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위기를 ‘기회’ 삼기 위한 농업연구 박차

 싣는 순서
① 농업생산 자동화와 로봇 개발
② 생명공학과 접목한 바이오농업
③ 동식물자원과 신기능·신소재 연구
④ 기후변화, 새로운 농업창조 기회
⑤ 창조농업, 6차 산업화 시작과 끝


◇ 기후변화 ‘적응’이 우리농업 미래 좌우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가 점차 현실로 나타나면서 기상이변과 이로 인한 재해가 일상이 되고 있다. 폭설, 폭우, 한파와 폭염, 가뭄과 홍수는 물론 태풍과 거대 해일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곳곳은 땅과 바다를 가리지 않고 자연재해의 ‘위협’에 직면했다. 특히 자연환경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 농업분야는 여타 산업보다 많은 해를 당하고 있어 ‘식량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전 지구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개 나라가 미흡한 대응에 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농촌진흥청(청장 이양호)은 기후변화에 대한 소극적 대응이 우리농업뿐 아니라 전 인류의 앞길을 뿌옇게 만들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이나 기후변화 적응 등 농업부문 대응기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인류의 위기이자 농업부문의 위협요인이긴 하나 그 이면에 기회요인을 동반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농업부문의 기후변화 대응과 적응이라는 국정과제를 충실히 수행하면서 농업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의 농업부문 온실가스 감축 기술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국제적 합의에 따라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0퍼센트 감축해야 한다. 농어업분야의 경우 5.2퍼센트인 150만 톤의 탄소배출을 의무적으로 줄여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농업부문 온실가스 감축 기술 개발에 관한한 선두에 섰다. 우리나라 ‘국가 고유 온실가스 배출계수’ 11종을 개발했으며 농림축산분야 온실가스를 일람할 수 있고 양을 산정, 관리할 수 있는 인벤토리 종합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동이 가능한 축산용 온실가스 측정차량 개발과 저탄소농산물 인증을 위한 ‘탄소성적 산출·계산 프로그램’ 개발도 기후변화 대응 성과로 꼽힌다.

기후변화 적응 기술 개발도 속속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50년 우리나라 기온이 섭씨 2〜4도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환경변화에 적응할 품종과 기술은 농업생산성의 주요변수가 된 것.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에 포도, 복숭아, 난지형 마늘은 재배면적이 각각 95퍼센트, 37퍼센트, 333퍼센트 늘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사과(71%) 배(15%) 고랭지배추(99%), 한지형 마늘(75%)은 줄고, 쌀 생산량도 25퍼센트 안팎의 감산이 예상된다.

농촌진흥청은 전국에 농업기상관측소 130곳과 정보제공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농업용 상세 전자기후도, 원격탐사 벼 작황예측모델, 식량작물 삼모작 작부체계 등을 개발했다. 농작물 병해충 국가관리 시스템 구축, 젖소의 열 스트레스 영향 평가, 열대·아열대 작물 도입 평가 등도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기 위한 연구개발로 평가받는다.

◇ 농업부문 온실가스 감축 기술 ‘착착’


국가온실가스정보센터에 따르면 2007년 기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총 6억1천50만 톤(CO₂)인데 2020년까지 5억6천909만 톤으로 30퍼센트를 줄여야 한다. 농림어업분야는 같은 기간 3천만 톤에서 2천758만 톤으로 152만 톤(5.2%)으로 줄여야 한다. 발전이나 다른 산업에 견줘 감축률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그만큼 감축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경종과 축산 등 농업부문 온실가스 감축 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시설원예에 적용 가능한 기술인 지열히트펌프, 펠릿보일러, 에너지절감시설과 함께 어선LED(발광다이오드) 보급이 에너지부문 온실가스 감축 기술이다. 비에너지부문의 경우 논물 관리, 양질조사료와 사료첨가제를 활용한 가축 장내발효, 가축분뇨 처리기술, 가축분뇨 에너지화 등이 온실가스 감축 주요기술로 꼽힌다.

