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마케팅’으로 쌀 신화 쓰고 있는 피부호 씨


글 싣는 순서
Ⅰ. 귀농후 사과 전문가로, 충북 영동 장인횡 대표
Ⅱ. 친환경 유기농 계란으로 승승장구, 전남 담양 송홍주 대표
Ⅲ. 독특한 마케팅으로 쌀 신화 쓰다. 경기 가평 피부호 씨
Ⅳ. 과감한 신기술 도입으로 독보적 경쟁력 확보, 전남 보성 오치순 씨
Ⅴ. 내손으로 만든 사료로 한우 사육, 전북 김제 고완식 대표.
Ⅵ. 농사꾼에서 기업인으로 성장하는 경기 화성 박조한 대표.




FTA 등 개방화 물결이 거세 가운데 외국산 농축산물이 범람하는 위기에 직면한 우리 농업·농촌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위기 속에서 농업인들은 외국산 농산물에 밀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특히 남들과 차별화된 농법을 전개하며 경쟁력을 확보한 농업인들도 만만치 않게 많다. 본지는 농촌진흥청과 공동으로 ‘위기를 기회로 삼은 성공스토리’를 총 6회로 나눠 소개코자 한다.


쌀은 단순히 농산물이라 칭할 수 없는 민족의 얼이 깃든 우리 농업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다.
한 때는 쌀 10가마를 팔면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지금 시대는 40가마를 팔아도 겨우 턱걸이 수준에 불과하다. 물가 상승률에 쌀값이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탓이 크다. 그나마 규모화를 꽤한 농가들은 그럭저럭 버틸 수 있다지만 대다수의 농가들은 더 이상 쌀농사는 희망이 없다는 절망의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누구나 똑같은 쌀을 생산하고, 전국에 2,000여 가지가 넘는 쌀 브랜드가 판을 치고 있는 현실에서 독특한 마케팅을 추구해 부농 반열에 올라서 전국 쌀재배 농가들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피부호 씨.
남들은 죽겠다는 목소리가 전혀 딴 세상 소리로 들릴 만큼 피 씨의 쌀농사는 독특하고 기발하다. 피 씨는 차별화된 마케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명품마케팅, VIP마케팅, 귀족마케팅을 주 전략으로 삼았다. 기존의 일반 쌀로는 농가소득 확보가 쉽지 않고 판매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에 착안해 고급화 한 것이다. VIP 마케팅을 통해 억대 소득을 올리고 있는 피 씨를 만나봤다.

고객을 정해놓고 마케팅 펼쳐

황금 들녘만큼 그곳에서 보이는 우리 농부들, 그 어떤 명화와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는 아름다운 우리네 농촌 풍경이다.
경기도 가평군, 그 중에서도 요즘 많은 수험생을 둔 부모들에게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물 맑은 세상 합격쌀’의 주인공이 피부호 씨다. 

“미래의 주역인 젊은 학생들의 건강한 성장과 합격을 기원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담은 쌀이에요. 품질이야 당연히 합격이죠.”
그가 출시한 합격쌀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경기도 쌀 품평회에서 우수, 최우수, 대상을 받았을 만큼 미질이 좋고 밥맛이 뛰어나다. 더군다나 요즘 트랜드인 친환경으로 재배된 쌀이라 소비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합격쌀은 지난 2002년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일반적인 브랜드 쌀이 10kg, 20kg 단위로 판매되는 것과 달리 4kg과 8kg으로 판매되며 포장도 광목자루에 정성들여 싸여져 판매됐다.
“국내 시장에 쌀 브랜드가 얼마나 많습니까. 요즘은 외국 브랜드 쌀도 많잖아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눈팔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해요. 최고의 품질을 가진 쌀을 생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선택했던 것이 주효했습니다.”

