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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농정 1년평가 가는 농정에 묻는다
“투·융자없고…예산줄이고…아무것도…”
2014년 01월 02일 (목) 16:07:07 유영선 기자 .


박근혜농정 1년평가, ‘현장·내실·소통’키워드 실종
유통구조개선·농협개혁·FTA대책, 추진력 무능


   

박근혜농정 1년을 마감하는 세밑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된 일이 없다’는, 현 농정에 대한 총평 속에 어찌됐던 농사짓는 사람들도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시점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농번기가 지나면 여지없이 이어지는 ‘아스팔트 농사’, 올해도 어김없이 농민들의 상경이 줄을 잇고 있다.
농민들은 왜 겨울철에 거리로 나왔을까를 고민해보면, 농정에 대한 막막함이 고개를 내민다. 물론 박근혜정부는 지난 10월에야 향후 농정계획을 발표했다. 그만큼 따지거나 분석할게 없는 1년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정부로부터의 농정 승계, 농정 발전계획, 1년간의 행정 패턴 등은 농민들을 적으로 돌려 세우기에 충분하단 여론이다. 현장 농업은 고된 나날의 연속인데, 정부는 노골적으로 싸늘하게 고개를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승계된 실패 농정”

국민의정부때 초대 농림부장관을 지낸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는 “박근혜정부의 농정은 MB농정을 공식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단정했다. 전국의 농지와 임지의 대부분을 비농민 부재지주와 도시자본의 투기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는게 그러하고, 농민의 실질적 제2·3차 소득 원천인 농축산물 가공업과 유통산업을 도시자본들의 독무대로 유도한 게 그렇다는 주장이다. 또 농민에게 쓰여야 할 농림축산식품 예산마저 ‘6차산업육성’이란 명분으로 재벌기업에 지원하는 시스템 등도 그대로 승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것이 새 정부의 농정계획엔 분야별 투융자 계획이 없다. 여기에다 향후 5년간 5조2천억원의 농정예산이 삭감될 예정이다. 과거를 승계하면서 산업을 줄이는 모습인 것이다.
지난해 12월 대선 때 박근혜후보는 농업관련, 공약을 세우면서 쌀농가의 소득보전 필요성을 강조하며 고정직불금을 ha당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리고, 밭직불금도 더불어 인상한다고 약속했었다. FTA무역이득공유제 문제는 FTA 이행기금 조성을 연차별로 확대해 피해보전대책을 추진한다고 언급했었다.
농작물재해대책을 비롯해 현실에 맞게 농업·농촌의 복지문제도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직접 챙기겠다’고 강조했던바다.

하지만 어느것 하나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쌀목표가격과 관련된 문제는 예산과 수급과잉을 이유로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한우와 한우송아지 산업피해구제에 있어서도 피해보전직불금 산정에 ‘수입기여도’란 명목을 내세워 한우 1만3천원, 송아지 5만7천원을 직불금으로 책정하는, 비현실성을 드러냈다. 복지와 농협개혁, 농특위 설치 등은 ‘남의나라 얘기’가 된 듯한 분위기다.

“미사여구만 남발…실체 부재”

정부는 ‘2013~2017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농정은 지속가능한 농업 및 모든 농업인 행복을 위해 효율성을 기초로 소통과 배려의 농정을 추진하겠다”고 초안을 잡았다. 여기에 경쟁력, 소득, 복지를 3대 축으로 창조농업, 6차산업화, 맞춤형 소득·경영안정, 체감복지 등을 나열했다.

“1%의 농민을 예로 들며, 그들처럼 따라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그들에게만 지원사업을 펼치는 정책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 농학계 한 학자는 지난 1년간의 농정을 평가해달라는 주문에, 일언지하에 신랄한 비난을 쏴댔다.

우선, 정부는 유통구조의 문제점을 두고 10~15% 수준의 유통비용을 줄여 ‘소비자에겐 싸게 농가에겐 제값을’ 매기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호언했다. 농정에 가장 중점을 둔 사안이었다. 하지만 세부계획으로 접근하면 농협중앙회를 통한 물류유통을 강조할 뿐이다. 농협이 농산물 유통의 대부분을 장악한다면 물가안정과 농가소득안정이 보장될 수 있는지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유통전문가들은 농협하나로마트를 실례로 들어 가격안정을 장담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밖에 농산물 수급조절위, 수출관련 지원책, 농협개혁, 예산배정 등 종합적인 농정패턴을 살펴보면 실속없는 ‘속빈강정’에 비유된다는 지적이다. 애초에 농정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던 ‘현장·내실·소통’은 과제조차 찾지 못하고 떠도는 헛구호로 남아있는 실정이다.