에너지와 비에너지 부문 등 세분화된 감축 기술 개발과 함께 농촌진흥청은 ‘감축 기반’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국가 고유 온실가스 배출계수 11종을 개발한 것은 적잖은 성과다. 농업분야 고유배출계수가 없는 상황에서 국제기준으로 산정할 경우 실제보다 과다 평가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배출량 평가는 매우 중요하다. 메탄 배출계수 5종과 벼, 콩, 배추, 감자, 고추, 당근 등 주요작물에 대한 아산화질소 배출계수 6종이 개발됐는데 내년 3월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검증을 통해 국가 고유계수로 등록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온실가스 관련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는 농림축산분야 온실가스 인벤토리 종합관리시스템 구축, 차량이동형 온실가스 측정장치 개발, 농산물 탄소성적 계산 프로그램 개발, 논물 자동관리장치 등 농촌진흥청의 농업부문 온실가스 감축 기술 개발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특히 ‘논농사 자동 물 관리장치’를 실용화한 결과 기존 벼농사 물 관리 방식에 견줘 70퍼센트 이상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기상이변 등 기후변화 적응기술 개발

기상이변 등 기후변화에 적응한다는 국정과제는 건강, 물 관리, 농수산 등 10대 부문별 극한 기상에 대한 대응정책을 추진하고 이에 대한 이행평가와 환류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후변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지속가능사회를 구현한다는 목표 아래 국가 전체적으로 87과제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농촌진흥청은 14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기후친화형 농축산업 육성책 6과제를 비롯해 농축산업 피해방지책, 수질과 수생태 관리대책, 모니터링·영양평가·적응대책 등이다.

▲ 이동형 온실가스 측정장치 내부
후변화 ‘적응’ 농업기술 발굴을 위해 농촌진흥청은 먼저 주요과수 잠재 재배면적 변화 예측, 작물모형을 이용한 기후변화와 벼 생산성 분석, 농업기상정보 제공 시스템 구축, 농업용 미래 상세 전자기후도 개발 등 기술기반을 갖추는 데 중점을 뒀다. 이상기상에 따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기경보 시스템, 원격탐사 기반의 벼 작황 예측모델이나 온습도지수를 이용한 젖소의 열 스트레스 영향평가, 남부지역 식량작물 삼모작 재배 확대 기술도 향후 기후변화상황에서의 보편적인 농업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 이동형 온실가스 측정장치 외부
이와 함께 농업생산성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더 높이기 위한 품종 개발도 기후변화 적응기술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재해에 안전성이 높은 품종이나 온습도, 병충해 등을 고려한 품종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벼(18), 보리(9), 밀(7), 콩(13), 옥수수(5) 감자(4) 등 식량작물 69품종 개발을 완료했고 고추, 배추, 상추, 수박, 토마토, 배, 사과, 포도 등 원예작물 51품종을 개발했다.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등 조사료작물도 20품종을 개발하는 등 올해까지 140품종을 선보였으며 일부 품종은 이미 농가에 보급이 이뤄진 상태다. 농촌진흥청은 2017년까지 69품종, 이후 2022년까지 80품종을 더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뷰  허건양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국장

“기후변화 연구가 우리농업 미래 밝힐 것”

온실가스 종합정보관리시스템이 뭔가?

=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구축한 체계다. 법에 따라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 흡수·배출 계수, 온실가스 관련 각종 정보와 통계를 개발하고 검증, 관리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종합시스템은 농림축산분야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산정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일반 국민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로 구성돼 있다. 예컨대 농경지 재배면적, 농작물 생산량, 화학비료 사용량, 가축 사육두수, 산림 수종별 규모 같은 통계자료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흡수량과 배출량을 산정하고 검증할 수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병해충 발생 우려가 크다.
= 이천 년대 들어 꽃매미 같이 과거에 흔하지 않던 곤충이 갑자기 나타나 큰 해를 주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서식환경 변화가 이들의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돌발해충의 적기방제는 쉽지 않다. 농촌진흥청은 삼년 전부터 돌발병해충 국가예찰망 구축사업을 추진해왔다. 돌발병해충의 분포를 추적하고 유관기관과 협력해 관리하는 전략을 개발하고 있다. 이 정보를 농가에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병해충 방제기술도 보급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이나 적응 기술의 중요성은?
= 최근 기상이변으로 인한 작황 불안정으로 배춧값이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며 농업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이처럼 기상이변이나 자연재해는 우리 일상을 파고들었다. 세계 각국은 자연재해 탓에 여러 산업분야에 걸쳐 고통을 빈번히 경험하고 있고, 농업분야는 더 큰 피해에 직면했다. 식량위기시대의 도래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면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변화한 환경에 적응할 농업기술 개발은 우리농업의 명운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 기술이나 기후변화 적응 기술은 농업분야가 선도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기후변화 대응 연구개발에 힘을 쏟아 우리농업의 앞날에 밝은 빛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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