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의 자부심·긍지 심어줘야

올해 10월 15일은 18주년을 맞는 세계여성농업인의 날이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가 여성농업인의 역할과 공헌을 인식시키기 위해 10월 15일을 ‘세계여성농업인의 날’로 제정한 것을 시작으로 각 나라에서 여성농업인을 위한 ‘여성농업인의 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전세계인구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농업인은 세계인류 식량생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여성농업인들은 농업노동, 농외소득 등의 기여도가 높은 데 반해 여성농업인의 지위는 여전히 열악하다. 이에 세계여성농업인의 날을 맞아 의미를 되새기고 방향을 살펴보려 한다.


‘세계여성농업인의 날’ 제정ㆍ배경
세계여성농업인의 날은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세계여성대회에서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가 식량을 대표하는 쌀과 그 인류 먹을거리 생산에서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여성농업인의 노고를 기리자는 뜻에서 ‘쌀의 날’과 같은 날로 제안했다.
이날을 계기로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고 여성농업인에 대한 투자와 권리를 보호하며, 지위향상을 위한 것이 목적이다.

1996년부터 본격적인 여성농업인의 날 제정을 위한 프로젝트가 마련되었고 캠페인 활동 등을 진행, 1997년 UN에서 공식적으로 ‘세계여성농업인의 날’이 선포됐다.
1997년 이후 시행된 세계여성농업인의 날은 ▲1998년 ‘모든 여성농업인에게 인간의 권리’, ▲1999년은 ‘여성농업인에게도 신용접근권을’, ▲2000년은 ‘생물종 다양성(생명유지와 존속)에 대한 경외’, ▲2001년은 ‘여성농업인의 전통적 지식과 기술을 존중하자’, ▲ 2002에는 ‘안전한 물을 마실 권리’, ▲2003년은 ‘정보와 통신기술에 대한 권리’, ▲2004년은 ‘의사결정에 대한 권리’, ▲2005년은 ‘리더의 책임과 약속 이행의 점검’, ▲2006년은 ‘적절한 주거에 대한 권리’, ▲2007년은 ‘기본식량에 대한 권리’, ▲2008년은 ‘여성농업인권리 자체로서의 발전’, ▲2009년은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권리’, ▲2010년은 ‘여성농업인 자신과 그 딸의 교육권’, ▲2011년은 ‘여성에게 땅(농지)과 재산상속권’ 등 매년 슬로건을 정해 선포하고 있다.

국가의 적극성이 필요한 여성농업인정책
선진국 유럽연합(EU)은 여성농업인을 지원하기 위해 1981년부터 5년 단위의 행동계획을 마련하고 모든 회원국이 여성정책 지침으로 삼도록 하고 있다. 스웨덴은 이미 1975년부터 핀란드는 1980년, 노르웨이는 1981년, 노르웨이는 1981년에 국가행동계획을 수립해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가까운 나라 일본은 매년 ‘농어촌여성의 날’을 지정해 농어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자부심을 강화하고 남녀공동참여주간을 설정해 농어업의 양성평등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국가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로 18회를 맞는 농업인의 날은 1996년부터 매년 11월 11일을 제정해 행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불평등한 처우와 차별, 남성우월주의 인습에 시달리고 있는 여성농업인은 하루 대부분을 농업과 가사노동에 종사하면서 사회적 권익은 차치하고라도 여성농업인들의 노고를 치할 수 있는 행사도 기념일도 없는 현실이다.

‘한국여성농어업인의 날’ 제정하자
농업선진국에서는 농가를 법인체로 인정하고 여성농업인을 직업종사자로 분류해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있다.
21세기에는 지식ㆍ정보의 집약적 진전과 노동력 감소 등으로 여성농업인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지역문화 발전과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 여성농업인들에게 사회적ㆍ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며, 하루 빨리 ‘여성농업인의 날’ 제정과 여성농업인이 전문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하다.

지난해 9월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은 매년 10월 15일을 ‘한국여성농어업인의 날’로 제정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여성농어업인의 날 취지에 적합한 행사를 개최할 수 있도록 ‘여성농어업인육성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여성농어업인의 날’ 제정은 지지부진한 상태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
사회적기여도가 높은 여성농업인들에게 ‘여성농업인의 날’을 하루 빨리 제정해 농업과 국가발전에 여성의 역할이 제대로 평가받게 하고 인정해 줘 여성농업인들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해줘야 할 때다.


인터뷰  홍미희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장


‘세계여성농업인의 날’ 여성농업인 대한 인식 변화기대

세계여성농업인의 날을 계기로 여성농업인들을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었으면 합니다.”
홍미희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장은 10월 15일 세계여성농업인의 날을 맞아 “매년 10월 15일 하루가 아닌 365일이 행복한 여성농업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농업인들을 위한 정책 인프라 구축, 일가정 양립 등을 위한 대안 마련에 여성농업계와 정부가 분발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홍 회장과의 일문일답.

