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인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
오이 겐 (지은이) | 안상현 (옮긴이) | 윤출판
저자는 오랜 임상 경험으로 관찰한 치매의 다양한 사례를 들고, 그 증상의 원인을 밝히고 있다. 주변증상 없이 가족과 함께 평온한 죽음을 맞이하는 순수치매, ‘주의 장애’라고 불리는 가상현실의 세계, 환청·환시·환각을 일으키는 사례, 젊은 시절로 돌아간 ‘회귀 인격’, 이 세상과 저세상에 걸쳐 사는 ‘땅으로 돌아가는 과정’, ‘회춘 현상’을 보이는 다중인격…
치매 노인의 세계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연결’이라는 키워드이다. 자아를 형성한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은 말과 기억이며, 그 기능이 쇠퇴하면 세계와의 ‘연결’이 끊어진다. 기억의 저하에 따라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 주변 사람과 ‘연결’을 유지할 수 없는 불안과 스트레스가 우울증 등의 정신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치매 노인의 세계를 분석하면서 인간의 인지 메커니즘을 고찰하고, 의학과 철학을 넘나들며 설득력 있는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치매 노인을 통해 보는 정상과 이상의 사이. 그 사이에 있는 문화와 윤리의 근원적 차이를 파악해, 인간은 어떻게 세계를 허구하는지를 풀어낸다.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
박상현 (지은이) | 따비
저자가 규슈에서 맛본 일본음식을 통해 되돌아본 한국음식은 어떨까? 한일 양국에서 밥상의 중심이 되는 밥을 한번 비교해보자. 한국의 식당에서 마주하는 밥은 스테인리스 공기에 담겨 뚜껑까지 덮어놓았다. 대량으로 미리 지어놓은 밥을 온장고에 보관하다가 내기 위함이다.
아무리 허술한 대중식당이라도 밥을 미리 담아 두는 경우 없이 언제나 주문과 동시에 밥솥에서 푸고 무조건 도자기 그릇에 담아내는 일본과 대비된다.  식품기업이 만든 포장두부가 국내 두부시장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과, 어느 동네를 가도 작은 두부공장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고 그날 만든 두부를 살 수 있는 일본의 두부 맛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일본음식을 찬양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저자가 보기에, 음식을 개발하는 아이디어는 정통과 퓨전을 가리지 않지만 깨끗하게 키운 식재료를 구해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드는 유연성과 원칙이 바로 일본 음식문화의 요체다.

밤의 화가들
최예선 (지은이) | 모요사
밤의 목소리로 말을 걸어오는 아름다운 그림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태양이 서서히 지기 시작하는 일몰의 시간, 완전한 어둠이 내려앉은 가운데 영롱하게 빛나는 별과 달의 시간, 달콤한 꿈과 불길한 꿈의 시간, 희붐한 빛을 뿌리며 서서히 다가오는 여명의 시간. 이 책에는 그 모든 밤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세상 어디에 이런 많은 밤의 그림들이 숨어 있었는지 놀랍기만 하다.
‘녹턴, 밤의 미술관’은 낮과는 다른 밤의 신비를 보여주는 그림들을 다루고 있다.  ‘밤을 순례하는 화가들’은 밤의 풍경을 독특한 화풍으로 그려낸 화가들의 이야기다.  밤이 있었기에 인생은 견딜 만한 것이었고, 매일 새롭게 태어날 수 있었음을 들려 준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