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연금제도는 효도상품? 해약률 21.7%… 제도개선 돼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지난 24일 진행한 농어촌공사 국정감사에서는 농지연금제도 개선, 해외농업개발사업 관리감독 부실, 농업기반시설 유지·보수 미흡, 방만한 직원 복지혜택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한 달전 부임한 이상무 신임사장은 업무파악이 다소 부족했다는 질책을 들었지만 대부분 지적에 대해 인정하고 개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국정감사 내용을 요약한다.


농지연금 해약률 21.7% 대책 세워야


자식보다 낫다는 농지연금의 해약률이 높아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농지연금 가입자는 지난 9월 기준으로 2,849명인데 지난 2011년 이후 지금까지 해약한 농업인이 무려 618명(21.7%)에 달한다.
민주당 황주홍 의원은 “주택연금의 해약률은 전체 1만6,167건 중 1,220건 7.5%로 농지연금의 3분의 1 수준 밖에 안된다”며 해약률을 줄이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황 의원은 “해약 사유의 40%가 자녀들의 반대 때문으로 나타났는데, 농지연금 혜택이 주택연금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이다”면서 “농지연금을 효도상품이라고 감성을 자극하는 홍보에 열을 올리기 전에 자녀들이 기꺼이 부모에게 권할 수 있는 ‘좋은 상품’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 황 의원은 “현재 부부 모두 65세 이상돼야 가입할 수 있도록 한 연령기준도 부부의 나이차이가 상대적으로 큰 농촌 다문화가정을 고려해 개선할 필요가 있고, 채무금액에 대한 이자율도 시중금리 인하 추세를 반영해 2%대로 인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신성범 의원은 “상품 유형별로 가입자의 70%가 기간형에 가입했는데, 종신형에 비해 연금액이 커서 대체로 단기 자금이 필요한 농업인이 가입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이는 농지연금 취지인 ‘노후생활 보장’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며 해약 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을 주문했다. 특히 신 의원은 “가입해약을 권하는 자녀들을 나무라기보다 담보로 맡긴 농지를 자녀들이 쉽게 회수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농업인이 부담하는 감정평가 비용 처리방식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외농업개발사업 지원체계 손질해야”

새누리당 이완구 의원은 “최근 몇 년간 해외농업개발사업에 1천억원이 투입됐는데 국내로 반입된 곡물 등 농산물은 고작 3~4톤에 불과하다”며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는데도 사업실적이 극히 저조한 이유를 따져 물었다.
이 의원은 “최근 지원대상업자가 투자금으로 국내에서 부동산 투기를 한 사건은 엉터리 같은 지원체계 때문이다”고 단언하고 “사업대상자 선정부터 사업성과 평가까지 관리감독할 수 있는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4대강 리모델링 농경지 ‘농사 부적합’

민주당 배기운 의원은 4대강 사업에서 발생하는 준설토로 농경지를 리모델링한 후 벼농사를 망친 전남 나주지역의 사례를 들고 “농경지 리모델링 지역에 대한 토양성분조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았는데도 조사결과를 통보하지 않아 농업인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피해보상대책을 요구했다.

배 의원에 따르면 농경지를 리모델링한 나주지역 농업인들은 지난해와 올해 2차례에 걸쳐 벼농사를 망쳤다. 농업인들은 리모델링한 토양의 성분 문제를 제기했고, 농촌진흥청의 토양성분조사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농어촌공사는 이미 지난해 4월 중간보고서와 12월 완결보고서를 통해 이 사실을 알았음에도 사업시행사로서 피해보상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4대강 준설토를 운반해 성토한 시공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배 의원은 “농어촌공사가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실을 빨리 통보했다면 농가가 비료살포량을 늘리는 등 조치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조사결과가 공개될 경우 4대강 사업의 허구성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사실을 은폐한 것”이라며 “농민들의 피해보상 요구를 적극 수용하는 등 사업시행사로서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질책했다.

같은 당 황주홍 의원은 “농경지리모델링을 추진했던 140여 지구에서도 얼마든지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 리모델링에 따른 피해가 확인되면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과 함께 영농피해에 대한 보상을 실시해야 한다”고 대책마련을 주문했다.

