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임산물 ‘더덕’, 농촌경제 활성화 기대

봄, 가을로 산을 오르며 청명한 하늘과 붉게 물든 낙엽을 즐기는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낙엽과 풀들을 헤치고 양지바른 산기슭을 걷다 보면 가끔 어디선가 향긋하고 쌉쌀한 향이 코끝을 두드린다. 그것은 바로 더덕의 향이다. 더덕은 단기소득작물로 산림청 권장 임산물 중 하나다.
많은 농업인들과 일반인들은 더덕이 임산물이라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더덕은 주로 봄과 가을에 수확을 하는데, 그중 가을 더덕은 깊은 맛과 풍미를 지니고 있다.


■ 직파, 종근재배로 더덕 번식

산림청 더덕 재배 매뉴얼에 따르면 더덕의 번식방법은 직파재배와 종근재배가 있다. 직파재배는 씨앗을 직접 뿌려 재배하는 방법이다. 밭에는 종자를 파종해 2〜3년간 재배하고, 산간지에는 종자 파종 후 4〜5년간 재배한 뒤 수확해 시장에 출하한다. 종근 이식재배는 1〜2년간 육묘 후 수확해 시장에 출하한다. 직파재배는 시장에 출하하는 기간이 오래 걸리며, 종근 이식재배는 여러 갈래의 뿌리로 자란다는 단점이 있다.

■ 조직배양으로 대량생산 가능해져

최근 산림생명공학 분야의 연구로 조직배양 방법을 이용, 기내에서 고농도 탄소원(설탕)처리를 통해 소괴근(기내에서 생산된 길이 3〜5cm정도의 비대뿌리)을 대량생산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런 기술은 종자와 종근재배 시 생기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소괴근은 종자와 달리 휴면타파가 필요치 않고, 장기 저온저장이 가능하며, 파종 1〜2년이면 수확이 가능하다. 수확한 뿌리의 형태 역시 갈래 뿌리의 출현이 적다. 이런 방법을 통해 향이나 생육이 우수하고 뿌리표피의 색이 붉은색이나 청색을 띄는 개체들의 대량생산이 가능해 산업화를 위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 동의보감 속 약효 현대과학으로 증명

가을에 캐낸 더덕이 몸에 좋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가을철 더덕뿌리에는 혹독한 겨울을 견디기 위해 여름부터 축적된 여러 가지 대사물질들이 있어 영양분이 가득하다. 동의보감에서는 더덕을 사삼(沙參)이라 부르며, ‘성질이 약간 차고 맛이 쓰며 독이 없다. 비위를 보하고 폐기를 보충해 주는데 산기(疝氣)로 음낭이 처진 것을 치료한다.

또한 고름을 빨아내고 종독(腫毒)을 삭히며 풍기(風氣)를 헤친다’고 설명하고 있다. 400년 전 편찬된 동의보감 속 더덕에 대한 약효가 현대에 이르러 과학적으로 연구, 증명되고 있다. 실제로 이전부터 더덕의 약리효과에 대한 연구는 많이 이뤄져왔으나, 그 성분과 약효가 구체적으로 밝혀지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사포닌성분으로 비만, 염증질환 치료 기대


더덕은 인삼과 같이 사포닌이 주요한 성분을 이루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더덕의 사포닌은 트리터페노이드(triterpenoid)계 사포닌인 lancemaside A, lancemaside B, lancemaside C, lancemaside E, lancemaside G, foetidissimoside A, aster saponin Hb로 총 7가지이다. 일본 연구진들이 한국산 더덕과 일본산 더덕 뿌리의 7가지 사포닌 함량을 비교한 결과, 한국산 더덕의 사포닌 함량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덕뿌리 추출물은 체내 지질축적을 억제해 항비만 및 비만 치료에 효능이 있다.

또한, 심리적인 스트레스에 의해 감소되는 것으로 알려진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농도감소를 억제하는 데 효과를 보인다. 이와 관련해서는 더덕 뿌리 추출물이 포함된 영양보조제가 남성갱년기 증후군의 주요 원인인 안드로젠(남성 생식계의 성장과 발달에 미치는 남성호르몬의 총칭)호르몬 감소를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특히, 7가지 더덕 사포닌 중 가장 많이 함유된 사포닌 lancemaside A는 기억력과 학습주의력 결핍을 개선하고 피부염과 같은 염증질환에 효과가 있다. 이렇듯 더덕은 현대 과학을 통해 점차 그 성분과 효능이 밝혀지고 있어 앞으로 상품성이 있는 소재로 소비자의 각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 건강식품·의약품 원료로 농가소득 창출 기대

▲ 생물반응기
더덕사포닌과 추출물 등의 효과가 입증되기 시작하면서, 구이나 무침 같은 음식으로만 여겨지던 더덕이 이제는 건강식품·의약품 원료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최근 식물추출물 포함 건강보조제 및 신약 등이 의약품 시장에서 두드러지는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산림생명공학 분야에서는 더덕을 활용한 천연물 유래 의약품을 만들고자 더덕의 기내 대량 생산방법 및 특정 사포닌 함량 증진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천연물 대량생산 준비단계인 생물반응기에서 더덕부정근 대량증식 체계를 확립하는 등, 상업적 실용화 가능성을 열고 있다. 또한, 사포닌 함량 증가를 위해 특정 유전자를 삽입, 형질을 개량해 사포닌 함량을 증가시키는 연구는 SCI급 외국저널에 보고된 바 있다.

근래 천연물 신약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흔히 지나치던 식물들이 신약의 원료로 활용돼 많은 이익을 창출하고, 인류건강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와 흐름을 같이해 더덕의 재배기술 향상과 그에 상응하는 연구가 이뤄진다면 더덕은 빠른 시일 내 임업인과 농업인에게 커다란 수익 창출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제공=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공학과 김지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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