■ 10월 15일은 세계여성농업인의 날이다. 한국여성농업인들에게 갖는 의미는.
유엔식량기구(FAO)는 여성농업인의 공헌을 알리고 사회·경제적 지위향상을 위해 10월 15일을 세계여성농업인의 날로 제정했다.
우리나라는 여성농업인이 농어촌 핵심인력으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사회적 지위가 낮고 정당한 평가를 갖기보다 농어촌 지역의 조력자의 역할로만 생각하고 있다.
10월 15일 세계여성농업인의 날은 이러한 인식들을 바꾸고 여성농업인들도 동등한 권리, 행복하고 당당한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며 살 수 있는 사회적 실현을 구현 시키고자 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여성농업인들의 롤모델인데 농촌사회 활동에 남편의 외조와 자녀 교육은 어땠나.
여성이 대내외적으로 사회적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인식 자체가 우리나라에서는 가정문제에 소홀 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성리더의 자리에서 그 역량을 펼치는데 가정살림과 자녀교육은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식상한 얘기일 수 있지만 그 비결은 ‘소통’ 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에서의 모든 관계가 대화, 소통으로 시작하는 것처럼, 가장 기본적이지만 그만큼 가장 중요한 것이 소통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적용이 되어야 하는 것은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공동체인 ‘가정’ 인 것 같다. 그래서 평소에 남편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려고 한다. 이러한 소통의 밑거름이 사회적 활동과 가정 사이에 균형을 잡아주는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 여성농업인들은 남성과 달리 일과 가정 양립의 고통을 받고 있다.
여성농업인들은 농업현장과 가정에서 역할을 충분히 다 하고 있음에도 그에 맞는 권리와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복지, 교육, 여가 생활 등 다양한 사회문화적 혜택에서 소외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여성농업인이 농업현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3%를 넘어가고 있으며, 이제 여성농업인은 보조자를 뛰어 넘어 농업에서의 핵심인력, 전문농업인력으로 농업·농촌 유지 발전의 명실상부한 주역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사회적 약자이자 소외된 자로서 수 겹의 굴레 속에서 어려움을 겪어온 여성농업인들의 사기와 긍지를 높일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여성농업인들이 여러 가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특별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많이들 좋아졌다 하지만 직업인으로서의 인정, 양성평등, 여성농업인의 권익향상, 삶의 질 향상 등을 위해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면서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 여성농업인을 위해 어떠한 시책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많은 시책들이 요구되지만 여성농업인들을 위한 정책의 인프라구축이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여성농업인 정책 추진 전담부서의 축소, 담당 공무원의 교체로 인한 업무로 연속성이 결여됐다. 전담부서 없이 정부부처의 농촌사회과에서 여성과 복지부분을 담당했고, 지자체에서는 농정과나 농업기술센터에서 담당하면서 여성농업인과 관련된 정책 및 지원들이 열악한 것도 사실이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사회과가 농촌여성복지과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그동안 여성농업인단체가 함께 요구해 온 여성농업인 전담부서가 부활됐다. 여성농업인들은 긍정적인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여성농업인은 이중차별과 가부장적 사회구조 속에서 경제, 정치, 사회, 문화, 교육, 가족 등의 모든 영역에서 불합리한 처우를 받아왔다. 이번 정부부처의 여성농업인 담당과의 부활로 지자체에서까지 여성농업인 전담부서가 마련돼 여성농업인들을 위한 정책을 함께 펼쳐주었으면 한다.
이밖에도 여성농업인의 법적·사회적 지위 확보, 여성농업인 복지정책 수립, 여성농업인 후계 인력 육성 등도 필요하다.

■ 한국여성농업인들을 대표해서 해주고 싶은 말은.
여성농업인이 농업과 농촌에서 차지하는 질적·양적 비중이 급속히 커져가고, 핵심적인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농업·농촌 유지 발전을 위한 농정의 중요 대상자이자 정책 대상임에도 사회적 지위, 농업정책 및 법률 그리고 지원 등에서 여전히 배제되어 있다.

현재 위와 같은 내용들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농업인 육성 정책을 정부부처에서 발표해 시행 중에 있지만 아직은 미약한 상태이다. 여성농업인의 문제는 농업·농촌의 문제와 여성문제의 양 측면에서 다루어져야 하면서도 동시에 모두 소외될 우려가 있다.
이에 여성농업인 육성 정책의 실효성 증대를 위해 우리 스스로의 자발적 참여와 관심 그리고 끊임없는 배움의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여성농업인인 스스로가 여성농업인을 위해 노력한다면 10월 15일 하루가 아닌 365일을 여성농업인이 ‘살만하다’라고 느낄 수 있는 날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정진해야 할 것이다. 농업·농촌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헌신하는 우리 여성농업인들을 위해 사단법인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가 정책적으로 보좌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할 것을 약속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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