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농업 챙기겠다더니 농업예산 제대로 확보 안해”

새정부의 첫 해 농정을 진단하는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체적인 지적은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더니 농업예산도 제대로 확보안했고, 한중FTA에 대한 충분한 의견수렴이나 검토없이 급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것. 특히 쌀 목표가격 인상에 대한 국회와 농업인의 ‘큰 폭의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향후 쌀값 안정과 농가소득 보전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4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진행된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 내용을 요약한다.


“농업예산 확보 적극 나서야”

민주당 황주홍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고정직불금 인상을 공약했는데 내년 예산에 전혀 반영하지 않았고, 지난해 국회에서 80만원으로 인상한 것도 대통령 치적으로 둔갑시켰다”며 정부와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특히 황 의원은 “이는 명백한 ‘박비어천가’요, 부도덕의 극치를 보여준 것으로, 기초노령연금제도 공약 포기에 따른 대통령 사과처럼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예산작업을 할 때 대통령 공약을 지렛대로, 방패막 삼아 예산당국에 당당하게 요구하고 협의해서 농업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영록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했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내년 예산안을 보면 국가 전체 예산증가율 4.7%에 턱없이 못미치는 0.1% 인상에 그쳤다”며 공약불이행을 꼬집었다.

특히 김 의원은 “한미FTA 대책으로 10년간 23조원을 투입키로 했는데 그 예산이 다 어디로 간 것이냐, 계획대로라면 농업예산이 줄어들 이유가 없다”면서 “국민들은 농민들에게 보조금을 퍼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억울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중FTA 따른 농업보호 의지 있나

민주당 김우남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한중FTA 협상을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농업보호 방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지난 6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조속한’ 협상을 약속하고 1단계 협상을 서둘러 타결했다”면서 “오히려 대통령이 먼저 더 높은 수준의 FTA를 요구해 중국을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1단계 협상결과 자유화 대상에서 제외할 초민감 품목의 범위가 품목 수 기준 10%(수입액 기준 15%)로 합의됐지만 양허 제외 이외에는 실질적으로 농업보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하고 “특히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감귤의 경우 쌀처럼 초민감 품목으로서 양허 제외 대상으로 선정돼야 하며 오렌지 수입관세를 감귤명품화기금으로 활용, 피해를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의원은 “한중FTA는 아무리 반대를 해도 타결될 것”이라며 “농식품부 장관은 타결될 것에 대비해 실질적인 농업피해대책을 세우고 장렬히 ‘산화’할 각오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부실덩어리’ 한식세계화사업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지난 정부의 한식세계화 사업 추진 과정에 예산 5분의 1 이상이 잘못 집행됐고 계약 부실, 외주업체 선정 특혜 의혹 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한식재단은 유럽, 미국 등에서 수차례 초호화판 파티를 했다. 2011년 11월부터 석 달간 유럽에서 다과 체험을 겸해 열린 ‘한식 가이드북 출판 기념회’에서 1인당 밥값이 474만원(파리), 449만원(런던) 등 이었다는 것.

또 상당수 외주 용역 계약에서 계약기간과 금액이 수시로 변경되는 등 계약관리 부실사례가 드러났다. 한식 스토리텔링 책자 외국어본 제작의 경우 3개월짜리 계약에서 세 차례에 걸쳐 금액과 기간 바뀌었고, 엉터리 계약 후에도 용역에 문제가 생기면 계약 내용을 바꾸기도 했는데, 구체적으로 6개 용역의 경우 계약만료일이 지나서야 용역이 납품됐는데도 지연배상금(위약금) 13억원을 한 푼도 받아내지 않았다.

미국 주요 도시에 한국을 대표하는 한식당을 개설하는 사업의 연구용역 입찰에서 한 업체는 6명의 평가위원 중 외부위원 4명의 평가에서 2점 앞섰으나 내부위원 2명 평가에서 1위 업체에 34점이나 뒤져 우선협상 대상에서 밀리기도 했다.

김 의원은 “더 이상 눈뜨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도대체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고 말하고 “지속적인 문제제기에도 개선방안을 찾지 못하는 한식재단에 한식세계화사업 추진을 맡기는 것은 사업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므로 사업 추진 주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부 농업철학 있나?”

