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항법 등 첨단기술 융합… 농업로봇 ‘성큼’

 

농산물시장 개방이 거스를 수 없는 국제사회의 흐름으로 인식되는 가운데 한국농업의 앞날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노동집약형 농업과 자본집약형 농업의 틈새에서 바동대온 한국농업은 1990년대 중반이후 시장개방 대응차원에서 국제경쟁력 제고라는 지상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영농규모화와 생산기계화 등 열악한 조건에서 생존을 위한 최선의 길을 지향했음에도 경쟁력 제고는 쉽사리 손에 잡히지 않았다.
우리 현실에서 영농규모화의 한계는 명확해 보인다. 이에 따라 가족농업, 도시농업, 유기농, 로컬 푸드, 농촌자원 활용 등 규모화의 한계를 뛰어넘을만한 ‘비책들’이 난무했다. 정부의 농업농촌정책도 그 비책들을 넘나들며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려는 버둥거림이었다. 그럼에도 비교우위논리의 날선 경쟁과 자유로운 무역을 강조하는 국제사회 선도국가들의 강압은 우리에게 경쟁력 제고의 목표를 다그치고 있다.

현 정부가 들어서고 농업의 틀을 바꾸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농산물 생산이라는 제1차 산업부터 제2, 제3차 산업을 융합하고 어울러 우리 농업을 제6차 산업이라는 새로운 틀로 바꾸자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그 밑그림은 ‘창조경제’라고 할 수 있다. 관행과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새물’을 창조하자는 정부의 캠페인이 자칫 내리먹이식의 운동이라는 점에서 반발을 사기도 한다. 억지로 농업에 ‘6차’를 입히고 ‘창조’를 신기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농업의 새 틀을 짜려는 정책은 어쨌든 시장개방의 현실을 이겨내려는 시도로 읽힌다. 창조농업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창조농업시대를 어떻게 열어나갈 것인가, 그 서막은 무엇이 이끌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융·복합 농업연구를 통한 창조’가 그 시발점이라는 인식에 도달했다. 첨단이 아닌 적이 없던 농업에 각 분야의 첨단과학을 접목하고 아우르는 연구가 결국 창조농업시대의 시작과 끝이라고 본 것이다. 이에 여성농업인신문은 농촌진흥청의 대표적인 융·복합 연구 성과와 향후 개발 전망을 짚어보는 것으로 창조농업의 가능성을 타진해본다. [편집자의 글]


글 싣는 순서

① 농업생산 자동화와 로봇 개발
② 생명공학과 접목한 바이오농업
③ 동식물자원과 신기능·신소재 연구
④ 기후변화, 새로운 농업창조 기회
⑤ 창조농업, 6차 산업화 시작과 끝




◇ 제초제와 일손을 대신할 ‘제초로봇’

▲ 제초로봇
화학제초제와 김매기 일손이 필요 없는 로봇농사가 가능해진다. 제초제를 쓰지 않는 벼농사가 늘면서 가장 큰 고역은 김매기일 것이다. 일손이 많이 들고 노동 강도가 큰 까닭에 우렁이나 오리를 이용한 제초기술도 널리 퍼진 상황.

그러나 무논의 또 다른 일꾼을 관리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환경영향, 제초효율의 문제도 만만찮다. 이러한 생산현장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제초로봇이 개발됐다. 농촌진흥청은 센서 융합기술을 통해 불규칙한 지면 상태와 무논의 침하환경에서도 작물 도열상태를 인식하고 장애물을 피해가며 안정적으로 자율 주행할 수 있는 로봇 항법기술을 개발했다. 이 벼농사용 제초로봇은 레이저빔을 쏨으로써 전방 장애물과 작물의 도열상태를 식별하는 ‘레이저 파인더’ 기술과 위성항법장치인 GPS 정보를 복합적으로 이용해 작물을 다치게 하지 않고 그 사이로 주행하며 제초할 수 있다.

논의 크기와 형상을 나타내는 정보가 로봇에 전달되면 로봇이 스스로 가장 능률적인 작업경로를 결정해 항법정보에 따라 자율주행으로 제초작업을 하게 된다. 이 로봇은 무논에서 제초작업을 하며 1초에 약 20센티미터 이동하는데, 80퍼센트 이상의 제초율로 한 시간에 1천 제곱미터 이상의 면적을 끝낼 수 있다. 화학제초제를 쓰지 않고 오리농법 등의 환경교란과 제초효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초로봇의 효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농촌진흥청은 로봇의 안정성과 현장 적응성을 보완한 후 2015년까지 산업체 기술이전을 통해 영농현장에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돼지용 혼합사료 제조·급이 시스템

