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영 균
국립산림과학원장


최근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사회적 욕구가 높아지면서 천연소재 및 기능성 물질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런 요구를 반영, 특수임산 분야에서는 한지, 옻칠 등과 같은 전통문화 산물을 IT·BT·NT 기술과 접목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난대수종으로부터 식·의약 원천소재를 발굴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특수임산물이란 일반용재 외에 특수용도로 이용하려고 생산하는 임산물 즉, 한지, 염료, 도료, 유지, 임산탄화물(죽탄, 목탄 등), 죽재, 수액, 식·의약 천연소재(기능성 물질) 등을 말한다. 국내의 한지, 도료, 염료 같은 일부 특수임산 관련 기술은 전통 방식 및 수공업 형태를 지닌 것이 대다수이다. 이 분야는 노동의 강도가 세고 영세하기 때문에 그 명맥이 이미 단절됐거나 유지만 되는 정도인 경우가 많다.

또한 시장규모도 매우 작아 R&D 투자가 빈약하고 지속적인 연구가 어렵기 때문에 이들 원자재 산물 및 유사제품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황을 봤을 때 우리나라의 임업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특수임산물의 고부가가치화에 대한 연구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특수임산물 분야는 새로운 의약품원료, 식품첨가제, 화장품원료, 천연염료, 향신료 등 신기능성 물질들을 통해 미래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생활문화창조형 산업인 한지 분야에서는 인피섬유자원과 BT·NT기술의 접목을 통해 한국고유브랜드로서의 특수필터, 고문화재 보수용지 개발 등이 가능하다. 또 다른 분야인 천연염료를 살펴보면, 현재 유효 성분의 기능성 검증에 대한 물리·화학적 특성 및 생산이용기술 체계가 확립되지 않아 대규모 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한계는 염료 감응형 연료전지 같은 첨단과학을 접목시킨 환경친화적 기술개발과 신수요 창출을 위한 임산염료 수종의 물질 구명, 이용 고도화에 관한 연구개발을 통해 극복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옻칠과 황칠 등 임산수지분야는 아직까지 약 100년 전의 생산기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데 이런 비효율적 정제기술이 아닌 IT·NT 기술을 접목한 대량생산, 고품질 생산기술이 활용되어야 한다. 옻칠의 경우 내수성, 내열성, 전자파 흡수, 원적외선 방출, 방오 효과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스텔스기, 잠수함, 선박, 해저케이블 등의 도장용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다양한 생물자원을 활용한 천연물신약 개발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남부지역에 자생하는 난대수종 등을 이용해 천연정밀화학과 식·의약 원천소재 연구 등과 같은 생물소재화 연구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수임산연구 분야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인적자원 및 장비의 구축이 중요하다. 현재 정체돼 있는 특수임산연구 분야의 새로운 전환점 마련을 위해 국가 차원의 예산 및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국가 주도형 특수임산분야의 R&D 기술개발 사업을 확장하고,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특수임산 관련 전담 기관 및 부서가 반드시 설치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립산림과학원은 난대수종이 풍부한 남부지역 및 지리산권역의 지리적 이점과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이 유리한 남부산림자원연구소에서 특수임산분야의 연구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 일환으로 연구의 원천 소재 공급을 원활히 하고자 1994년부터 진주 월아시험림의 특수임산 유전자원 보존원 225ha에 염료, 유지, 도료, 인피섬유, 수액, 방향물질, 활성물질, 향신료, 탄닌 등 9개 기능이 있는 72개 수종을 식재·관리해오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특수임산분야를 현 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창조경제에 부합하는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발전시키고자 앞으로도 심도 있는 연구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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