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절감으로 방울토마토 새역사 쓰다


글 싣는 순서
Ⅰ. 귀농후 사과 전문가로, 충북 영동 장인횡 대표
Ⅱ. 친환경 유기농 계란으로 승승장구, 전남 담양 송홍주 대표
Ⅲ. 독특한 마케팅으로 쌀 신화 쓰다. 경기 가평 피부호 씨
Ⅳ. 과감한 신기술 도입으로 독보적 경쟁력 확보, 전남 보성 오치순 씨
Ⅴ. 내손으로 만든 사료로 한우 사육, 전북 김제 고완식 대표.
Ⅵ. 농사꾼에서 기업인으로 성장하는 경기 화성 박조한 대표.


FTA 등 개방화 물결이 거세 가운데 외국산 농축산물이 범람하는 위기에 직면한 우리 농업·농촌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위기 속에서 농업인들은 외국산 농산물에 밀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특히 남들과 차별화된 농법을 전개하며 경쟁력을 확보한 농업인들도 만만치 않게 많다. 본지는 농촌진흥청과 공동으로 ‘위기를 기회로 삼은 성공스토리’를 총 6회로 나눠 소개코자 한다.



전라남도 보성군은 흔히 녹차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보성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방울토마토가 생산된 곳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바로 그 방울토마토로 성공한 농업인이 있다는 보성으로 가보자.
“방울토마토 보러 오셨어요? 하긴 저한테는 이 방울토마토밖에 보여드릴 게 없거든요. 17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요 예쁜 방울토마토만 생산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거든요. 맛 한번 보실래요?”

전남 보성미니토마토 영농법인 오치순 대표는 순박한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를 풀어 놓기도 전에 방울토마토 맛부터 권한다. 사실 그가 바로 난방비 절감을 통해 방울토마토로 성공한 인물이다.

농산품 중에서도 시설원예 농산품은 시장에 출하하기까지 투입되는 원가가 일반 공산품 못지않다. 시설원예는 제철에 상관없이 농산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하우스의 적정 온도유지에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이 투입되기도 한다.

특히 경제상황이 급변해 2007년 677원이던 면세경유 가격이 현재는 1,400원정도로 2배 이상 상승해 농가가 체감하는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그럼 오 대표는 어떤 과정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했을까?

토마토농사 난방비 절감이 관건

오 대표는 대다수의 농업인들과 별반 다를게 없듯 벼농사로 농사꾼의 삶을 시작했다.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보통 논농사를 생각하잖아요. 저 역시 논농사로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쌀 자급률은 2013년 기준으로 80%대를 기록하고 있다. 자급률은 매년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 농촌에서 벼농사만지어서는 많은 소득을 기대하기 힘들다. 오 대표의 경우도 기대만큼 소득이 생기지 않자 다른 작목으로 전환을 고민하게 됐다. 그 후 여러 모로 알아본바 특용작물 재배가 소득이 높음을 알게 됐고, 1999년 마침내 토마토 재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사실 오 대표는 그 이전부터 에너지 절감의 중요성을 깨닫고 시설투자에 자금을 아끼지 않았다. 1996년에는 보성농업기술센터 소장과 실무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보성 지역 최초로 보온 커튼을 설치키도 했다.

이 보온 커튼의 설치 효과는 이듬해부터 나타났다.
“효과가 얼마나 있을까 했는데 정말 엄청나더군요. 예전에 5~6천 리터의 기름을 사용했는데 설치 후에는 절반정도인 3천 리터 밖에 안 들었어요. 그야말로 획기적이었죠.”
1999년 토마토 재배를 시작하면서 보온 커튼 덕에 논농사를 지을 때보다 농가소득은 월등히 향상됐다.

신기술 도입도 적극적


오 대표는 방울토마토가 아닌 일반 토마토 재배로 특용작물 농사를 시작했고, 토마토를 재배한지 1년 후에는 파프리카를 재배했다.
그러나 토마토와는 달리, 파프리카는 재배 농가수가 적어서 판로 개척에 실패, 다시 토마토로 전향했다. 그리고 2002년 운명적으로 방울토마토와 만나게 된다.

“당시 우연한 기회에 선진지역 견학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성공한 농가, 성공한 영농법인 등을 방문했죠. 그런데 일본의 어느 곳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걸 봤어요. 제가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었기에 유독 관심을 갖고 봤는데,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전남 보성의 방울토마토 재배는 초기 시설투자비와 함께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영비의 증가로 곤란을 겪고 있던 상황이었다. 방울토마토를 재배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그 점을 최우선으로 해결키 위해 농업기술센터를 드나들며 공부와 연구를 병행했다.

