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인 석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구리·남양주사무소장


지난해 농안법 개정에 따라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정가·수의매매가 경매와 동등한 매매방법으로 전면 허용돼 2012년 8월 23일부터 시행됐다. 이는 경매의 단점인 가격변동성 완화와 매매방법의 다양화로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정가·수의매매가 잘 진척되지 않는 것 같다.
이에 정가·수의매매가 활성화되고 있는 일본의 제도를 고찰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일본에서는 정가·수의매매를 상대매매(혹은 상대거래)라고 한다. 일본정부는 1999년 7월 26일 도매시장법을 개정해 상대매매를 2000년 4월 1일부터 전면 허용했다.

 일본의 전체 중앙도매시장(청과)의 거래비중을 보면 1981년도에는 경매 80%, 상대매매 23%였으나 1999년도를 기점으로 상대매매(53%)가 경매(47%)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2000년도에는 경매 34.3%, 상대매매 65.7%로 경매는 급감한 반면 상대매매는 급증하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경매 14.9%, 상대매매 85.1%로 거래의 중심이 완전히 상대매매로 이동됐다. 2000년 이전에도 상대매매 비중이 높았던 것은 선취(先取)매매와 예약상대매매가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필자가 현지 조사한 후쿠오카시 중앙도매시장(청과)의 경우에 있어서도 1998년에 경매 35%, 상대매매 65%였으나 2011년에는 경매 9%. 상대매매 91%로 상대매매 비중이 매우 높았다.

이처럼 도매시장 거래가 상대매매중심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가격안정화와 안정적 거래를 요구하는 대형유통업체들의 목소리에 부응한 점이다. 이들 실수요업체들은 가격변동 폭이 큰 경매보다는 상대매매를 선호했다.

이는 안정된 가격에 필요한 품목 및 물량을 원하는 시기에 확보할 수 있고, 경매 시작 전이라도 물품 반출이 가능해 신선도가 좋은 물품을 매장 개점시간 전에 진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상대매매와 도매법인의 매수집하를 전면 허용한 것도 상대매매의 증가요인이다.

여기서 후쿠오카시 청과도매시장의 상대매매를 개략하면 이렇다. 매일 오후 2~3시경부터 산지 출하자와 도매법인 영업사원(경매사자격중 소지)간에 전화로 상대매매 교섭이 이뤄진다. 이때 품목, 수량, 가격, 거래조건을 협의·조정한다.

출하자는 높은 가격을 제시한 도매법인에게 물품을 출하한다. 도매시장에 입하된 물품은 도매법인이 경매물품과 구분해 구매자별 품목별로 나열하고 판매원표를 작성한다. 구매자는 도매법인으로부터 물품 인도표를 교부받은 즉시 물품을 인수한다. 상대매매 수수료는 경매수수료와 같은 채소 8.5%, 과일 7%를 적용한다.

일본의 상대매매제 고찰에서 다음 사항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안정적인 물량공급을 위해 산지를 규모화·조직화했다. 둘째, 대형유통업체의 요구(안정된 가격, 안정된 물량공급, 경매개시전 반출)에 부응해 대형유통업체들이 상대매매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셋째, 출하물품은 등급·규격 등 품위를 일정하게 출하해 구매자가 신뢰를 확보한다. 넷째, 경매는 경매사가, 상대매매는 교섭력과 상품성평가력이 뛰어난 영업사원이 담당하고 있으며, 영업사원들은 이틀에 한 번은 산지로 가서 선과장의 출하물품과 물량을 점검하는 일을 일상화하고 있다. 다섯째, 당일 상대매매 결과를 도매법인과 개설자가 홈페이지 등에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한다. 여섯째, 품위에 결점이 있는 물품은 증거 사진과 판매기록을 출하자에 전송하고 협의를 통해 클레임을 해결한다. 일곱째, 소규모 구매자나 소량다품목 출하자를 배려해 품목별로 일정비율을 경매로 판매하도록 업무규정으로 정한다.

경매는 거래의 공정성과 투명성의 장점은 있으나 단기 수급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이 심하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일본 도매시장의 거래중심이 경매에서 정가·수의매매로 이동된 이유가 우리 도매시장의 정가·수의매매 활성화에 참고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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