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가입 애원… 4월 오바마에게 FTA 우선권 선물하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월 우리나라에 온다. 방한 목적 중 하나는 한미FTA의 지속적인 이행을 약속받는 일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다시말해 자동차분야의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문제, 금융분야 투명성 부족 문제 등을 짚고 넘어갈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농업분야도 반드시 다뤄야 할 해결과제로 꼽고 있다. 쇠고기시장 수입개방 건이다. 미국의 경제사절단은 쇠고기 수입연령을 넓히라는 주문을 필두로 다양한 추가적 압박도 가해 올 것으로 예측된다.

미측은 이런 요구조건이 충분히 관철될 것으로 믿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이 이를 받아들여야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가입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고 이미 주지한 바 있기 때문이다.


 “TPP…5년 끌던 협상도 양보”

박근혜정부는 지난해 11월29일에 가진 현오석 부총리주재 대외경제장관회의를 통해 ‘TPP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기로 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때 보도자료는 ‘관심표명’이란 TPP 참여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기존 참여국들과 참여조건에 대해 ‘예비 양자협의’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었다. TPP에 대해 다소 미온적이고 탐색전을 뜻하는 보도자료다.

하지만 이후 진행되는 정부의 행보를 보면, 보도자료의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이면엔 이미 TPP 가입을 위해 애원이라도 하겠다는 마음이 굳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그도 그럴것이 영연방 3개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과 잇단 FTA 추진계획이 발표됐고, 베트남과도 전격적인 FTA협상을 추진중이고 올해중 타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초스피드’다.

실질적인 협상 타결과 최근 가서명까지 마친 호주와의 FTA협상은 지난 2009년 5월까지 5년여를 끌어오던 난제였다. TPP 관심표명 발표이후 20여일만에 협상타결이 선언됐다. 그동안 끌어오던 쇠고기와 낙농제품 등의 축산물 관세 철폐기간에 대한 의견차이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호주는 자동차 관세 즉시철폐 등을, 한국은 한미FTA처럼 15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는 등을 서로 호환하면서 신속히 체결됐다.

5년 가까이 ‘축산물 관세철폐기간 18년 유지’하겠다는 농업분야 조건을 포기한 것이다. 정부는 캐나다나 뉴질랜드 등도 똑같이 주장했던 ‘축산물 관세기간 단축’ 요구를 별무리없이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TPP 참여를 위해서 그렇단다.

산업통상자원부 최경림 통상차관보는 지난 12일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우리나라는 상반기중  (TPP협상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캐나다와의 FTA협상도 타결 지점에 상당히 접근했다”고 말했다. 농업분야를 포기하면서 TPP나 FTA에 추진력이 생겼다는 자신감으로 들리는 대목이다.

“그분(?)이 오시기 전에…바빠진 정부”

우리 정부는 바빠졌다. 고민은 이미 끝났고, 모든 것을 동원해 오바마 대통령이 오기전까지  뭔가를 마무리하겠다는 뜻이 읽혀진다. 미국의 요구대로 한미FTA 지속이행은 물론이고, TPP 참여국들의 개별 허락도 받을 준비를 마친 것처럼, 차후일정을 연발하고 있다.
12개의 TPP 참여국은 지난해 말부터 우리 정부의 시각으로는 우수고객 VIP로 바뀌었다. TPP 참여라는 미국의 허락을 받기 위해서는 12개 나라를 모두 상대해서 마음을 얻어야 되기 때문이다.

‘예비 양자협의’라는 이름으로 정부는 통상외교에 바빠졌다. 산업부 TPP대책단에 따르면 우선 지난 7일 캐나다와의 협상을 시작으로, 11일 호주, 13일 브루나이, 14일 뉴질랜드, 이달말~3월초 일본과 베트남 등과 일정을 맞춰 놓고 있다. 이미 지난달에 미국, 멕시코, 칠레, 페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과 예비 양자협의를 진행했다.
일단 3월초까지 각 나라들과의 의견수렴을 거쳐, 4월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할 때 TPP 가입여부가 최종 결정될 전망이라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목표가 생긴 정부의 잰 발걸음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각 나라들의 환심을 사기위한 몸부림처럼 느껴진다는 지적이다. 우선 최근 베트남과 ‘유통·물류 협력방안’사업을 내놨다. 베트남의 농산물 유통구조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농산물 유통기본법 제정 및 생산자 조직을 육성하는데 지원키로 했다. 도매시장과 유통센터 건립의 노하우도 내주기로 했다. 농학계 한 관계자는 “물론 연관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발굴과정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지만, 남의 나라 농정의 핵심을 키우는데 일조하는 것은 다시한번 재고해야 될 일”이라고 지적하며 “베트남은 농산물 수출국으로, 시스템 발전에 따른 역수출에 항상 대비하는 생각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정부의 이같은 ‘친절한 통상외교’는 캐나다, 뉴질랜드 등과의 FTA협상의 판세를 결정짓고 있는 분위기다. TPP참여국인 그들에게 이전처럼 ‘샅바싸움’으로 맞대응할 수 없다는 것을 상대편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어 줄 수밖에 없는 협상’에서 정부는 농업을 양보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이 유기농이면 유기농인겁니다”

미국 무역대표부 웬디 커틀러 대표보는 지난해말 한 세미나에서 “한국은 TPP 가입에 앞서 한미FTA 이행과 관련한 우려사항을 해결해야 한다”고 언급했었다. 그 답변 시점이 4월 오바마 대통령 방한 때인 것이다.

미국측은 FTA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농산물 등의 개방폭 확대, 원산지 검증 완화하는 점, 유기농 제품의 인증시스템 문제, 자동차분야 비관세 장벽 등 4가지를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중 농산물 개방폭 확대는 30개월령으로 제한돼 있는 미산 쇠고기를 사실상 전면개방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농업과 관련된 유기농제품의 인증문제 또한 미국이 끊임없이 주장해온 사안이다. 즉 미국 농무부에서 유기농 인증을 받은 농식품의 경우 한국에서도 별도의 인증절차 없이 동등하게 유기농으로 인정해달라는 것. 한국의 유기농 인증제도는 시료 채취가 의무사항이지만, 미국은 인증조사관의 판단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면 된다. GMO(유전자재조합식품)에 대한 인증도 다르다. 한국은 GMO를 일체 유기농으로 허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미국은 유기축산 사료의 경우 예외규정이 포함돼 있다. 이렇게 다른 사항을 무시할 수 있게 해달라는 주문인 것이다.

미국의 요구는 분명하게 전달될 것이고, TPP를 갈망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를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TPP참여에 포함된 농업피해는 물론, 이전 FTA협상을 통한 엄청난 피해를 무시하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농업을 보호해야할 국가자산으로 간주하는게 아니라, 국제시대에 장애물 쯤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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