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든 사료로 최고봉 한우산업 일구다

FTA 등 개방화 물결이 거세 가운데 외국산 농축산물이 범람하는 위기에 직면한 우리 농업·농촌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위기 속에서 농업인들은 외국산 농산물에 밀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특히 남들과 차별화된 농법을 전개하며 경쟁력을 확보한 농업인들도 만만치 않게 많다. 본지는 농촌진흥청과 공동으로 ‘위기를 기회로 삼은 성공스토리’를 총 6회로 나눠 소개코자 한다.

글 싣는 순서
Ⅰ. 귀농후 사과 전문가로, 충북 영동 장인횡 대표
Ⅱ. 친환경 유기농 계란으로 승승장구, 전남 담양 송홍주 대표
Ⅲ. 독특한 마케팅으로 쌀 신화 쓰다. 경기 가평 피부호 씨
Ⅳ. 과감한 신기술 도입으로 독보적 경쟁력 확보, 전남 보성 오치순 씨
Ⅴ. 내손으로 만든 사료로 한우 사육, 전북 김제 고완식 대표.
Ⅵ. 농사꾼에서 기업인으로 성장하는 경기 화성 박조한 대표.




“농사꾼은 그저 슬레이트 지붕에 허름한 집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은 편견에 지나지 않습니다. 농사를 지어도 멋지게 살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젊고 똑똑한 인재가 농사를 할 거 아니겠습니까.”
한민농장 고완식 대표를 만나러 전북 김제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넓은 김제 평야를 꽉 채운 푸른 보리였다. 이 평야 한쪽 끝, 유양산 성모암 부근에 한민농장이 자리잡고 있다. 널찍한 뜰에 우사 몇 채와 사료공장, 창고와 농가 주택이 모여 작은 마을처럼 보였다.

고 대표의 농업에 대한 생각은 성공한 농업인 역할 모델로서 농업도 어떻게 경영하느냐에 따라서 높은 부가가치 올리는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좋은 인재가 농업에 뛰어들고, 그래야만 농업이 새로운 희망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이 농업인이 되고 싶어 하는 그런 세상을 꿈꾸고 있다.

한우와의 만남

고 대표가 농업을 경영하겠다고 결심 한 것은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 무렵이며, 처음부터 한우 사육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시작한 것은 육계 사육이었다. 닭 5만 수 규모의 양계장을 운영할 당시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하지만 화마로 인해 양계장이 불타면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순식간에 벼랑 끝에 내몰렸던 그가 회생할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보내준 지인들의 뜻을 받아들여 한우 사육으로 재기에 나선 것이다.
“농사일을 해보니 이 좋은 걸 내가 왜 여태 안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딱 내 적성에 맞았습니다. 물론 처음에 고생을 했죠. 그런데 그런 고생도 안하고 밥 먹고 살 수 있겠습니까.”

사료값을 줄여라


지난 2006년 11월부터 오르기 시작한 배합 사료 값은 현재 2배이상 인상돼 사료를 대지 못해 폐업하는 농가들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소를 사육하는 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바로 사료 값이다. 고 대표는 한우 사육의 성패는 사료비 절감에 있다고 생각하고 품질 좋은 사료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주력했다. 고 대표는 그 해답을 소에서 찾았다.
“소는 되새김질을 위해 조사료를 먹어야 해요. 하지만 기존 사료공장의 사료들은 소를 급격히 살찌우기 위한 화학성분이 많이 가미된 사료들이잖아요. 이런 사료를 많이 먹인 소에게는 위 내부에 천엽이 없는 등 내장에 문제점이 발생하는 점을 인지했죠.”

고 대표는 한우에게 제공하는 일반 사료가 한우에게 영양측면에서 부적합하다는 점과 수입배합사료의 경우 환율 및 가격 변동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독창적으로 사료를 수급, 가공해 조달키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인근 지역에서 보리를 재배하던 중 수확 후 밑 부분이 대부분 버려지는 점에서 착안을 해 보리의 사료화에 대해 연구를 시도했다.

총체보리와 함께 TMR 혼합기 도입

한우를 키우는 데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소 한마리가 하루에 7kg, 많이 먹는 소는 12kg, 15kg까지 먹어요. 지금 제가 키우는 소가 400마리나 되니 하루에 사료가 몇 톤씩 소비되는 셈입니다. 이만저만한 비용이 아니죠. 게다가 좋은 사료를 먹이기도 힘들고요.”

비용을 절약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총체보리와 함께 TMR 혼합기의 도입이었다. TMR 혼합기를 이용하면 소가 좋아하지 않는 재료나 저렴한 농업 부산물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료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중요한 것은 가격이 저렴하고, 안정적 확보가 가능하며, 소가 좋아할 수 있는 재료를 얼마나 잘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또한 인근 지역 농가들과 협업을 통해 버섯을 수확하고 남은 대, 야채껍질과 같은 각종 농업 부산물을 미생물과 혼합해 만든 천연 혼합 사료를 한우의 사료로 사용하고 있다.

