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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릉에서 본 숲이야기-남한산성
성곽 따라 걸으며 자연과 역사 함께 느껴
2013년 12월 20일 (금) 13:07:44 [자료제공=국립산림과학원] .
   
남한산성은 청량산(497m) 등 여러 봉우리를 이은 약 12킬로미터에 달하는 장대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포곡식 산성이다.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는다 하여 일장성(日長城)이라고도 하는데, 삼국시대 이래로 우리 민족사의 중요한 요충지였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국방의 보루로서 그 역할을 유감없이 발휘했는데, 16대 임금인 인조는 남한산성의 축성과 몽진, 항전이라는 역사의 회오리를 이곳 산성에서 맞고 보낸 바 있다. 1636년 병자호란 당시 인조가 45일간 이곳에 머물면서 항전을 하던 중 강화도가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삼전도 수항단에 나아가 청나라 태종에게 항복하는 치욕의 역사가 있었지만 한 번도 함락 당한 적은 없다.

■ 행궁 주변의 숲

남한산성은 신라 문무왕 12년(672년)에 나무로 축성했던 것을 조선 광해군 13년(1621년)에 돌로 개축하기 시작했고, 인조 2년(1624)부터 2년 동안 다시 공사하여 오늘에 이른다. 산성 내에는 행궁을 비롯한 침괘정, 연무관, 지수당 등이 들어서 있다. 행궁과 인가 근처의 300여 년 된 느티나무 노거수 몇 그루를 제외하곤 약 70헥타르에 달하는 숲 대부분이 소나무로 에워싸여 있는데, 대개 70〜90년생의 노거수로 구성되어 있다.

일제강점기, 국유림이었던 이 소나무 숲은 마을 주민 303인이 공동으로 동유림을 불하받아 ‘금림조합’을 만들어 순산원을 두고 도벌을 막아 보호한 덕택에 살아남은 특별한 유산이다. 행궁 바로 아래에 숨겨진 듯 ‘산성리 금림조합장 불망비’가 남아있어 선조들이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소나무 밑동에는 볼펜이 끼워질 만큼 큰 구멍들이 빙 둘러 뚫려 있는데 이는 1980년대에 솔잎혹파리를 방제하기 위해 약제를 줄기에 주사한 흔적이다. 새로 짓고 있는 행궁 주위는 밭으로 바뀌어 있는데 봄철에는 벚나무의 화사한 꽃과 느티나무의 새싹이, 귀룽나무의 초록빛 잎이 싱그러운 곳이다.

■ 수어장대 주변의 숲

행궁에서 북쪽 편으로 펼쳐진 소나무 숲 꼭대기에는 서장대가 있다. ‘장대’란 군 지휘소로서 동·서·남·북 모두 4곳에 지어졌다고 하는데 현재는 이곳 일장산 꼭대기에만 남아 있다. ‘수어장대(守禦將臺)’란 현액을 단 2층 누각이 있는 곳, 담장 모퉁이에는 커다란 바위가 있어 ‘수어서대(守禦西臺)’와 직인이 음각 되어 있다. 그 바위는 ‘매바위’라고도 하는데, 성벽 쌓기를 기일 내에 쌓지 못했다 하여 참수 당한 이회의 억울함을 호소하듯 매 한 마리가 바위 위에 내려앉아 발톱 흔적을 남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때 일인이 떼어 가고 지금은 사각의 홈만 파여 있다. 누각 오른쪽 담장 가까이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기념식수한 전나무가 자라고 있다.

소나무와 성곽의 오묘한 굴곡이 수평과 수직으로 어우러진 서문 가는 길, 북장대 터에 올라 연주봉옹성을 바라보면 산성 밖은 참나무 숲이다. 신갈나무 사이사이엔 굴참나무, 서어나무, 산벚나무, 물박달나무 등 다양한 활엽수들이 섞여 있으며 계곡부에는 물푸레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 계절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남쪽 성곽 밟기

남한산성에 가서 옹성을 제대로 보려면 남장대를 향해야 한다. 산성리에서 남문을 향해 가다가 검단산으로 향하는 언덕길을 오른다. 길 왼쪽은 신갈나무와 물박달나무 등으로 구성된 활엽수림이 자라고 있다.
산성 내부라도 북사면이고 방치되었기 때문에 활엽수가 들어선 것이다. 육백 미터 정도 올라가면 성곽이 나오는데 여기에는 옹성문과 암문이 있다. 제1남옹성문 밖으로 나가면 검단산으로 가는 찻길이 이어진다. 이 길은 능선 종주자들이 애용하는 코스이다. 마천에서 서문으로 올라와 성곽을 따라 남문을 거쳐 제1옹성 암문에 이르며, 이 문을 지나 검단산을 거쳐 남쪽으로 계속 능선을 따라가면 망덕산을 거쳐 성남시 갈마터널을 지난다. 분당으로 내려가는 장거리 능선 종주 코스이다.

