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도는 농업계와 여성계 모두 힘든 한 해였다.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지만 농업정책은 후퇴했고, 여성은 보이지 않았다. 한여농, 전여농 등 새 집행부가 들어서 새바람을 예고했지만 올해도 한중·한호주FTA 협상을 반대하는 눈물을 흘려야 했다. 또 TPP로 시장 개방이 가속화 되어 한국농업은 나락으로 떨어지고만 있다.  농업인들의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로만 가득했던 2013년 한해를 돌아본다.


■한국여성농업인전국대회 성료
제7회 한국여성농업인전국대회가 지난 7월 26일부터 27일까지 경북 경주시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에서 개최됐다. ‘땅은 생명, 농업은 비전!! 그 희망을 열어가는 한여농!’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대회는 1만여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진행됐다.
한여농 회원들은 여성농업인으로 시대적 사명감과 자긍심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면서 농업·농촌 사수의 뜨거운 결의를 다졌다.

■첫 여성대통령 시대…기대는 실망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을 갖고 새정부 출범을 알렸다. 헌정 사상 첫 여성대통령 시대를 열었다는 역사적 의미도 향후 새정부가 추진할 국정에 기대감을 갖게 했다. 하지만 한중·한호주FTA 협상을 비롯해 지지부진한 쌀목표가 인상, 농업예산 축소 등으로 인해 농업인들에게는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정부는 내년도 농식품분야 예산을 올해보다 0.1% 늘렸다고 밝혔지만, 이중 식품산업 배정예산을 제외하면 사실상 447억원 줄었고,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쌀목표가격 인상을 두고 국회와 정부가 공방을 펼친 가운데 설상가상 농림축산식품부의 종합감사가 중단되는 파행이 빚어졌다. 12월 초에는 대통령이 농어업인단체 대표 28명과 간담회를 열고 한중·한호주FTA 협상에서 농업인 피해를 줄이겠다고 역설했지만 정부는 농업을 살려내야하는 청사진 마련에 직면해있다.

■“한중FTA 결사반대” 농업인 총궐기

일사천리로 추진 중인 한중FTA 실무협상에 농업인들은 충격에 빠진 한해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중FTA체결시 연간 최대 1,74억원, 10년간 1조5,87억원 상당의 농업소득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의 농경지는 1억2175ha이며 생산액은 2008년 기준 1,068조원에 이른다. 한국의 경지면적 180만ha와 생산액 43조원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치다.

한중FTA 1차 실무협상을 마무리하고, 2차 실무협상이 11월 초 착수됨에 따라 농축산업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는 ‘한중FTA 중단’을 요구하는 총궐기대회, 기자회견 등이 개최됐다. 농업인들은 “중국과의 FTA는 미국, EU와는 비교할 수 없이 농업을 말살시킬 수 있는 거대한 위력을 갖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농업을 사수하기 위해서 한중FTA를 막아내는데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국여성농업인의 날 제정 촉구 ‘메아리’만
우리나라 농업인의 절반을 웃도는 여성농업인의 날을 제정해달라는 요구가 거세다. 여성농업인을 위한 기념일 제정은 사회로부터 여성농업인의 중요성을 인정받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이에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9월 12일 ‘10월 15일을 여성농어업인의 날’로 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여성농어업인 육성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률개정안 발의에는 30명의 여야 의원들이 동참했다. 여성농업인단체들도 한국여성농업인의 날 제정에 촉구하고 나섰지만 아직 제자리만 맴돌고 있는 상황. 2014년엔 ‘한국여성농업인의 날’을 기념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한여농·전여농 등 여농단체 새집행부 출범

올 해는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홍미희 회장,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강다복 회장 등 여성농업인단체 수장들이 새로 취임하면서 여성농업계의 새바람을 불러왔다. 특히 첫 여성대통령의 탄생과 함께 여성농업계도 남성중심에서 여성중심으로 변화를 가져왔는데 굵직 굵직한 농업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에도 적극 참석해 여성농업인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특히 7월에는 조윤선 여성가족부장관과 4개 여성농업인단체장이 간담회를 갖고 여성농업인의 지위 향상과 삶의 질 제고를 위한 의견을 나눴지만, 단발성에 그쳐 ‘보여주기’식이라는 비난도 제기됐었다.

