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가공업체 반발… 가격상승 우려

정부, 가공용 쌀 계약재배 지원 중단


“계약재배는 내년부터 농가와 업체가 직접 (계약)하도록 검토하고 있다. 기존 시범사업으로 ha당 220만원을 지원하던 것이 없어지는 것이다. 시장가격에 준한 계약으로 농가와 업체간 계약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시장가격에 의한 계약재배다. 가공용쌀은 단수가 높기 때문에 일반 쌀보다 낮은 단가에 업체가 인수하더라도 농가는 조수익을 높일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의 말 한마디가 쌀가공산업 관련 이슈를 모조리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계약재배에 참여하는 농가는 물론, 가공업체까지 반발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쌀의 우수성 및 가공이용 확대방안’ 심포지엄에 참석한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 동안 시범사업으로 진행된 가공용쌀 계약재배에 대한 지원 중단의사를 밝혔다. 이미 지난 6월경 내년 예산안 작업에서 가공용쌀 계약재배 관련 예산이 빠진 것이 아니냐는 업계의 소문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쌀가공산업은 지난 2011년 11월 ‘쌀가공산업 육성 및 쌀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쌀가공산업육성법) 제정에 따라 새로운 도약을 꿈꿔왔다. 관련 법률에 따라 농식품부 장관이 정하는 쌀가공산업육성 5개년 계획을 기대하며, 시설투자와 신제품 개발 등을 진행해 왔다.

특히 쌀가공산업이 도약을 위한 핵심으로 손꼽아 왔던 것이 가공용쌀 계약재배다. 올해까지 3년차가 진행되면서 불규칙한 생산량과 계약단가에 대한 농가와 가공업체의 조율 등 노하우가 쌓이면서 차츰 신뢰가 형성되고 있는 이때, 정부가 찬물을 끼얹진 것이다.

이날 심포지엄 참석을 위해 콤바인 작업까지 멈추고 김제에서 올라왔다는 한 농민은 “2년 동안 가공용쌀 계약재배 시범사업에 참여해 왔는데, 내년부터 정부 지원이 없어진다는 소문 때문에 농가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밝힌 다수확품종의 생산량이 농가마다 들쭉날쭉해 지역에 맞는 품종개발을 통해 본사업을 진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가공업체 관계자들도 “현실을 전혀 모르는 발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한 업체 관계자는 “연구자들이 말하는 수량이 현장에서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농가와 업체간 1:1 계약을, 그것도 시가에 따라 계약하라는 것은 현실을 전혀 모르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관련 전문가들도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농가와 업체간 직접 계약은 1차 가공에 대한 문제를 발생시키며, 이에 대한 추가비용은 결국 원료쌀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업체 입장에서 봄부터 계약재배 농가를 모집하고, 중간 중간 작황 점검과 수확기 시장가격에 따른 최종 수매가격 협상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치느니 차라리 시장에서 구입하는 간편한 방식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정부 입장에서도 가공용쌀이 일반 밥쌀 시장에 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별도의 제도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11~2013년 진행된 가공용쌀 계약재배 시범사업에서는 농가와 RPC가 약정을 맺고, RPC와 가공업체를 대표한 한국쌀가공식품협회가 약정을 체결한 후 수매 및 가공 후 업체에 나눠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자체들은 농가의 안정적 판로확보를 위해 계약재배를 적극 장려했고, 전북의 경우 전년(533ha) 대비 2배 이상 재배면적(1177ha)이 늘어나면서 농가소득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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