발효된 총체보리, 옥수수, 여기저기서 모아온 농업 부산물은 절단되고, 혼합돼엿기름과 섞여 자체적으로 제작한 발효기계로 들어가며, 하계에는 4~5시간, 동계에는 8~10시간 정도를 발효시킨다. 그 결과 한우 고기의 품질도 높일 수 있는 사료를 생산하여, 기존 의 1/3 수준으로 사료비용을 절감하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자체 사료의 효과는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친환경적인 사료를 먹인 소에게서 나오는 소의 분뇨를 다시 농가들에게 제공해서 거름으로 사용하는 순환농법을 시도함으로써, 수입 비료에 대한 비용을 절감하고 인근 농가에게 친환경적인 퇴비를 제공하는 일석이조의 효과 또한 거두었다.

한민농장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의 농가 경제가 풍성해지고 소득이 상승하는 효과를 낳은 이 시스템이 주변에서 각광을 받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고 대표는 1998년 10월 한우를 사육한 초기부터 TMR 사료 배합기를 직접 제조해 사용했으며, 이러한 방식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 이 방식은 자체 생산하는 배합 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료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햇볕을 머금은 축사

한민농장의 우사는 특별히 햇빛이 잘 들게 설계된 비가림 개방형 우사다. 지붕에 개폐장치를 설치해 햇빛을 우사 내에 비치게 하면 깨끗하고 건강한 사육 환경을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우사에 빛이 많이 들도록 설계하고 자동화 시스템도 도입했어요. 기본적으로 미생물을 이용해 부산물을 여기서 바로 발효시키고 사료도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을 쓰기 때문에 깨끗한 것이죠.”
우사 한쪽에는 포도나무가 한 줄로 심어져 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낙엽이 떨어지면서 내부 온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포도가 익으면 따서 먹을 수도 있어서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나중에 퇴비로 쓰이는 소의 부산물은‘락토’라는 미생물을 이용해 그 자리에서 발효시켰다. 햇살이 충분한 개방형 우사에서 충분히 발효된 소의 부산물은 좋은 퇴비가 되고, 2년에 한 번 정도만 치워주면 되기 때문에 400두를 사육하면서도 고용인은 단 두 명뿐이다. 이는 한민농장의 자연을 활용한 시설이 얼마나 효율적인 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와 같은 노력에 의해 고 대표가 운영하는 한민농장의 한우의 품질 및 인지도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안정적 판매처를 확보하라


사료의 질을 개선하고 품질 관리를 하면서 고기 품질에는 자신이 생긴 고 대표는 처음에는 일반 소 값만 받고 공판장에 납품 했다. 공판장에서는 고품질을 인정받아 1등급 한우로 높은 가격에 판매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공판장에서 1등 해서 높은 가격을 받는 것보다는 안정된 판매처를 확보하는 게 우선시 돼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공판장보다 낮은 가격으로 백화점에 직판로를 뚫기 시작했죠. 품질을 인정하면 제 값을 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런 노력에 용기를 주며 응원해주는 이도 있었지만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유는 단 하나, 다른 농가와 다른 방식을 고집해 정성들여 키운 소를 싸게 판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만 기다려 보자며 납품을 시작했다. 지금은 그의 소를 맛보려면 백화점에 가야한다. 한민농장의 소가 품질을 인정받아 출하량 100% 대형 백화점 체인에 직납되기 때문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백화점 직납 체인에 중요한 것은 품질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공급이 따라야하기 때문에 여러 농가와 함께 영농 조합 법인을 설립해 조직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한다.

우수한 품질과 안정적인 공급,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생산자와 유통판매업체의 관계는 신뢰로 맺어져 있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윈윈(WIN-WIN)관계로 발전했다. 현재 한민농장의 조합 회원 수는 18농가인데, 조합 가입 문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 농장의 소가 일반 소들에 비해 100만원 정도 비싸요. 그래서 나도 손이 떨려 한 점도 먹어보지 못했어요.”
자신이 먹는 것보다 훨씬 영양가 높은 사료를 먹여 키우고, 자식을 키우는 정성으로 키운 소이기에 그 어떤 소와 경쟁해도 언제나 우위를 차지 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고 대표는 친환경 무항생제 한우의 확산과 한우 시장 개발, 그리고 인근 지역이 함께 하는 상생 전략을 실천에 옮기려고 한다.


고완식 대표의 성공 포인트
 . 총체보리를 도입한 자체적인 사료 생산시설을 보유해 사료값 30% 절감
  . 영농조합법인 설립해 생산량을 조절하고, 안정적 공급과 합당한 보상지급을 통해 생산자와 유통업체 간 신뢰 구축
  . 친환경 사육 한우의 우분을 인근 친환경 농업 농가에 제공하는 순환농법을 성공적으로 운영 중 지역경제의 도약에 이바지
  . 비가림 개방형의 자연친화적 우사를 도입해 청결한 사육환경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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