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포도의 꿈’ 들어보실래요?”

다양한 스토리가 있는 교육농장을 운영하는 여성농업인이 있어 화제다. 충청북도 음성군 음성읍 용산리에 위치한 <향기로운 포도원> 이복수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농촌 여성 문학가로도 명성이 자자한 그녀가 써내려가는 농장의 스토리는 어떤 내용일까?

그녀의 교육농장은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누군가에게는 하찮은 존재로 취급받는 것들이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가치를 재인식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공부 성적’만을 강조하는 시대에서 살고 있어요. 성적이라는 줄에 아이들을 줄 세워놓고 순위를 매기죠. 다른 줄도 많은데 말이죠. 우리 교육농장은 이런 교육 방식을 탈피해 아이들에게 자신감, 자존감을 키워주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향기로운 포도원의 교육 프로그램은 이렇다. ‘못난이 포도의 꿈’이라는 주제로 이 대표가 써 내려간 10여편의 동화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동화의 소재도 다양하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못생긴 포도, 넝쿨손, 겨울눈, 잡초, 흙, 뱀 등 농업, 농촌, 농업인 등 모든 것이 동화의 소재가 된다. 대부분 탐스럽고 예쁜 포도에만 초점을 두지만 이 대표는 포도가 열리기까지 보조하는 것들, 버려지는 것들 등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것들에 초점을 맞췄다.

“봄에 새싹이 날 때 나오는 겨울눈은 다 포도가 되지 못하잖아요. 그렇다고 포도가 된 겨울눈만이 제 몫을 하는 것은 아니에요. 잘려나간 겨울눈은 땅에 거름이 될 수도 있고, 불에 태우면 연료가 될 수도 있으며, 다시 나무로 태어날 수도 있죠. 그냥 버려지는 것은 없어요. 사람도 마찬가지죠. 어느 하나 헛된 것이 없어요. 아이들에게 동화를 통해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 대표의 동화를 귀농한 그녀의 딸 유수경 씨가 그림으로 표현하고, 그 그림의 순서를 아이들이 배치해보고 또 함께 그려보며 못난이 포도의 새로운 꿈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친구들과 조별로 이야기 퍼즐을 맞춰보고(사회성),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며(창의력), 그림을 그리고(표현력), 발표하는(자신감)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복합적인 인성을 키우는데 큰 도움을 주는 교육 프로그램이에요. 또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데 효과적입니다.”

이 대표의 교육농장은 지난 2012년 컨설팅 단계를 거친 후 본격적으로 운영한지 1년도 안됐지만 입소문이 퍼져 문의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 그동안 획일적인 교육방식을 탈피하고 싶었던 학부모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이 대표는 30여년간 포도농사 외길을 걸어오며 쌓은 노하우로 고품질 포도를 생산하고, 차별화된 경영방식으로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근심은 도무지 줄지 않는다. 수입개방화로 농사짓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칠레, 미국, 이제 중국까지 FTA가 체결되며 포도는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과일이 됐어요. 맘만 먹으면 포도를 싼 가격에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죠. 이렇게 우리 먹거리를 소홀히 하고, 수입품으로 대체하면 우리나라 농업은 무너지기 십상입니다. 기초산업인 농업이 무너지면 우리나라 전체 기반이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말 거에요. 농업인들이 정정당당하게 자존감을 지키면서 농사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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