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화훼시장을 넘보는 ‘iflor’ 박조한 대표


FTA 등 개방화 물결이 거세 가운데 외국산 농축산물이 범람하는 위기에 직면한 우리 농업·농촌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위기 속에서 농업인들은 외국산 농산물에 밀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특히 남들과 차별화된 농법을 전개하며 경쟁력을 확보한 농업인들도 만만치 않게 많다. 본지는 농촌진흥청과 공동으로 ‘위기를 기회로 삼은 성공스토리’를 총 6회로 나눠 소개코자 한다.


글 싣는 순서
Ⅰ. 귀농후 사과 전문가로, 충북 영동 장인횡 대표
Ⅱ. 친환경 유기농 계란으로 승승장구, 전남 담양 송홍주 대표
Ⅲ. 독특한 마케팅으로 쌀 신화 쓰다. 경기 가평 피부호 씨
Ⅳ. 과감한 신기술 도입으로 독보적 경쟁력 확보, 전남 보성 오치순 씨
Ⅴ. 내손으로 만든 사료로 한우 사육, 전북 김제 고완식 대표.
Ⅵ. 농사꾼에서 기업인으로 성장하는 경기 화성 박조한 대표.



빨간색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넘치는 에너지와 열정이 연상되기도 하는 한편 아름다운 꽃이 연상되기도 한다. 농업분야에서도 빨간색과 아주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 바로 어려운 화훼시장에서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을 다해 포인세티아재배로 남다른 성공을 한 젊은 농업경영인 박조한 대표이다. 경기도 화성으로 그의 열정을 담으러 갔다.

“너무 정신없고 바쁘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올 12월에 소비될 포인세티아는 이미 계약 완료가 된 상태고 재배가 끝나 출고까지 완료됐습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를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전날 팔리는 케이크가 일 년 소비량의 10%에 달한다고 하기에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포인세티아 재배와 유통으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어렵게 선택한 농업

“저는 이 화훼 농사 정말 어렵게 선택했습니다. 아버지가 화훼를 하셨기 때문에 대를 이어서 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건 아니고요, 정말 내가 해야만 할까, 잘 할 수 있을까, 몇 년을 고민 고민하다 선택한 거예요.”

젊은 농업경영인 박 대표는 원하던 대학 진학의 실패와 동시에 아버지의 화훼 사업이 어려워 집안형편이 기울어져 뜻하지 않았던 천안 연암축산대학에 진학했다. 그리고 군 제대 후 농업공부를 계속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일을 찾아 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오랜 시간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결국 농업에 발을 담그기로 한 그는 대학공부를 끝마칠 수가 있었다.

“농업에 종사하고자 결심하고 공부는 했는데 막상 졸업하고 나니깐 농사짓기가 막막하고 싫어지더라고요. 그래서 군포에서 꽃 장사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 화훼 일을 어깨 너머로 보며 꽃에 대해 남들보다 많이 알고 있었으니까 꽃 장사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꽃 장사에 필요한 꽃꽂이도 배우며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운 좋게 대기업을 상대하게 돼서 수익은 꽤 많았습니다. 하지만 새벽부터 밤까지는 물론이거니와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쉬지 못하는 삶에 몸도 마음도 지쳐갔습니다. 그때 알았죠. 장사가 체질에는 맞지 않는다고요.”
결국 그의 꽃가게는 몇 년 만에 문을 닫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1996년 화성으로 거처를 옮겨 미뤄뒀던 농사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농업인이 아닌 농업경영자가 되기 위해

오랜 방황의 끝에 농사짓기를 선택한 박 대표는 다시한번 고민에 빠지게 됐다. 그저 농사를 짓는 농업인이 될 것이냐, 아니면 농업경영자가 될 것이냐는 고민이었다. 결국 내린 결론은 이왕이면 농사를 잘 짓는 농업경영자가 되자는 것이었다.

농장 운영초기 국내화훼 산업은 품종 개발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박 대표 역시 해외품종을 들여와 꽃을 재배했다. 하지만 다른 농가와 마찬가지로 국내에 보편적으로 보급된 해외품종을 그대로 따라 재배하다 보니, 상품의 차별화는 커녕 판매에도 어려움이 생겼고, 품종 재배에 따른 로열티 지불 가격은 점점 늘어갔다.

“그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목표로 삼았던 화훼농업 경영자가 되는 것은 어림도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방법이 없을까 하던 차에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열리던 화훼 박람회 소식을 들었습니다. 뭐 구경이나 해 보자라는 심경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획기적이고 놀라운 그들의 화훼시장은 박 대표를 그 후로부터 1년에 2번씩 8년간이나 전 세계에서 열리는 화훼 박람회를 찾아다니게 했다. 그는 다양한 워크숍 및 박람회를 통해 많은 아이디어를 얻으며, 화훼시장의 트렌드를 알고자 노력했다. 무엇보다 선진 기술 중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것을 뽑아 소비자에게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커다란 고민에 직면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이를 위해서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해외 유수의 기업인 및 바이어와 무리 없이 대화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 그래서 7년째 영어와 일어를 배우고 있고, 그 결과 지금은 해외박람회에서 바이어 상담을 통역 없이 직접할 수준에 이르렀다.