본성 성곽을 따라 동쪽으로 향하는 길은 오르막인데, 본성의 북쪽 성곽 밖에 발달한 숲처럼 신갈나무 숲이 발달해 있다. 12미터에 달하는 상층은 신갈나무, 소나무, 팥배나무, 산벚나무, 느티나무가 혼생하고 있으며 8미터 높이로 쪽동백, 서어나무, 떡갈나무가 중간층을 이룬다. 2미터 높이로는 노린재나무, 쪽동백, 느티나무, 병꽃나무, 작살나무, 쥐똥나무, 생강나무, 물푸레나무가 하층을 이루며 30센티미터 높이로 홀아비꽃대, 제비꽃, 개고사리, 큰기름새, 대사초, 좀깨잎나무, 나비나물이 자라고 있다. 숲 틈 햇빛이 가득한 곳에는 노랑물봉선, 고마리, 바보여뀌, 환삼덩굴, 맥문동 등이 무리지어 나타난다.

600미터쯤 가면 본성으로부터 능선을 따라 꼬리 모양으로 돌출된 제2남옹성의 모습이 웅장하다. 성곽 안쪽의 숲은 남문 안의 숲과 다를 바 없으며 나무의 키가 다를 뿐이다. 신갈나무, 서어나무, 산벚나무, 물오리나무와 함께 박달나무가 나타나는데 15미터 높이로 크게 자라고 있고 그 밑에는 6미터 높이로 서어나무, 당단풍, 팥배나무, 고로쇠나무가 중간층을 이루며, 철쭉과 청미래덩굴, 생강나무 등이 2.2미터 높이로 하층을 이루고 담쟁이덩굴과 애기나리가 20센티미터 높이로 숲 바닥을 덮고 있다. 암문을 통해 성곽 밖으로 나와 남쪽으로 뻗은 옹성 끝까지 가 본다. 아치형의 통로가 있는 것으로 보아 대포가 드나들었을 것 같았다. 정사각형을 이룬 그 곳은 동, 남, 서 삼면에 밖을 조망하며 활을 쏠 수 있도록 네모난 구멍이 있다.

■ 장기 항전이 가능한 이유 - 연무관과 지수당

산성리 로터리에서 동문으로 향하는 길은 비교적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조금 내려가 길이 구부러질 때쯤 왼쪽으로 커다란 느티나무가 보인다. 행궁터에서 보았던 느티나무만큼이나 커서 나무높이 17미터, 나무둘레 57센티미터로서 어른 세 사람이 둘러서야 줄기를 껴안을 수 있다. 이 나무의 나이는 410년에 달한다. 그 옆에는 커다란 건축물이 있다. ‘연무관’이다. 연무관 앞으로는 풀밭이 있고 도로와의 사이에 가슴높이 직경 20 ~ 30센티미터에 달하는 전나무 이십 여 그루가 나무높이 16미터 정도로 조성되어 있어 차를 타고 지나가는 행인들의 눈으로부터 연무관을 차폐시키고 있다. 연무관 뒤로는 야트막한 봉우리를 소나무가 뒤덮고 있다.

남한산성의 안온함은 도립공원 관리 사무소 앞 연못 건너편에 있는 지수당(池水堂)에서 느낄 수 있다. 지수당은 현종 3년(1672)에 부윤 이세화가 고관들이 이용할 정자로서 창건한 것으로 건물을 중심으로 3개의 연못이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2개의 연못이 있는데 지수당은 동쪽 연못가 사각형의 단 위에 건축되어 있다. 주위에는 전나무가 식재되어 있어 늘 푸른 기상을 돋보이고 있다. 서쪽 연못 한가운데에는 원형의 섬이 있는데 향나무 서너 그루가 크게 자라 있다.

■ 순교의 역사를 안고 있는 동문 주변의 숲

동쪽으로 길을 따라 내려가면 동문에 다다른다. 동문 안쪽의 숲에는 소나무, 신갈나무, 물오리나무, 밤나무, 쪽동백, 귀룽나무 등이 출현하며 성문 바로 안에는 소태나무 한 그루가 크게 자라고 있다. 동문 밖 광지원으로 가는 도로 주변에는 미국에서 온 아까시나무와 벚나무가 도열하고 있다.

동문 안 주차장이 길 왼쪽, 개울 건너 산자락에는 천주교 순교지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었다. 천주교도들의 순교는 1839년 기해박해와 1866년 병인박해 때의 일이었다. 당시 남한산성 안에 광주 관아가 있었는데 광주·양주·용인·이천 등지에서 잡혀 온 천주교도들이 동문 안에서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이 때 그 시신을 동문 옆 시구문으로 내던져 산적하니 흐르는 물이 핏물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시구문 안에는 복자기나무, 버드나무, 귀룽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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