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재 훈
곡성군농업기술센터 소장


60년대 쌀농사는 보리풀 뜯어 넣고 호미로 또는 손으로 그것도 세번씩이나 김매서 농사짓는 그야말로 제대로 된 유기농 농사였다.
밥맛 좋은 농림6호. 키가 작아 쓰러질 염려가 없는 팔달벼 등 어렸을 적 일이지만 가을철 황금색 들녘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그렇게 농사를 지었다.

쌀농사! 수확기를 앞두고 있다. 일부지역에서 벼멸구 피해가 발생하긴 했지만 태풍 등 자연재해만 없으면 올 해도 풍년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백번을 양보해도 흉년든 것 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걱정이 앞선다. 8년이나 묶여있는 쌀값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으로 국민 1인당 1년에 먹는 쌀 평균 소비량은 67kg이라고 한다.

한 사람이 1년 동안 80kg 들이 쌀 한가마도 채 못 먹는 것이다.
그것도 농사일을 하거나 현장 노동일을 하는 근로자들처럼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먹는 사람들 덕분에 그나마 소비량이 그 정도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쌀값은 비싼 것인가.
과연 그런가?

요즘 80kg들이 보통쌀 한가마의 값은 15만 원 선이다. 1인당 80kg짜리 한가마니를 먹는다손 치더라도 네 가족의 1년 쌀값은 60만 원에 불과하다. 만약, 유기농으로 재배한 맛 좋은 쌀을 이 보다 두 배가 비싼 30만 원에 사서 먹는다 해도 네 가족이 1년 먹는 쌀값은 120만 원이고, 한달이면 10만 원이다. 유기농으로 재배해서 안전하고 가장 맛 좋은 그 쌀을 10만 원이면 네 식구가 한 달 내내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좀더 면밀하게 따져 보면, 한달 10만 원이면 하루 3천3백 원 꼴이고 한 끼 값은 1천1백 원이다.
이를 넷으로 나누면 어떤가? 한사람의 한 끼 쌀값은 고작 275원에 불과하다.
얼마 전, 생필품 값과 쌀값을 비교한 적이 있었다. 스타벅스 커피 한잔이면 5,000원, 신라면 한봉지 가격은 1,000원, 조금 심한 비교일지 몰라도 사람이 먹는 밥 한 공기 120g에 해당하는 애완견 사료 120g 한 봉지는 972원 한다.
이래도 쌀값이 비싸다고 할 수 있는가?

옛 사람들은 쌀 한 톨 생산하는데 사람 손길이 88번 간다고 해서 쌀 米자를 이렇게 썼다고 한다.
쌀은 인간사회 먹거리의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쌀이 귀한 줄 모르고 쌀값이 비싸다고들 말한다.
통일벼로 대표되는 녹색혁명의 결과로 다수확품종이 개발되고 쌀자급을 달성한 지금은 쌀이 풍족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쌀이 이렇게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불과 40년 전만 하더라도 봄이 되면 양식이 떨어지는 춘궁기가 오고,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보릿고개를 견디던 배고픈 시절을 생각한다면 지금은 호강에 초칠(?)일이다.

이렇게 비교해 보면 쌀값은 결코 비싼 것이 아니다. 지금은 화학비료나 합성농약을 쓰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재배한 맛 좋고 안전한 유기농 쌀이 곡성을 비롯한 전남지역에서 많이 생산되고 있다.
이제는 쌀값타령 아니라 친환경적으로 농사지은  밥맛 좋은 유기농 쌀을 먹음으로써 농민들에게 희망도 심어주고, 또 가족의 건강을 함께 챙기는 그야말로 일석이조를 노리는 소비자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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