그리고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품종 개발을 위해 외국 화훼재배 컨설팅사의 지도를 받고 이를 통해 농장 운영관리 기술을 전수받아 비비추의 국내 도입을 위한 사전 테스트 등을 진행해 선진 기술습득과 해외 네트워크 확대 기회를 얻었다. 뿐만 아니라 얼마 전부터는 해외 저널이나 책을 보고 국내 실정에 맞는 기술을 직접 적용시키고 있다.

화훼 브랜드와 차별화로 성공을 예약하다


박 대표는 외국 사례를 통해 브랜드의 중요성을 깨닫고 ‘iflor’라는 브랜드를 개발했다. 단순 상품 판매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화훼기업을 이룩하는데 좋은 재료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iflor’로 출시되고 있는 꽃은 크게 비비추, 포인세티아, 카네이션이다. 각 계절에 맞게 수요가 가장 큰 화훼 위주로 생산하고 있으며, 카네이션 분화의 경우 약 1억 6,000만원이고 전체 화훼 매출은 연간 약 3억원 정도다. 이러한 차별화 전략으로 농가경영이 안정되자 그가 화훼 농업을 시작할 때 처음 목표로 세웠던 전문 화훼기업의 꿈을 위해 본격적인 농장 경영관리 체계를 개선키 시작했다.

첫째, 품질개선 및 농장 운영계획 수립을 위해 매일매일 영농일지를 쓰고, 그것을 바탕으로 기술개선 보고서,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기별 재배 작목선정과 출하 사이클 등을 조정하게 돼 시장상황에 대처 할 수 있는 계획재배가 가능하게 됐다.

둘째, 원가와 회계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회계프로그램을 도입해 농장 운영관리를 실시했다.
셋째, 상품을 브랜드화해서 판매한다. 화훼시장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생산자보다 유통의 영향력이 커지는 시장 상황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최고의 품질과 브랜드라는 판단에서이다.

이를 위해 개별 상품이 아닌 ‘iflor’라는 브랜드로 우성원의 모든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본격적인 브랜드 작업을 위해 브랜드 디자인, 상표등록, 포장박스를 개선했다. 물론 브랜드에 걸맞는 꽃을 생산하기 위해 품질개선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결과로 ‘iflor’브랜드 인지도는 높아졌으며, 시장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아 현재 ‘iflor’의 꽃은 양재동 화훼경매장에서 품질과 물량에서 10위 안에 들며 최상위권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블루오션의 장을 열어 갈 화훼 산업

박 대표는 2009년 약 2억 5천만원을 투자해 육묘장을 건설할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육묘장을 통해 품종의 육성과 개발 그리고 재배 및 판매 등 화훼와 관련한 일원화된 농장을 운영하려는 것이다. 또한 육묘장 건설은 현재의 ‘iflor’와 함께 화훼농장에서 화훼전문기업으로 육성하는 데 큰 버팀목이 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은 젊은 농업인이지만 그는 언젠가 최고의 농업경영인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벌써 55살 이후 계획까지 철저히 세워 놓았다.

박 대표는 국내 화훼산업의 미래는 밝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단순 재배를 위주로 하는 현재의 국내 화훼 농가 운영방식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해외 화훼 대기업 및 중국산 꽃 시장에 잠식당할 우려가 높다는 것을 잊지 않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힘들면 즐겨라’라는 좌우명을 갖고 어려워도 즐기면서 일한다는 박 대표, 그는 ‘iflor’를 ‘델몬트’나 ‘썬키스트’ 못지않은 브랜드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도 해외전문자료와 씨름하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후배 화훼농가에게 조언한다.
“하나의 목표로 열정을 갖고 노력하십시오. 이뤄질 만큼의 노력은 그것을 반드시 이뤄지게 합니다. 그리고 화훼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세계 화훼 트렌드 시장조사가 매우 중요하며, 그것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입니다.”


박조한 대표의 성공 포인트

 -해외 선진 기술 정보 수집 및 국내 환경에 적합한 기술적용을 통한 화훼생산체계 구축
 -‘iflor’라는 자체 브랜드 개발로 전문 화훼기업으로 성장키 위한 기반 확보
 - 체계적인 경영관리체계를 구축해 시기별 작목선정과 출하 사이클을 조절하고,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계획재배 실시
- 철저한 자기개발과 관리, 시간 및 재무관리를 통해 과학경영 실현, 전문농기업으로 성장할 기반조성, CEO로서 역량 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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