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에는 큰 마을이 있다고 적혀 있던데 촌락이 없어지다니…”

관찰사가 온다는 소식에 단양 관청은 바쁘게 움직였다. 일 년에 한두 번 방문하는 연례행사였다. 준량은 객사를 정리하고 관청의 식솔들과 관내 여러 곳을 돌며 고을의 안녕을 점검했다.

준량은 관찰사와 마주 앉았고 부관은 관청의 관리 상태를 점검하고 고을의 큰 사창인 우창을 방문했다.
우창 도주는 소금을 가지런히 정리해 놓았다. 영월, 평창, 영춘, 정선, 태백 순으로 정리된 물품은 여름 장마를 이용해 상류로 운반하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물이 불어나고 바람이 불어야 강원도 상류까지 운송이 가능했다. 우창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충주 관원에 조사가 있을 때마다 창고의 지역 표시와 여강의 여울목 관리상태, 지역 장날마다의 공급물량, 관공물 물량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 된 것을 확인하는 것은 향시 하는 것이지만 관찰사 일행에게는 최고의 특산품을 한보따리씩 안겨주는 것도 관례였다.

부관은 받을 것은 다 받고 우창을 질책했다.
“이보시오, 우창 도주, 아직도 소금을 창고에 쌓아두면 어떡하오. 장날은 소금이 없어 값이 뛰는데 말이오.”

부관의 질책에 도주는 얼굴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예, 여름 장마가 끝나야 소금을 풀 수 있습니다.”
우창은 충분히 소금을 풀 수 있었지만 지난 번 장외탄 사건으로 소금 배 두 척을 잃은 것에 대한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서 잠시 미루고 있었던 것이었다.

감독관인 관청이 캐묻자 머뭇거렸지만 값을 올리려는 속내를 모를 리 없는 관청이 야속했다.
관찰사 관리들이 단양을 떠나자 소금이 여강을 중심으로 각 고을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준량은 우공의 초청으로 하진 우창을 방문했다. 우공이 온 지도 여러 날 만에 단양 군수는 우창을 방문해 우공과 마주 앉은 것이었다.

단양 우씨는 단양에 거세한지 수백 년, 고려부터 벼슬을 하기 시작해 조선 개국 후부터 한양에 자리잡고 본향인 단양에서 우창을 운영하면서 탄탄한 명문가로 단양과 한양에 뿌리를 내린 세도가였다.
우씨 집안의 재물은 여강을 중심으로 한양까지 운영하는 우창이 주 수입원이었다. 매년 단양에 공납하는 물품이 상당해서 단양은 물론이요, 여강 주변 고을과 충주 관찰사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우공께서 과거에 합격하고 굳이 벼슬을 하지 않으시는 것이 궁금합니다.”
준량은 깨끗하고 조용한 성품의 여유로운 우공을 보며 말했다.

“허허,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장손은 벼슬을 하지 말라는 성조의 명도 있고 해서 그저 조용히 지내고 있습니다.”
그의 말 속에 실력을 증명하는 더 나아가 우씨 집안의 장손임을 내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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