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영 균
국립산림과학원장


드디어 밤낮 없이 기운을 빼놓던 더위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가을이 시작되려 한다. 여름 동안 계곡이나 바다에서 활동적인 피서를 즐겼다면 이젠 눈을 즐겁게 하는 문화 활동으로 정서를 촉촉하게 만드는 건 어떨까.

가을을 맞아 나들이객들의 관심이 전남 순천의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로 향하고 있다. 4월부터 개최돼 오는 10월까지 6개월 동안 열리는 국제정원박람회는 하루 방문객이 10,000명을 넘어설 만큼 그 열기가 뜨겁다. 8월 말 현재 260만 명이 국제정원박람회를 다녀갔고, 주최 측에서는 예상입장객 수 400만 명을 무난하게 초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 5대 연안습지 중 하나인 순천만 갈대밭을 배경으로 열린 이번 국제정원박람회는 생태도시를 표방하는 순천의 청결한 이미지와 잘 어우러져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거기엔 산림청을 비롯한 유관 기관의 적극적인 후원과 자원봉사자의 헌신, 조직위원회의 능동적인 대처 등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국제정원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은 평소 가꾸고 싶은 정원의 모델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5대양 6대주 세계 각국의 전통정원 11개소를 비롯한 23개국의 83개 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이 행사는 조경, 특히 정원문화에 대한 안목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또한, 각 나라별 정원양식 및 특징을 살핌으로써 전통, 환경, 역사 등을 비교해 볼 수도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식물검역 문제나 지리적인 온도차이, 비용문제 등에 의해 나라별로 식재돼 있는 수종 대부분이 외국이 아닌 국내에서 조달됐기 때문에 그 나라의 특색을 완벽히 재현해내지 못하는 듯하다. 하지만 나라별 정원 양식은 각각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어 정원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관심이 있는 시민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열렸던 대규모 국제행사들은 행사 종료 후 장소 및 건물의 유지보수나 재활용 등에 따른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국제정원박람회는 10월 하순에 행사가 끝나도 시설물을 그대로 보존한다고 한다. 특히, 식재된 나무의 수형을 다듬고 잘 가꾼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명소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건물은 세월이 갈수록 고전미가 더해지고 나무는 고태가 나면서 장관을 이루게 될 것이다.

이를 봤을 때 국제정원박람회 시설은 갈대숲과 함께 순천을 알리는 상징물로서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과 이웃한 중국의 정원은 자연 환경을 감상하는 데 근간을 두고 항상 자연을 표현한다. 중국의 정원과 산수화를 보면 자연을 지배하는 대상이 아니라, 명상을 함으로써 기쁨을 누리는 공간으로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일본의 정원은 바위의 배치, 그림자의 형태, 식물의 조화 등 세밀한 부분에 상징적·비유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이렇듯 각 나라별 정원이 지닌 특징을 사전에 알고 정원박람회를 방문한다면 더 많은 부분을 보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국제정원박람회의 높은 인기는 정원문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이런 욕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정원에 어울리는 수종개발에 힘쓰고 있으며, 현재는 기후 온난화에 대비해 난대상록활엽수의 수종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와 더불어 꽃향기가 매혹적인 수종, 손질을 덜 해도 아름다운 수형을 갖출 수 있는 수종, 불리한 환경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수종, 병해충에 강한 수종 등의 개발이 이뤄지면 국민이 기호에 맞게 조경 수종을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질 것이다. 또한, 발굴된 품종의 대량생산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친환경 병해충 방제물질개발에도 전력을 쏟고 있어 추후의 변화가 기대된다.

100여 년간 축적돼 온 산림과학기술의 역사가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통해 비로소 꽃을 피우는 듯하다. ‘지구의 정원 순천만, 생명을 심다.’는 슬로건 아래 시작된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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