“농업 무시한 산업 통상교섭”

2004년 칠레를 시작으로 우리나라가 FTA를 체결한 국가는 호주까지 48국에 달한다. 문제는 끊임없이 개방협정을 맺는 정부의 가공할 추진력. 새정부들어 통상교섭업무가 외교부에서 산업관련 부처로 옮기면서 무역의 논점은 ‘산업’에 포인트를 두고 있다. 자동차·반도체·중화학·조선·섬유제조 등을 말한다. 농업은 뒷전인지, 아예 생각밖에 있는지 대책마련이 요원한 지경이다.

올해의 경우 농산물작황이 전반적으로 풍작을 거두면서, 정부는 수급조절에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정확히 표현하면, 농산물 출하량이 증가해 가격이 떨어지면 극히 일부분 수매한다는 ‘액션’만 취하고, 만약 가격이 오를 경우 여지없이 수입량을 늘려 방출하는 전형적인 ‘MB식 수급정책’을 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농업에 대한 속내는, 수입개방에 따른 농업분야 피해는 크게 다룰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FTA로 인한 무역거래시 이득을 보는 산업분야가 피해보는 분야를 돕도록 하는 ‘FTA무역이득공유제’에 대한 정부의 답변은 ‘그럴 수 없다’로 결론났다. 현 정부는 FTA가 발효되면서 피해가 발생하는 만큼의 이행기금을 연차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물밀 듯이 쏟아지는 개방 피해를 감당할 수 없는 농업분야는, 대안없는 현 농정을 비난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인터뷰  이헌목 한국농산업경영연구소장


“농민 단합해 농정과 싸워야”


   
지옥은 희망이 끊어지는 곳이라 했습니다. 농업이 지옥이 돼선 안될 일입니다.”
이헌목 소장은 농업정책은 희망을 앞세우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맥락에서 지난 1년간의 박근혜농정은 분명한 실패라고 단언했다.

이 소장은 “그간 새 정부가 취한 중요한 농업·농정 활동이 무엇인지, 생각나는게 별로 없습니다. 창조경제, 6차산업, 유통구조개선 등을 운운하며 농정방향을 설정하는 듯 하지만, 실제 예산을 줄이고 시장개방 폭을 넓히는 등 농업분야가 지향해야 할 방향과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농민들 입장에선 희망이 없는 거죠.”

이 소장의 현정부에 대한 지적은 계속됐다. “1%의 억대농부와 강소농만을 강조한다면, 99%의 보통농민들은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지…. 보통농민들은 불만의 단계를 넘어 포기상태에 이르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는 안된다는 겁니다. 농업정책의 대부분을 고액연봉자그룹인 농협중앙회에 일임한다면 과연 그들이 농민들을 위한 비전을 세울지 의문입니다.”

이 소장은 농업현실과 실패한 농정을 탈피하기 위해선 농업·농정을 수행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농민 스스로의 자활의지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만 바라보지 말고 농민들이 나서야 된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농업·농정을 주도해 온 정부,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해 온 전문가, 농업관련 기관단체, 그리고 의식없이 따라가던 농민 등 모두가 바뀌어야 합니다. 농업전체가 하나로 협력해 단체전으로 맞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농민들의 권한과 책임이 높아지는 구조로 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구요. 스스로의 위치를 찾을 자세가 없다면 모든 게 허사입니다.”

더불어 이소장은 이같은 변화를 위한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변화를 위한 추진동력은 결국 농민들로부터 나와야 하는거죠. 공통된 비전이 제시되고, 농민들이 여기에서 맺어지는 결실에 대한 갈망을 공감할 때 변화는 시작됩니다. 

결국 이소장은 현정부의 농정 흐름도 지적과 비판이 따라야 하지만, 농업문제는 당사자인 농민이 풀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업문제 해결의 시작과 끝은 농민들이 조직화하고 연대하는 것입니다. 품목별연합회를 조직해 거래교섭력을 높여야만 농산물 제값받기가 가능하듯이, 수급조절도 품목별 하나의 농민조직이 조성돼야 가격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다른 사안들도 이런 단합의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죠.” 사람의 행동양식·사고·일하는 방식 등이 바뀌지 않는 현재의 틀에서 아무리 새로운 농정이라고 좋은 말로 도배하더라도 ‘그나물에 그밥’일 수밖에 없다는 게 이 소장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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