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토종닭시장 개척하는‘우리맛닭’

농촌진흥청이 15년간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 지난 2008년 첫 선을 보인 순수 재래닭 ‘우리맛닭’의 산업화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실 ‘우리맛닭’이 첫 선을 보일 당시 양계업계는 반신반의했다. 기존 닭고기 시장에서 ‘우리맛닭’이 과연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냐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앞섰던 것이다.

그러나 6년이 지난 현재 우리맛닭의 산업화는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기존 토종닭시장과 차별화된 육질을 앞세워 소비자들 곁으로 성큼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우리맛닭은 전남 화순, 전북 부안, 경기 파주, 경북 구미 등 전국 각지로 퍼져 나가 지역에서 독자적인 산업화를 꽤하고 있다. 특히 경북 구미에 소재한 하복농장은 우리맛닭의 전도사 역할을 자처할 정도로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생산’, ‘도계·유통’, ‘소비’ 등 세 분야로 나눠 철저하게 분업화를 통해 산업화를 꽤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생산’은 하복농장이, ‘도계·유통’은 성실축산이, 소비는 큰나무집에서 전담하면서 분업화·협업화를 꽤하고 있는 것이다.

▲ 하복농장 손길준 대표
손길준 대표는 지난 2005년 우리맛닭 시범사육을 계기로 연을 맺었다. 당시 육계사육으로 남부러울 것 없던 손 대표는 남들과 차별화된 닭을 사육해보고 싶다는 열망을 갖고 있던 차에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제안한 우리맛닭 시범사육에 선뜻 응했다.
현재 하복농장은 우리맛닭 종계장, 부화장, 실용계농장 등 우리맛닭 생산에 필요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우리맛닭 종계는 2천수 규모로 사육중이며, 실용계 농장에서 연간 30~40만수의 우리맛닭을 생산하고 있다.

손 대표는 “우리맛닭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호도가 높아지면서 실용계 주문량이 폭주해 사육규모를 크게 늘려야 하는 실정”이라며 “넘쳐나는 주문 수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병아리 생산을 확대해야 하기 때문에 내년부터 종계 사육규모를 5천수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우리맛닭 종계 사육규모를 5천수로 늘릴 경우 실용계 50~60만수를 생산할 수 있어 넘치는 주문량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하복농장이 우리맛닭으로 승승장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도계와 유통, 가공을 전담하고 있는 성실축산과 손을 맞잡으면서 가능해졌다.
당시 성실축산의 최대 거래처였던 큰나무식당에서 기존 토종닭과 육질이 차별화된 닭을 납품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전국을 수소문하던 차에 하복농장에서 사육중인 우리맛닭을 접하게 됐다. 그길로 하복농장과 손을 맞잡고 전량 도계·유통을 전담키로 했던 것.

▲ 성실축산 배신국 대표
성실축산은 현재 연간 30만수 내외의 우리맛닭을 전국으로 보급하는데 최일선에 서 있다. 매년 주문량이 폭발적으로 늘어 공급과 수요가 원활하지 못해 고객들에게 늘 죄송스런 마음이 앞설 정도다.
지난해 10월에는 경북 성주군에 5백여평 규모의 우리맛닭 전용 가공장 운영도 시작했다.

배신국 대표는 “우리맛닭은 기존 토종닭 육질과 차별화를 꽤하면서 소비자들의 과감한 선택을 받을 정도로 성장세가 폭발적이다”면서 “우리맛닭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말 못할 고충도 숱하게 겪었지만 최근 들어 소비자들이 우리맛닭의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 같아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 대표는 우리맛닭이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는 도계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현재 성실축산은 우리맛닭 실용계가 있는 경북 구미, 김천에서 상차작업을 하고 도계장이 있는 경남 통영까지 왕복 400km 이상을 이동해야 하는 고충을 겪고 있다.

배 대표는 “도계를 위해 왕복 400km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마리당 최소 800원 이상 추가 비용이 소요될 정도로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축산물위생관리법을 개정해서 소규모 도계장을 허용해 준다면 가장 신선한 닭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어 우리맛닭의 경쟁력은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소규모 도계장에 대한 염원은 큰나무집 조갑연 대표도 마찬가지다. 일찌감치 차별화된 토종닭을 열망했던 조 대표도 소규모 도계장에서 필요한 수량만큼 즉석에서 도계해 최상의 육질을 가진 우리맛닭을 요리의 주재료로 십분활용하는 그날만을 고대하고 있다. 

큰나무집은 한강이남 최고의 백숙집이라 칭송을 받을 정도로 유명세가 대단하다. 기존 토종닭으로도 충분한 부와 명예를 얻었던 조 대표지만, 큰나무집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좀더 특별함을 전해주고 싶은 욕심에 육질이 차별화된 토종닭을 찾기 위해 전국 각지를 수소문하게 됐다.

다행히 성실축산과 연을 맺으면서 차별화된 닭에 대한 고민을 덜게 된 큰나무집은 기존 토종닭에서 우리맛닭으로 품종을 교체하면서 연간 매출이 가파르게 신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매년 30% 이상 신장세를 기록할 만큼 큰나무집은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다.

▲ 큰나무집 조갑연 대표
조 대표는 “매년 매출이 신장할 수 있었던 것은 차별화된 육질을 가진 ‘우리맛닭’의 역할이 매우 컸다”면서 “혹여나 우리맛닭 대신 기존 토종닭을 사용할 경우 소비자들은 금새 알아차리고 ‘닭 맛이 왜 이러냐’고 따질 정도로 우리맛닭의 육질을 기억하는 소비자들이 넘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조 대표는 “한우나 돼지는 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토종닭도 똑같은 토종닭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닭고기는 우리맛닭’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홍보활동이 필요할 것”이라며 “우리맛닭의 거침없는 산업화는 결국 기존 닭고기 시장에서 차별화를 꽤하고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큰나무집 조 대표와 성실축산 배 대표는 우리맛닭의 해외진출을 위해 ‘농업법인 큰나무팜’을 설립했다. 우리맛닭이 가진 가치가 충분히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다. 지난 한해 일본만 10여 차례 방문해 바이어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정도로 우리맛닭의 해외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조 대표는 “우리맛닭이 소비자들로부터 가치를 인정받기까지는 하복농장, 성실축산에서 많은 희생과 노력,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정부의 지원없이 순수 민간에서 산업화를 꽤하는 것은 상당한 고충이 따르는 만큼 이제라도 정부에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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