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를 찾아가는 사십대의 모험담

꽃 같은 이십대가 끝나고 서른을 바라보는 29살 여자들의 이야기. 권칠인 감독은 마흔대에 접어든 여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관능'에 관한 영화를 들고 돌아왔다.
사랑, 배신, 불륜, 이혼, 암투병 등 이 영화 속 에피소드들은 뻔하고 식상한 맛이 있지만 또 그래서 남 일 같지가 않다. 주변의 누군가에게 일어나는 일이고 계속 일어날 일들이기 때문이다. 미연의 남편은 극악스러운 미연에게 "왜 이렇게 변했냐?"라고 한탄하듯 말한다.

미연은 눈썹을 치켜뜨며 "변한 건 당신이거든"이라며 응수한다. 마흔이 훌쩍 넘은 이들이 '어리다'는 건 삶이라는 하나의 작품이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다. 해영의 불만들이 암세포 앞에서 사그라지고 마는 것도 그런 이유다. "우리 나이는 오르가슴보다 암이 어울리는 나이인가봐"라는 자조와 "그래도 우리가 우아한 맛은 있지"라는 자부를 오락가락하며 자아를 찾아가는 사십대의 모험담이 지루하지 않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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