“나 역시 다른 농가처럼 일반 부직포 보온 커튼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한 겨울 소요되는 난방유를 계산해보니까 연간 약 1만 2천 리터 정도였습니다. 더구나 난방유 사용량에 비해 실내 온도도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았죠.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방울토마토의 품질 및 생육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겁니다. 크기가 최고등급 크기에 미치지 못하고, 수확량도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보성군농업기술센터와 상담을 했었다. 그러던 2006년. “2006년 어느 날이었습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농촌진흥청에서 ‘에너지절감난방시설 설치’시범사업을 하는데 참여해 보겠냐는 거였습니다. 전화 끊고 바로 달려갔습니다.”
오 대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2006년 기존보온커튼과 함께 농진청에서 개발한 자동수평예인권취식 다겹보온커튼을 추가로 설치하고 경유온풍난방기를 교체했다.
난방시설을 교체하고 몇 년 정도 지나야 에너지 절감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예상했으나 이듬해 나타난 결과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경유 난방과 동시에 다겹보온커튼을 사용하니, 연료소모량이 연간 5,000리터로 기존 12,000리터와 비교해 약 58%나 줄었고, 겨울철 하우스의 실내온도도 12~13℃로 일정하게 유지된 것이다.
무엇보다 큰 효과는 방울토마토에서 나타났다. 다겹보온커튼이 외부의 찬 공기를 차단해 하우스의 온도편차가 줄어들면서 방울토마토 생육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이전에는 방울토마토 5kg 2,800박스를 출하했지만 난방시설 설치 이후 3,200박스로 수확량이 약 15% 정도 늘어났다.

“효과가 그렇게 빨리 나타난 것도 놀라웠지만 방울토마토의 맛도 아주 좋아졌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일하기 편해졌다는 겁니다. 예전에는 밤에 기온이 낮아질 경우 새벽에라도 나와서 직접 보일러 온도를 높이고, 보온커튼을 닫아 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시설설치 이후에는 온도 설정을 해놓으면 어떤 기후 변화 상황에서도 자동적으로 난방 시설이 작동돼 하우스 관리가 아주 편해졌죠.”

난방비 절감은 품질 개선으로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난방비 문제가 해소되자 그는 본격적인 방울토마토의 품질개선에 주력했다. 전국적으로 방울토마토 재배농가가 늘어났고, 그로인해 기존의 재배방식으로는 시장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때 오 대표가 생각한 방법은 바로 친환경이었다. 소비자들이 안전한 먹을거리를 점점 더 찾기 시작하면서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간파 한 것이다.
제일 먼저 농약사용을 줄이기 위해 액비재조기를 도입했고, 암거배수시스템을 설치해 빗물로 인한 토양질 저하를 막았다.

그리고 난방비로 아낀 자금을 품질 개선 쪽으로 적극 투자했다. 그 덕분에 오치순 대표의 방울토마토는 맛이 우수하고, 당도가 높아 국내 뿐 아니라 일본으로도 수출되고 있다.
“내년에는 농장 시설을 확장할 겁니다. 또한 일본 뿐 아니라 다른 해외시장 판로 확대를 목표로 세웠습니다. 최고의 방울토마토가 있으니 겁날 건 없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시설원예 면적 5만 3,000ha 중 가온면적이 1만 3,000ha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치순 대표의 난방비 절감에 대한 사례는 많은 농가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말을 했다.

“직접 수평예인권취식 다겹보온커튼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체험한 사람으로서 다겹보온시설은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존에 들어가는 기름 값을 감안할 때 투자금액도 2~3년 후에는 회수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초기 투자비용이 들더라도 꼭 설치해서 난방비에 대한 부담을 줄였으면 합니다.”

오치순 대표의 성공 포인트

- 전국 최초 미니토마토 영농법인 개설, 17년 동안 방울토마토 재배에 매진
- 2006년 자동수평예인권취식 다겹보온 커튼 및 경유온풍난방기 교체로 연료소모량 58% 절감 및 수확량 15% 증대
- 친환경 농법을 위한 액비제조기, 암거배수시스템 설치 등 절감된 난방비를 품질개선에 적극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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