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의 자연과 신비를 간직한 아름다운 숲

 울릉도는 신비의 섬이라고 한다. 울릉도의 식생은 그런 별명만큼이나 특별해서 우리나라 내륙에는 없는 너도밤나무숲이 원시림을 이뤄 자생하고 있다. 울릉도의 너도밤나무는 전 세계를 통틀어 울릉도에만 있는 특산수종이다. 너도밤나무는 그 용모가 수려해 풍치수로 활용되며 유럽에서는 경제적인 가치도 인정받고 있다.


너도밤나무가 자생하는 울릉도

울릉도의 ‘鬱陵(울릉)’은 ‘울창한 원시림이 숲을 이루고 있는 바다 위 언덕 같은 섬’이라는 뜻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울릉도 전체는 하나의 화산체로서 평지는 거의 없고 해안은 대부분 절벽이다. 약 300만 년 전에 생성된 울릉도는 하와이 등과 같은 대양 섬에 비해서 지질학적 역사가 짧기 때문에 세계 식물학계에서 진화생물학 연구대상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울릉도의 식물 650여 분류군 중 특산식물은 50여 종에 달한다.

울릉도의 또 다른 식물분포학적 특징은 너도밤나무가 자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너도밤나무는 과거 빙하기에는 우리나라 내륙에서도 자랐지만 지금은 울릉도에만 있다. 울릉도에는 너도밤나무숲이 다른 수종보다 우세하게 분포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해양성기후의 영향과 대양도서라는 섬의 생태적 특성 때문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이 지리상 중간적 위치라는 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

행운과 번영을 상징하는 너도밤나무

너도밤나무속은 참나무과에 속하며 유럽, 아시아 및 북미에 걸쳐 10여 종이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너도밤나무는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세계 단일 특산수종이다. 다 자란 나무는 높이가 거의 20m에 달하며 사람 가슴높이의 나무 둘레가 약 70㎝에 이른다.  어릴 때는 내음성이 강해서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데 단풍이 매우 아름답고 수간이 곧기 때문에 조경수 및 풍치수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너도밤나무는 대부분 나무를 심지 않아도 천연치수가 많이 발생해 자연적으로 다음 세대 숲을 이룬다. 목재는 농기구재, 펄프재 등으로 사용되나 습기에 약해 잘 부패되는 경향이 있다. 뿌리로 뻗어나가는 번식력이 강해서 한 그루에서 여러 개의 수간이 발달하는데 이는 눈사태를 예방하는 데 기여한다. 
가을에 종자를 채취해서 땅 속에 묻어뒀다가 다음해 이른 봄에 파종을 하면 발아가 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너도밤나무는 유럽에서 번영과 행운을 상징하는 나무이다. 목재로서 가치가 높으며 유럽너도밤나무와 일본너도밤나무는 오늘날 경제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담당하고 있다.

 “나도 밤나무요” 너도밤나무의 전설

울릉도에 처음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을 때, 산신령이 나타나서 태하령에 밤나무 100그루를 심으라고 말했다. 마을사람들은 그 말을 따랐고, 이후 찾아온 산신령은 밤나무 100그루를 다 심었는지 물었다. 마을주민들이 그렇다고 하자 산신령은 심은 나무 수를 한 번 세어 보자고 했다. 하지만 몇 번씩 밤나무 수를 세도 100그루가 아닌 99그루 밖에 되지 않았다. 화가 난 산신령은 다시 밤나무 수를 세어서 만약 틀리면 마을주민들에게 큰 벌을 준다고 했다. 그래서 밤나무를 다시 셀 때에도 역시 99그루였는데, 갑자기 옆에 있던 너도밤나무가 “나도 밤나무요”라고 대답했다. 이에 산신령이 너도밤나무가 맞느냐고 묻자 너도밤나무는 자기도 밤나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마을사람들은 화를 면할 수 있었다. 그 후 사람들이 밤나무를 정성들여 키웠으나 모두 죽고 신기하게도 너도밤나무만 살아남았다. 그래서 지금 울릉도에는 밤나무는 없고 너도밤나무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울릉도 원시림 

너도밤나무군락은 해발고 약 200m에서 900m까지 수직분포하며 성인봉 원시림, 나리분지, 알봉분지, 내수전, 남양 일대 산림에 많이 자생한다. 해발 986.7m인 성인봉은 산의 모양이 성스럽다고 해 성인봉(聖人峰)이라 부른다. 울릉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형제봉, 미륵봉, 나리령 등 크고 작은 산봉우리를 거느리고 있는 성인봉을 올라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성인봉은 울릉도의 진산이다.

천연기념물 제 189호와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돼 있는 정상부근의 원시림(600m)은 너도밤나무, 섬고로쇠나무 등의 희귀수목이 군락을 이루고, 연평균 300일 이상 안개에 쌓여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전설에 나오는 태하령의 너도밤나무숲도 천연기념물 제 50호와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돼 있다. 성인봉 원시림은 울릉도 자체의 보전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지역이다.

이곳에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게 생태적으로 안정된 극성상을 보이는 너도밤나무숲 등 희귀한 잔존군락들이 많이 산재해 있다. 성인봉에 오르는 길은 여러 코스가 있지만 숲의 미학을 제대로 느끼려면 나리분지에서부터 오르는 것이 좋다. 성인봉까지 4.5km, 성인봉에서 대원사까지 약 4.1km로 모두 8.6km를 걸어야 한다. 완만하게 오르내리는 길을 따라가면 잎이 달걀 정도 크기인 작은 나무들이 많이 나타나는데 수피가 회백색으로 밝은 것이 너도밤나무이다. 이 원시림은 비교적 인간간섭이 적었던 곳에 잔존하는 유존적 산림자원으로 과거의 울릉도 산림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는 너도밤나무숲이나 성인봉 능선 가까이에서 자라는 만병초, 섬단풍, 섬피나무, 마가목 등이 이 원시림을 특정 짓는 인자들이다. 원시림내의 지피식생에는 섬노루귀, 섬말나리, 섬바디, 각종 고사리류 및 고비류가 여기저기 군락을 이룬다.

세계적인 희귀식물, 보호에 관심 가져야

울릉도에 있는 가장 큰 나무는 북면 나리리 일대에서 자생하는 너도밤나무다. 500살 이상인 이 나무는 가슴높이 둘레 792cm, 나무높이 15m, 잎이 달린 줄기 윗부분인 나무 갓 폭이 16m에 달한다. 너도밤나무는 서어나무처럼 숲에서 극상을 이루는 나무이다. 너도밤나무는 여름, 겨울의 온도 차가 크지 않고 공중습도가 조금 높은 지역에서 잘 자란다. 우리나라 내륙은 환경이 맞지 않지만 해양성 기후인 울릉도는 적합하기 때문에 너도밤나무 군락이 형성될 수 있었다. 울릉도는 많은 특산식물과 희귀식물이 있는 귀중한 생물의 보고이다. 특히, 세계에서 1종 밖에 없는 너도밤나무숲이 원시상태로 유지되고 있는 곳인 만큼 그 관리가 중요하다.
최근 인위적 요소·훼손으로 희귀식물들이 줄어들고 있다. 이제 울릉도를 비롯해 우리나라 각지에서 살아 숨 쉬는 보물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그 보호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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