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동 주민 보듬어 주는 ‘보드미’”


 지역 친환경 쌀 재배농가 계약재배…한과 가공

수익금 마을 환원…공동체문화교육프로그램 펼쳐




▲ 윤봉환 대표
옆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다 꿰고 있던 그때 그 시절. 이웃과 서로 정을 나누고 협동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논밭에는 높다란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서며 마을 개념이 사라지고, ‘공동체’ 또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삭막해진 도시화물결속에서도 옛 공동체 문화를 이어가며 지역주민들의 화합을 이끌어낸 예비사회적기업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경기도 시흥시 매화동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 보드미(대표 윤봉환)는 농업인과 마을주민들이 함께 공동체를 이뤄 서로 상생하는 모범적인 기업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윤봉환 대표는 “어르신 한분이 돌아가시면 박물관 하나가 없어지는 거나 다름없다는 말이 있듯 오랜 역사를 지닌 마을이 사라지는 것 또한 문화적 유산이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도시가 변천하며 마을 형태가 사라지고 있는데, 매화동만큼은 마을 공동체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주민들이 뜻을 모아 기업을 설립하게 됐다”고 전했다.
보드미는 지난 2004년부터 매화동 주민들이 자생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호조벌축제’를 계기로 설립됐다.

호조벌은 조선 경종때 충당과 백성을 구휼하기 위해 호조(戶曹)에서 바다를 메워 만든 150여 만평 간척지이다. 시흥시의 대표적인 쌀 생산지인 호조벌은 가을에는 일렁이는 금빛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을주민들과 함께하고자 매화동 주민들은 매년 벼 수확철이 다가오면 호조벌 일대에서 ‘호조벌축제’를 개최하는 것이다.

▲ 지역사회환원 교육을 하고 있는 매화희망센터
그런데 호조벌에서 농사를 짓는 마을주민들에게는 축제가 아닌 방해만 될 뿐이었다. 바쁜 수확철 농로통행에 방해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2010년 호조벌축제 때 농업인들이 트랙터로 농로를 막아 행사를 중단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윤 대표는 “축제추진위원회에 농업인들이 없었기에 농번기를 고려하지 않고 축제 날짜를 잡고, 행사를 진행해 농업인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며 “농업인을 비롯한 매화동 주민들 모두 어우를 수 있는 축제로 만들기 위한 방법을 고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때 윤 대표를 비롯한 축제추진위원회는 호조벌에서 재배되는 친환경 쌀을 높은 가격으로 계약재배해 지역주민들에게 판매하고, 쌀을 가공해 전통한과를 만들어 판매하게 됐다.
지난 2012년부터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은 보드미는 ‘호조한과’라는 브랜드로 전통한과를 판매하고 있다.

윤 대표는 “마을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주민들이 모여 한과를 만드는데 생각보다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요리연구가의 조언을 얻고, 유명한과 제조업장을 찾아가 노하우를 전수받는 등 갖은 노력 끝에 호조한과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 호조한과를 만들고 있는 마을 주민들
음에는 주민들 상대로 호조한과 시식회를 별인 결과 혹평이 많았지만 끊임없는 노력 끝에 지금은 전국에서 호조한과를 찾아줄 정도로 일품의 맛을 자랑한다고 윤 대표는 덧붙였다.
윤 대표는 “보드미는 한과를 판매한 수익금으로 마을에 환원하기 위해 다양한 공동체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해 20여개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4천여명의 주민들이 참여했다”며 “교육비는 최소한의 실비정도만 받지만 알차게 교육을 진행해 주민들의 높은 만족도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윤 대표는 “사회적기업이 일자리만 만드는 것이 아닌 새로운 사업을 하며 그것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엉켜서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 또한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마을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며 마을 주민들이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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