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동 운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연구관



조류인플루엔자(AI)가 연일 텔레비전 뉴스에 나오면서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에이아이란 닭. 칠면조, 오리, 철새 등 여러 종류의 조류에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전파속도가 매우 빠르다. 바이러스의 병원성 정도에 따라 고병원성과 저병원성으로 구분된다.

지난 1월 17일에 에이아이가 발병한 후 한 달여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여파로 오리고기 판매액은 70퍼센트 정도 감소했고 식당에서도 닭고기, 오리고기를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가정에서도 닭고기, 오리고기, 계란 대신에 다른 육류로 소비를 대체하다 보니 가금산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자들이 가금류를 기피하는 심정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꼼꼼히 따져보면 이러한 소비자들의 우려는 기우라는 것을 알게 된다.

먼저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닭은 전부 매몰처리하고 인근 위험지역까지도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하고 있으므로 실제 오염된 닭이나 오리고기가 시중에 유통될 가능성은 없다. 또한 모든 바이러스는 열을 가하면 죽게 되어있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로 열에 매우 약해 섭씨 70도에서 30분, 75도에서 5분, 80도에서 1분 이상 가열하면 모두 죽는다. 물론 끓는점에 해당하는 섭씨 100도에서는 즉시 사멸한다. 따라서 닭이나 오리 등을 튀기거나 익혀서 먹으면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릴 위험이 없으며, 아직까지 음식물을 통해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린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닭고기나 오리고기를 날 것으로 먹기보단 튀김이나 백숙, 닭찜, 구이 등 열을 가해 먹는다. 따라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때문에 가금류 섭취를 꺼려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1년에 일인당 닭고기 11.6킬로그램, 오리고기 3.4킬로그램, 계란 242개를 먹는다. 미국 내 닭고기 소비량은 1990년대 초반 소고기를 앞질러 1위에 올라섰으며 이후에도 계속 급성장하고 있다. 이것은 ‘백색육’인 닭고기가 몸에 좋기 때문이다. 고기의 지방은 실온에서 고체상태의 포화지방산과 액체상태의 불포화지방산으로 나누어진다. 일반적으로 포화지방산의 과다 섭취는 고혈압, 동맥경화 등 성인병을 유발하기 쉬운 반면에 불포화지방산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데 효과가 있다. 따라서 불포화지방산이 함유된 식품을 권한다. 오리고기는 불포화지방산이 고등어만큼이나 많다고 한다.

철새들 중에는 수천 킬로미터를 10일 이상 쉬지 않고 날아가기도 하는데 이러한 비행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이미다졸 디펩티드’라는 물질이며, 피로를 이기는 데 최고의 효과가 있다고 입증됐다. 특히 닭 날개를 움직이는 가슴살에 이 물질이 많이 있는 것이 밝혀졌다. ‘이미다졸 디펩티드’를 섭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닭 가슴살 100그램을 뜨거운 물에서 30분 이상 끓이면 약 200밀리그램의 ‘이미다졸 디펩티드’가 육수에 추출된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열수추출물이나 엑기스 등을 정제하여 분말, 알약, 드링크제 등으로 시판된 제품이 큰 붐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계란 노른자 속에는 레시틴이란 물질이 많이 들어있다. 이 물질은 인지질로서 유화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혈관벽에 콜레스테롤이 침착되는 것을 방지한다. 따라서 이러한 성분을 분리해 기능성 식품이나 의약품 소재로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가금류의 고기와 알을 식품으로 또는 기능성 식품으로, 의약품 등으로 소비하고 있다. 겨울철 추위로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감기 바이러스가 침입하기 쉬울 때에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더 고기 섭취와 적당한 운동이 필요하다. 지금이 바로 건강을 위해서도 닭고기와 오리고기를 먹어야 할 까닭이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