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범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


한중 FTA 협상이 계속 진행되는 가운데 중국의 농업과 농산물 유통시장을 살펴보기 위한 해외연수를 간다는 것은 농업인단체 사무총장으로서 쉽게 결정할 수 없는 하나의 도전이었다. 왜냐하면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호랑이굴에 들어가야지 호랑이를 잡을 수 있지 않겠냐는 답이 있을 것이고, 다른 한편은 현재 진행중인 한중 FTA 협상의 정당성을 보여주기 위한 일례적인 행사이지 않을까 라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이 있듯이 중국 농민들의 삶과 생산 및 유통, 중국 사회의 변화 정도 등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리라는 판단에 참여를 하게 되었다. 이번 조사는 중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나라 농업관련 기업들(종가집김치, 농우바이오 현지법인)의 중국 시장 진출 현황과 북경의 전통시장, 산동성 수광 채소도매시장, 롯데마트 및 상해 팔반백화점 등 대형유통매장, 연태과수연구소, 온실재배단지 등을 볼 수 있었다.

중국의 농산물 유통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비해 열악하다. 대도시 마트를 중심으로 선별 및 세척된 농산물이 비치되고 있으며, 가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저렴하지 않았다. 도매시장은 우리나라 70년대 수준으로 기초적인 선별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채 유입되어 중도매인이 시장 내에서 직접 수작업을 통해 선별 및 재포장 작업을 하고 있었다.

도매 및 소비시장에서 소비되고 있는 과채류 품목은 소비되는 품종이 달라 모든 제품이 우리나라 시장으로의 유입이 어려울 수 있으나 한국인의 기호에 맞는 품종을 재배한다면 저렴한 인건비와 토지비용으로 저가의 물량공세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생겼다. 여기에 식량작물 뿐만 아니라 과일 및 채소 생산규모가 매년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사실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이러한 우려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손교에 위치한 온실재배단지 및 연태시 사과단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간척지를 중심으로 한 기업의 대규모 온실재배단지 구축이 농업문제로 최근에 대두되었다시피 중국도 넓은 토지를 기반으로 규모화 된 유리온실은 자국 내 소비처를 찾는 것이 아닌 당장에 수출농업으로 전환 가능한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다양한 기후대는 시설투자 없이도 노지에서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것도 큰 우려점이다.

현지조사 참가자들은 공통으로 느꼈을 것이다. 1인당 경지면적은 우리의 3분의 1의 수준 밖에 되지는 않지만 하나의 단지로 보았을 때 규모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가 말하는 산지조직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냉장저온 유통체계 부재, 질적인 생산보다는 다수확 중심의 생산체계 등 단시간에 내에 우리 농업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농가소득을 올리기 위해서 수출중심의 농업정책을 펼친다면 단시간 내에 한국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 또한 엿볼 수 있었다.

우리는 이미 연속적인 FTA 추진과 구조조정으로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농축산물의 수출경쟁력 강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하지만 농업, 농촌은 농가소득 감소와 양극화 심화, 농가부채 증가, 고령화 심화 등의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의 중국 수출은 소수의 기업농과 자본이 결합되어 수입농산물 원료로 가공한 제품을 수출하거나 특정 품목을 수출하는 형태이지 장기적으로 한국농업의 지속가능성과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식량주권을 실현하는 길이 아님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중국 역시나 가까운 나라이긴 하지만 우리가 품기에는 너무나 큰 공룡임을 인지하고 올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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