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 이끌어 나가는 ‘작은 거인’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해발 700m 가량의 청정지역에서 친환경 고추를 재배하는 김정옥 씨. 그녀는 150cm의 작은 키와 체구와 달리 야무진 손으로 많은 농사일을 척척 해내며 지역에서 알아주는 ‘똑순이’로 통한다.
김정옥 씨는 “여성농업인으로 지내온 지난 20여년이 이틀을 보낸 것처럼 순식간에 지나갔다”고 표현한다. 그만큼 그녀는 뒤돌아볼 시간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어린 시절 공부도 잘하고 무엇이던 척척해내던 김정옥 씨는 선생님이 꿈이었다. 그러나 동생들 뒷바라지로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고향인 홍천을 떠나 서울에 상경해 생계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그러던 중 지금의 남편을 만나 인제에 정착하게 됐다.

“지금이야 길도 많이 뚫리고 좋아졌지만 그때만 해도 다 산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시집와서 남편과 시부모님의 농사를 도왔는데, 농촌에 살았지만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어 뭘 시키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죠. 지금이야 눈감고도 할 일들이지만 그때 생각하면 웃음이 납니다.”

김정옥 씨가 본격적으로 고추농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1993년부터 이다. 손이 많이 필요한 고추농사를 시작하며 엎어지면 코 닳을 듯 가까운 친정도 돌아볼 시간도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한 평, 두 평 농지를 넓혀 현재 1만4천여평에서 청양고추를 비롯해 더덕, 서리태, 수수, 단호박, 옥수수, 곰취 등 다양한 작물들을 친환경으로 재배하고 있다.

“이곳은 해발 700m 정도의 고랭지로 풋고추가 아삭아삭하고 매우면서 단맛이 돌아 아주 맛있어요. 특히 저농약으로 재배하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인기랍니다.”
그런데 점점 농촌에 고령화가 가속화되며 그녀에게 고민이 생겼다. 인력이 많이 필요한 고추농사인데 농촌에는 고용할 인력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양구에서 인력을 구해오지만 이마져도 넉넉지 못하다.

“고령화가 계속되면서 고추농사를 짓기가 어려워지고 있어요. 그래서 20여년 간 짓던 고추의 규모를 점차 줄이고 다른 작목으로 전환하고 있어요. 바로 더덕입니다. 고랭지에서 재배해 향이 진하고 아삭하기 때문에 더덕을 재배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많은 소비자들이 제가 재배한 더덕을 찾고 있습니다.”
김정옥 씨는 야무진 농사 솜씨와 더불어 지극한 효심으로도 효부상을 2번이나 수상할 정도로 지역에서 소문이 자자하다. 3년 전 시어머니, 1년 전 시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살아생전 두 노모를 정성으로 봉양해 효행의 본보기가 됐다.

또한 바쁜 와중에도 주경야독해 방송통신고등학교를 졸업, 어렸을 적 못 다한 공부를 이어나갔다. 이밖에도 여성농업인 혁신인재 비즈니스 아카데미 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이수하며 여성농업인으로의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소비자들이 제가 키운 농산물들을 믿고 찾아주시는 만큼 더욱 고품질의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노력할 것입니다. 또 배움의 끈도 놓지 않고 대학교도 입학해 농업·농촌을 선도하는 여성농업인으로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