져 나간 후 남아 있는 바위)이 똑바로 서있거나 떡시루처럼 쌓여있는 형태의 바위로서 월출산에서는 장군봉 주변과 구정봉 북서 능선에 성곽 모양의 토르가 멋진 경관을 보이고 있다. 거력층은 주로 빙하기 때 계곡 사면을 따라 흘러 내려 바위이다. 애추는 사면을 따라 굴러 작게 쪼개진 바위로서 각이 진 큰 자갈들이 비탈면에 길게 쌓이는 모습을 보인다. 만어사의 너덜지대가 이에 해당한다.

정리=성낙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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