농업기반시설 유지 예산 신규 농지 확보에 투입

농어촌공사가 농업기반시설을 유지관리하는 데 쓸 예산을 수자원 확보, 생산효율화, 대단위 및 간척사업 등 신규 농지와 수자원을 확보하는데 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 박민수 의원은 “국회는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 등 4대강 사업 관련 예산 때문에 배정하지 못했던 노후된 수리시설 개보수 등에 필요예산으로 올해 1조3천억원을 배정했다”고 밝히고 “그러나 농식품부와 공사는 이 예산을 경지정리, 수리시설 증설 등 신규 농지 및 수리시설 마련에 배정한 이유가 뭔가”라고 질타했다.

박 의원은 “시장개방, 농산물 가격하락 등으로 농업인구가 해마다 감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벼 재배면적 역시 증가하고 쌀도 남아도는 상황에서 농업기반 신규사업에 치중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수리시설이나 농지 배수로에 대한 민원이 큰데, 이런 시설을 제대로 관리만 해도 농가소득 향상에 큰 도움이 되는 만큼 개보수 예산을 충분히 편성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저수지 10곳 중 8곳 설계홍수량 기준 미달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저수지 10곳 중 8곳 이상이 10년전 개정된 설계홍수량 적용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에 따르면 공사가 관리하는 저수지 3,372개소 가운데 2003년 설계홍수량 적용기준에 적합한 곳은 전체의 14.3%에 불과한 482개소다. 나머지 2,890개소(85.7%)는 기준에 미달됐다. 특히 1969년 기준인 100년 빈도 홍수량 기준마저 충족시키지 못하는 저수지도 227개소(6.7%)에 달했다.

김 의원은 “기상이변으로 수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상황에서 상당수 저수지가 설계홍수량 기준에 미달하는 것은 문제”라며 “저수지 개보수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김 의원은 “전국 825개 저수지와 담수호에서 공급한 농업용수의 16.7%가 수질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전체 논 경지면적의 5분의 1이 오염된 농업용수를 사용한 것인데, 이는 결국 많은 국민이 기준 이하의 농업용수로 재배된 쌀을 먹고 있는 셈이다”며 농업용수 수질개선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조원 부채에도 성과급 잔치

매년 부채가 늘어나는데도 임직원에게 과도한 복지혜택을 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새누리당 이운룡 의원은 “매년 4조~6조원에 달하는 부채 때문에 경영상태가 나빠지고 있는데도 공사는 직원들에게 초저리로 주택구입자금을 지원하고 성과급을 과다 지급하는 등 과도한 복지혜택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공사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2.3% 금리로 주택구입자금을 지원, 최근 6년 간 720명이 413억여원을 융자받았다. 또 주택임차 자금도 2.3%의 초저리로 같은 기간 815명에게 328억여원을 지원했다. 더구나 지난 5년 간 임직원에게 3,531억원의 성과급을 지급, 올해 기준 직원 1인당 평균 1,436만원을 받아갔다. 특히 출근도 하지 않은 장기 교육훈련자에게도 16억여원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최근 6년 간 대학생 자녀가 있는 직원에게 무이자 학자금 대출 186억여원을 지원했고 입학축하금(1인당 100만원)과 재학생 장학금(1인당 50만원)으로 25억여원을 줬다.

‘어촌’ 외면하는 농어촌공사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농어촌공사의 비전은 어촌이 포함된 ‘농어촌에 희망주고 국민에게 신뢰 받은 일등 공기업’으로 돼 있지만 공사의 어촌, 어업 정책은 모두 말로만 떠는 사탕발림이고 농촌, 농업을 위한 들러리에 불과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 의원은 그 이유로 공사가 중장기 경영목표에 ‘농가소득 5천800만원’이라고 명기했지만 ‘어가소득’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과 농어촌공사의 주요 업무 6가지 가운데 ‘어촌’업무가 있지만 세부사업에는 어업, 어촌관련 사업이 없는 점, 어업·어촌 관련 조직의 인원과 예산이 미미하고, 지난 2년간 전임 사장의 지시사항에 어업, 어촌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하 의원은 “지금 일본 방사능 오염 여파로 국내 수산물 업계의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태”라며 “어촌 및 어가 소득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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