■한·호주FTA 체결…축산업 위기
지난 12월 5일 한호주FTA가 5년여만에 타결되면서 농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산보다 국내 점유율이 높은 호주산 쇠고기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면 국내 한우 가격 하락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농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 국회 비준 절차가 차질없이 이뤄질 경우 이르면 2015년부터 한호주FTA가 발효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호주 FTA에서 호주산쇠고기는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관세를 철폐한다. 하지만 국내 점유율이 높은 호주산고기로 인해 축산농가들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는 여지가 높다. 15년 뒤인 2030년에는 현재 40% 수준인 관세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국내 농업과 축산업은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붕괴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예상되고 있다.

■쌀 목표가격 인상 요구 ‘봇물’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업인들의 쌀목표가격인 23만원 보장을 거부했다. 농업인들은 쌀 목표가격 현실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현재 쌀목표가격은 생산비를 감안한 것이 아닌 해당 시기 시중가격의 단순 평균치에 불과하고, 지난 8년간 동결돼 온 것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23만원이 보장돼야 한다는 논리다.
농업인들은 “기본식량인 쌀조차 자급하지 못하는 나라, 나라의 식량을 생산하는 농민을 능멸하고 무시하는 정부는 온전한 정부일 수 없다”면서 “국회는 쌀 목표가격 현실화, 농업 회생과 식량주권 실현 등을 위한 농정대안 마련에 매진해줄 것”을 요구했다.

■협동조합·사회적기업 농업계에도 확산

협동조합의 설립과 운영 방안을 담은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지 1년여가 지났다. 협동조합은 3천여 건의 설립 신청이 접수되는 등 열풍이 뜨겁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1일 민법상 조합으로 존재하던 협동조합에 법인격을 부여한 뒤 협동조합은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기획재정부가 협동조합 신청·처리현황을 집계한 결과 지난 10월 31일까지 접수된 협동조합 신청은 2,950건이다. 일반협동조합 2,811건, 사회적협동조합 127건, 일반협동조합연합회 11건,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1건 등이다. 이 가운데 일반협동조합 2,750건이 수리되고 사회적협동조합 91건이 인가를 받는 등 모두 2,851곳의 협동조합이 설립됐다. 월평균 260개가 만들어진 것으로, 한국은행의 ‘어음부도율 동향’ 통계상 매달 새로 만들어지는 법인이 6천여개인 점을 고려하면, 매달 신설법인의 4%는 협동조합 형태로 설립됐다.

■식품·해양수산 분리…여성정책 전담부서 불발
농림축산식품부 내 여성농업인 업무를 담당하던 농촌사회과가 ‘농촌복지여성과’로 지난 9월 12일 개편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농림부와 해양수산부를 병합하는 과정에서 여성농업인 전담부서가 사라졌다. 이후 농어촌사회과에서 복지, 여성 등의 사업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여성정책과가 해체되고 여성에 대한 전담인력이 확보되지 않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유기적 협력과 효율적인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에 여성농업계는 여성정책 전담 부서와 인력 확보를 꾸준히 요구해 왔다. 올해 드디어 ‘여성’이란 단어가 들어간 과가 신설됐다. 그러나 이름만 변경됐을 뿐 업무, 인력 등 전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TPP…시장 개방 가속, 한국농업 ‘암울’
한중FTA보다 통상무역 조건을 더욱 무너뜨린, 즉 품목이나 관세 예외조항이 모두 무시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력체제(TPP)가 서막을 올렸다. TPP는 통상무역시 품목이나 관세 예외조항이 모두 무시되는 협상으로 모든 품목에 걸쳐 우리가 기존에 체결한 어떠한 FTA보다 최고 수준의 개방이 요구된다.

TPP 규약대로 모든 관세가 완전철폐되고, 예외품목의 사전제시도 금지되는 등을 엄수할 경우 농업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는 게 경제연구단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런데도 이 협상에 정부는 직간접적으로 참여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농업인단체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중FTA협상에 TPP협상까지 추진하는 것은 한국농업에 ‘사망선고’를 내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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