여야 의원들은 확고한 농업철학을 세울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하지만 방법은 크게 달랐다. 여당의원은 새정부가 내세운 농업철학을 다시 확인하는 수준의 질의를 했고, 야당의원은 이동필 장관의 국정감사 인사말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새누리당 경대수 의원은 “장관 인사말에서 새정부 농정에 대한 국민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작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추지하고 있다는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동필 장관은 “그동안처럼 경쟁력과 효율성을 높이는 농정을 펼치면서 여기에 농업분야 복지와 영세고령농업인과 같은 소외된 분야에 대한 배려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면서 “특히 농산물가격안정대책으로 예전에는 가격이 오르면 할당관세 등을 통해 시장에 개입했지만 지금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스스로 물가를 조절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신성범 의원도 이 장관의 농정철학과 비전을 확인하는 질문한 후 “농식품산업발전을 위한 집단토론회를 열고 농식품부 조직내에서 새정부와 이 장관의 철학을 공유해야 제대로 된 농정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에 반해 민주당 박민수 의원은 예정된 질의 대신 장관의 인사말을 하나씩 꼬집으며 질타했다.
박 의원은 “그동안 정부가 중장기 계획을 추진했는데 자급률 하락, 농가소득 정체, 농가의 양극화, 도농격차 확대 등으로 농정에 대한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는데, 이는 지난 20~30년간 정부의 잘못을 농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말이다”이라고 문제 삼았다.

박 의원은 또 “ICT 융복합 사업을 추진한다는데, 이는 소수의 농식품기업과 농업법인을 위한 사업으로 새정부가 배려하겠다는 다수의 영세 소농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박 의원은 “쌀직불금과 관련해 예산당국과 협의하고 있다는데 누구와 어떻게 하고 있는지 확인해 달라. 또 한우 폐업지원금 산정시 문제가 된 ‘수입기여도’ 문제를 적극 보완하겠다고 했는데, 농업인과 국회가 요구하는 것처럼 ‘제외’한다는 것인지 기준을 낮추겠다는 것인지 진의를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존재감’ 없는 농림축산식품부

새누리당 이완구 의원은 “정부가 지난 20년간 3차례에 걸쳐 206조원을 투자했지만 생산기반 정비와 영농규모화 등 일정 부분 성과를 제외하고 여러 가지 한계와 문제점만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역대 정부마다 농정철학이 달라 일률적인 평가는 한계가 있지만, 그동안 사업에 대한 평가보고서 하나 제대로 발간된 바 없고, 중복지원과 지원금 누수방지 등을 위한 기본 정보조차 갖추고 있지 않다”면서 “‘농업정책평가센터’를 설치해 농정을 지속적으로 관리·점검하고, ‘경쟁력’ ‘소득’ ‘복지’ 등을 다 잡기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농업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할 것”을 당부했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은 “정부조직법상 농림축산식품부의 임무로 정해놓은 사항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며 “존재이유가 없는 농식품부”라고 진단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농식품부의 주요임무는 ▲식량의 안정적 공급 ▲농업인의 소득 및 경영안정과 복지증진 ▲농업경쟁력 향상 ▲국제농업통상협력 ▲농산물 유통과 가격안정 등 5가지. 그러나 식량자급률과 곡물자급률이 급락했고, 농업소득 감소 및 도농간 소득격차 확대, 농업 총생산 감소세, 돌아오는 농촌이 아닌 떠나는 농촌, 소비자가격의 41%를 차지하는 농산물 유통비 등 근거를 들어 존재감이 없다고 지적했다.

“농업정책자금 금리 1%대로 인하해야”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수년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데 정부의 농업정책자금 대출금리는 10년째 3%를 유지하고 있다”며 “정부가 농업인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실제로 시중은행 평균 대출금리는 2001년 8.05%에서 2013년 7월 현재 4.9%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정책자금 금리는 2004년 이후 10년째 3%로 금리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의 정책자금 이차보전 정산금액이 크게 줄었다. 2004년 4,946억원에서 현재 1,036억원에 불과하다.

김 의원은 “FTA 영향 등 농업인의 어려운 경영환경을 고려해 정책자금 대출금리를 실질적 효과가 있는 수준인 1%대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같은 당 윤명희 의원은 “농업정책자금이 부적정대출, 부당사용 등 대부분 농협 등 취급기관의 과실(62%) 때문에 농업인에게 돌아가야 할 정책자금 수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개선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100억원 이상 자산가에 건강보험료 지원

민주당 배기운 의원은 “246억원의 고액재산가, 연소득 21억원의 부농까지 정부가 건강보험료의 절반을 지원했다”면서 “열악한 농업예산이 효율적으로 쓰이도록 건강보험료를 재산과 소득에 따라 차등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규정상 농어촌 지역에 거주하면서 농어업에 종사하면 건강보험료의 절반을 지원받을 수 있는데, 배 의원은 2012년 건강보험료 지원 상위 100명의 평균 재산은 32억6천만원, 지원 금액은 5억8천만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윤명희 의원도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국민연금지원사업도 마찬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바, 특히 고령농업인 중 47%만 수혜를 받고 있다”면서 “고령농업인의 경우 제도 이용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의 사회복지통합망, 농업경영체 정보와 같은 시스템을 활용해 수혜대상에서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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