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이용자제 지침… 공급계약 39개교

지난해까지 서울시내 867개교의 친환경 학교급식을 공급해왔던 서울친환경유통센터가 정쟁의 도구로 전락되면서 나락으로 몰리고 있다.
새학기를 앞두고 있는 현재(2.13일)까지 서울친환경유통센터와 공급계약을 맺은 학교는 39개교. 당초 92개교가 친환경 학교급식 공급계약을 신청했지만, 53개교가 돌연 신청취소를 통보했다. 더욱이 늘어나는 학교급식 수요와 서울 동남부 지역의 효율적인 배송을 위해 추진 중인 제3친환경유통센터도 당초 2월말 완공목표에서 6월 이후로 연기되면서 순탄하지 않은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논란의 불씨…서울시교육청의 지침 변경

서울친환경유통센터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산하조직으로 36명의 정규직원(인턴 1명 포함)이 근무하고 있다. 172억원이 투입된 제1, 제2센터가 총 700개교의 학교급식 적정 처리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제3센터는 600개교를 적정처리능력으로 146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해 11월이다. 서울시교육청이 2014년부터 시행될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방법 개선방안’(2013.11.14)을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개선방안의 핵심은 학교급식에 대한 1인 견적 수의계약 범위를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축소한 것이다. 또한 초·중학교 급식에 사용되는 친환경농산물 비중도 ‘50%’ 이상으로 완화시켰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그 동안 500만원 이하의 거래에서만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일반업체와의 형평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서울친환경유통센터와 일반업체 모두 1,000만원 으로 수의계약 범위를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지난해 열린 서울시 재정경제위원회 행정사무감사(2013.11.18)에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이병호 사장은 “수의계약범위 조정으로 1,000만원에서 2,000만원 사이에 있는 학교가 423개교, 축산물 192개 학교와의 거래가 곤란한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존폐위기에 내몰린 서울친환경유통센터

현실은 더욱 심각했다. 지난 17일 서울특별시의회 민주당협의회가 공개한 ‘친환경 학교급식 공급학교 현황’(2.13일 기준)에 따르면 서울친환경유통센터와 공급계약을 체결한 곳은 초등학교 20곳, 중학교 7곳, 고등학교 2곳, 특수학교 10곳 등 총 39곳에 불과했다. 전년도 서울시내 1,310개교 가운데 66%(867개교)가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이용했지만, 올해는 3% 수준으로 이용률이 급락했다.
문제는 서울친환경유통센터와 학교의 이용계약이 한 달 단위로 체결되기 때문에 다음 달에는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의 행정지도 방침 등을 감안하면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의 개점휴업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민주당협의회는 “서울시교육청이 교육지청별 회의에서 교장단과 영양교사, 행정실장 등에게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이용하지 말도록 행정지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교육지청별 회의에서는 “eaT(aT사이버거래소)를 통한 입찰(공동구매)권유”, “일반업체를 통한 친환경 50%, GAP 50% 사용 권유”,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의 무조건 이용 자제 및 이용 시 감사할 것” 등의 내용이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시민주당협의회 관계자는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계산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센터에서 취급하는 농산물이 860개 정도인데 수의계약 한도가 개별 학교당 월 1,000만원으로 묶이면 서울시내 절반 이상의 학교가 부식 납품에 타격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이 일선학교의 자율권을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교육지원청별 교장단 회의 및 영양교사 회의를 통해 구매방식을 통일적으로 관리·감독하려는 것은 아이들의 먹거리를 정치적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자구책 마련…"안전성·품질·가격 경쟁력 강화시킬 것”

서울친환경유통센터를 운영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지난 18일 △식재료 안전성 강화 △품질기준 업그레이드 △공급가격의 합리적 인하 조정 △학교급식운영의 시민참여 확대 △협력업체 관리 강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친환경 학교급식 운영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는 9개 지자체와 협력해 생산단계부터 안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일반농산물의 잔류농약 정밀검사를 기존 5% 에서 올해 하반기까지 100%로 확대한다. 납품업체간 배송마진 경쟁을 통해 가격을 인하하고, ‘친환경유통센터 가격심의위원회’에 학부모를 참여시키기로 했다.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의 이 같은 자구노력에 대해서는 긍정적 이지만, ‘뒷북’ 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어 보인다. 이미 지난해부터 학교급식 이용률이 반토막 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고,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동안 대책마련이 미흡했다. 충분한 상황을 예견 할 수 있었음에도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의 자구책 마련이 늦어지면서, 서울시교육청의 행정지도 등에 선수를 뺏겼다. 또한 변경된 지침대로라면 일반업체는 물론, eaT(aT사이버거래소)와의 경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제시된 자구책 가운데는 ‘센터수익 Zero화’가 포함되어 있다.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의 수수료율은 ‘2010년 5%’→‘2011년 4%’→‘2012~현재까지 3.1%’ 수준. 그러나 경쟁상대인 eaT의 학교급식 이용수수료는 평균 0.01% 미만으로 국가계약법에 따라 규정되어 있다.

일련의 상황을 감안해 볼 때 가락시장 내에 건립중인 제3친환경센터의 용도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가락시장 내에 자리하고 있는 위치적 특성을 감안할 때 소분 및 단순가공 시설을 갖춘 전처리 시설로 활용해, 대형유통업체 및 전통시장에 직접 소포장 상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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