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부패한 권력에, 외세에 맞서 싸웠던 농민들의 갑오년이 다시 왔습니다. 120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농민들의 처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던 대선공약은 오간데 없이, 정부는 농민값인 쌀값을 흥정거리로 삼아 농민을 농락하며 달포가 넘어가는 노숙농성과 연이은 투쟁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습니다. 신중하겠다던 한중FTA는 체결 직전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이제는 TPP까지 추진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 갑오년을 기억해보십시오. 부패한 고부의 관료가 부당한 수세를 걷다가 결국 분노한 농민들에 의해 무릎을 꿇고 쫓겨났고, 그것이 동학농민운동의 시작이었습니다. 우리 농민들이 써나갈 투쟁의 역사도 다르지 않습니다. 부정한 방법으로 자리를 탐한 권력은 결국 그 욕심으로 인해 누르고 참아온 우리 농민들의 투쟁을 터트리고 말 것입니다.
갑오년, 투쟁의 시작을 알리는 횃불이 봉화대에 올랐을 때 농민들이 느꼈을 흥분과 전율을 떠올려봅니다. 모든 것이 정권에 의해 통제되는 이 시대에 우리 모두가 그 봉화불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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