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재 헌
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바야흐로 캠핑의 시대다. 캠핑은 각박한 도시생활에서 잠시 탈출하여 자연과 함께 가족이 힐링하는 시간을 제공한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최근 캠핑은 우리나라 여가 문화를 이끄는 트렌드로 산업과 관련 경제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각종 TV 매체에서는 캠핑을 테마로 한 프로그램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각 지자체에서도 캠핑을 테마로 한 지역관광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캠핑 산업 매출이 올해 5,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연과 함께 하는 특성을 지닌 캠핑의 열풍은 조용했던 농촌 마을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캠핑이 도시적 공간보다 농촌적·자연적 공간을 선호하기 때문에 농촌지역에서는 지역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는 캠핑장들을 급속하게 만들어 내는 중이다. 농촌지역의 폐교 및 마을 공터를 활용해서 농촌 체험과 결합한 농촌 체험 캠핑, 지역의 유명한 자연환경을 활용한 캠핑, 개별 농가 소유의 토지나 산지에서 제공하는 오토캠핑 등 다양한 소재와 테마들이 농촌관광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으며, 이를 통해 농가 소득을 증대시키고 있다.

그러나 농촌의 각 지자체뿐만 아니라 농촌 마을 혹은 농가 단위로 무분별하게 만들어 내는 캠핑장은 새로운 문젯거리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TV의 유명세를 탄 수려한 경관이 일부 몰지각한 캠핑족들로 인해 무참히 망가지거나 지역 주민의 반발을 일으킨다는 뉴스가  종종 들리곤 한다. 최근 춘천시의 소남이섬 캠핑장, 하동군의 평사리공원 캠핑장 등도 이러한 이유로 폐쇄되거나 잠정 중단된 상태이다. 더욱 우려되는 사항은 이러한 일들이 일회성 문제가 아니라 잠재적이며 다발성의 문젯거리라는 것이다. 캠핑장은 하룻밤의 행복을 위해 사용되는 공간이며, 한 곳이 망가지거나 폐쇄되면 또 다른 곳을 찾아가면 그뿐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한 신문 매체에 따르면 경기도 내에서만 300여 곳의 캠핑장이 운영 중이라고 한다. 이들 대부분은 토지형질 변경이나 개발행위 허가 없이 불법으로 전답이나 산지를 전용 운영하여 무분별한 자연 파괴를 일으키고 있다. 관련법규나 제도가 미비하다보니 농촌에서는 논밭이나 산림을 훼손해 손쉽게 캠핑장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캠핑장을 통해 캠퍼들은 자연스레 불법 속에서 고기를 굽고 술을 마시는 등 그들만의 세상을 만끽하며 농촌 경관과 자연을 그들도 모르게 파괴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캠핑은 당일 코스 위주의 농촌 관광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매력적인 여가 문화이다. 이제 농촌관광과 도농교류, 농촌지역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는 캠핑 문화를 농촌이 어떻게 수용하고 관리·발전시킬 수 있는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시기이다. 따라서 사람들의 의식 수준을 증진시켜야한다는 원론적인 문제를 넘어서, 실제 캠핑 시설의 개발 단계 혹은 운영·관리 단계에서의 체계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각 지자체에서는 캠핑장을 지도·관리할 수 있는 인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급속한 규제와 제한은 건전하고 이로운 캠핑 문화의 발전까지 저해하는 장애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캠핑으로 훼손된 산지와 농지에 대한 단계적인 복구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농가와 마을, 지자체에서도 근시안적이고 성과 위주인 개발보다는 농촌의 발전과 지속 가능하고 건전한 여가 문화를 선도해 나가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먹고 마시는 저차원 여가보다는 즐기고 누릴 수 있는 농촌 문화와 체험의 장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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