▲ 돼지용 완전혼합비료 펠릿 제조 공급
난 2012년 기준 양돈 생산액은 연간 5조3천227억 원으로 단일품목으로는 쌀 다음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곡물사료가격이 치솟는 등 사료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양돈농가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2008년 1킬로그램에 484원이던 곡물사료가격이 2011년 600원으로 23퍼센트 포인트 오르면서 농가의 경제 부담이 커졌다. 현재 양돈용으로 500만 톤의 곡물사료가 수입되는 것을 감안하면 수입곡물사료 1퍼센트를 국내 풀 사료로 대체할 경우 옥수수를 기준으로 연간 170억 원을 아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양돈농가의 사료비 부담을 줄이고 수입곡물사료 대신 국내 풀 사료를 활용할 수 있는 농촌진흥청의 돼지용 완전혼합사료 제조, 급이 시스템 개발은 희소식이다. 이 혼합사료 제조시스템은 국산 풀 사료를 돼지가 먹기 좋도록 잘게 자르고 부드럽게 한 후 곡물사료와 혼합해 펠릿으로 만들거나 압축, 밀봉해 발효사료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청보리, 호밀, 옥수수 등을 쓸 수 있는데 돼지품종에 따라 풀 사료 비중을 1퍼센트에서 30퍼센트까지 섞을 수 있다.

혼합사료 급이 시스템은 모노레일 형식의 자동 급이기를 이용해 일정량의 사료를 원하는 위치에 자동 공급하는 것은 물론 급이 내용을 전산으로 기록할 수 있다. 어미돼지에게는 개체별로 하루 2, 3회로 나눠 적정량의 사료를 자동으로 주게 되며, 무제한으로 먹이를 공급하는 비육돈에게는 하루에 필요한 양을 먹이통에 배급하게 된다. 이 시스템은 전업농가용, 공동농가용, 공장용 3개 모델이 개발돼 농가 규모와 형태에 따라 시스템을 선택, 구성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을 실증한 결과 어미돼지의 경우 일반 곡물사료만 먹은 돼지에 견줘 새끼돼지 한 마리를 더 낳는 등 생산성이 향상됐으며 면역력 증진, 변비 해소, 포만감 충만 등 다양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풀 사료 혼합에 따라 돈사에서 배출되는 페놀류, 인돌류, 암모니아 같은 악취가 6퍼센트에서 많게는 22퍼센트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촌진흥청은 이 시스템에 대해 특허출원을 완료하는 한편 경북 군위 양돈농가에서 현장평가회를 개최했으며, 향후 풀 사료뿐 아니라 농업부산물이나 식품부산물도 곡물사료에 혼합해 이용할 수 있도록 적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 화분공급, 흙 담기, 옮겨심기 척척

▲ 상토충전장치
촌진흥청은 포트 공급에서부터 상토를 담고 구멍을 내 모종을 옮겨심기하는 작업까지 일련의 과정을 기계를 이용해 자동화한 ‘화훼모종 자동이식 시스템’을 개발했다. 화훼 육묘장이나 재배농가에서 가장 많은 일손과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 육묘모판에 키운 모종을 큰 화분에 옮겨심기하는 작업. 그동안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해왔던 상토준비부터 이식까지 기계를 이용해 자동으로 할 수 있는 장치가 개발돼 앞으로 노동력과 시간,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시스템은 포트공급장치, 상토충전장치, 혈공장치, 이식장치 등 네 개의 단위기계장치를 연결해 연속작업을 할 수 있는 일관 자동화시스템. 포트공급장치는 한번에 6개씩 포트를 24구 모판에 넣어 공급한다. 공급할 포트가 부족할 경우 자동신호음장치가 달려있어 기계를 멈추지 않고 포트를 보충할 수 있다. 상토충전장치는 컨베이어벨트로 이송돼온 포트에 상토를 채우고 회전 브러시로 평평하게 해 배출한다. 상토 양은 포트 크기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다. 혈공장치는 상토를 채운 포트 중앙에 모종을 옮겨심기할 수 있도록 원뿔형 모형으로 구멍을 만든다. 이식장치는 화훼모종을 얇은 핀을 이용해 모종의 상토부분을 찔러 6개씩 끄집어낸 다음 화분에 옮겨 심는다.

▲ 포트공급장치
화훼모종 자동이식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1시간에 2천800개의 화훼모종을 옮겨심기할 수 있다. 이는 인력으로 할 경우에 견줘 12배 정도 더 능률적인 수치이다. 이 시스템이 화훼 육묘장이나 재배농가에 보급될 경우 노동력, 시간, 비용 등은 최소화하고 작업능률은 크게 높일 수 있어 옮겨심기에 소요되는 농가경영비를 60퍼센트 이상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재배규모 확대, 생산성 증대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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