피 씨는 늘 한발 앞서 생각하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누구보다 먼저 기계화에 힘을 쏟았고, 가평이 갖고 있는 최상의 자연조건을 이용해 가평 최초로 오리 농법을 시작했으며, 2004년부터는 우렁이 농법으로 전환해 친환경 쌀을 생산하고 있다.
“우렁이 농법을 하는 곳은 전국에 많아요. 웰빙, 웰빙하는 시대라서 친환경농산물의 수요가 많죠. 거기에 더 나아가 VIP고객을 위한 명품 마케팅이 필요합니다. 정말 최고 중의 최고의 쌀을 파는 거죠. 명품 쌀이 나오려면 재배부터 건조, 저장, 도정의 전 과정을 완벽하게 관리해야 해요.”

고객을 선택한다-VIP 마케팅

피 씨의 ‘합격쌀’ 판매방식은 일반 정부 수매 등의 유통과정을 거쳐서 판매하는 많은 벼 재배 농가와는 확연한 차별성을 두고 있다. 그는 지역 농가들의 협업을 이끌어 내 인근 지역사회를 융합하고 전통문화와 각종 문화예술, 동호회 활동을 지역농산물 판매에 접목시킴으로써 농가간 협업 유도 및 네트워크 형성을 활용해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그래서 일반적인 프로모션이 아닌 충성도가 높은 고객 간 구전 효과를 통해 퍼져 나가도록 했으며 적극적으로 고객과의 만남을 가졌다.

이를 위해 가평군내 골프장을 찾아갔고, 현대백화점과 명품샵의 문을 수없이 두드렸으며 기업선물용 및 명절용 상품으로 손색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VIP 고객 확보와 관리에 주력했다. 물론 홈페이지를 통해 주문하는 고객에게도 적극적으로 판매했다.

피 씨는 벼 수확후 건조는 개량곳간과 순환식 통풍시설을 이용하고 있으며, 건조기를 사용할 때 적정온도 유지에 특히 유의하고 있다. 쌀의 미질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품질 쌀 생산의 마지막 단계인 완전미 생산을 위해 지난 2003년 7억원을 투자해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도정시설을 갖추었다. 

“다도의 정신은 화(和, 부드러운 마음), 경(敬, 올바른 예절), 검(儉, 검소한 생활), 진(眞, 진실한 품성)으로 압축됩니다. 이 정신을 늘 생각하며 실천해요. 그렇게 함으로써 내 인품이 훌륭하게 되고 그러면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요. 그 곧은 심성으로 정직하게 물건을 만들어 팔면 신용이랑 프리미엄이 생깁니다.”

피 씨의 경영 철학을 한 마리도 정의하면 곧, 심지(心地) 비즈니스다. 진심을 다하면 그 마음이 전해져 몇 배 더 값진 것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도 땀을 흘릴 수 있는 것이다.  그는 향후 고품질 상품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며, 자연 및 문화, 예술을 쌀이라는 매개체에 접목시켜 상품화하는데 더욱 노력할 계획이다.

또한 인근 농가와 활발한 교류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나갈 예정이며 서울 및 인근 기업과의 자매결연도 추진 중이다.
“누구나 쌀을 생산할 수 있지만 얼마만큼 그 쌀의 가치를 존중받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느냐는 농업인들의 몫입니다. ‘귀찮다’, ‘안되겠지’ 라는 부정적인 시각보다는 열린 자세로 ‘반드시 할 수 있다’라는 긍정의 사고를 가진다면 남들보다 차별화된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피부호 대표의 성공 포인트
 -우렁이, 오리농법을 통한 무농약 친환경쌀 재배. 명품마케팅의 기본은 친환경쌀 생산.
 -소규모 포장으로 쌀의 특성을 살려 고객만족을 유도하고 제품의 질 향상.
 -자체 건조, 도정기계를 두고 직접 관리를 해 쌀의 품질을 균일하게 제공, 상온통풍건조시스템을 도입해 햇살에 직접 말린 맛이 나게 해 품질 고급화. 
 -포장의 고급화를 통해 제품의 가치를 올렸다. 합격쌀의 포장은 고급 광목 포장으로 포장부터 차별화요소를 넣어 명품, 고급 컨셉에 맞춰 마케팅 전략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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