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6월까지 쌀 시장 개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혀 쌀 관세화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국익과 쌀 산업을 위해 개방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쌀 관세화는 이미 정해진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로, 정부는 의무수입물량 증가 부담과 국내 쌀시장 보호, FTA 등 무역자유화시대 역행 등을 이유로 농업계의 쌀 관세화 유예기간 연장 및 현상 유지 주장을 억누르고 있다.

1993년 우루과이 라운드(UR) 협상 타결 이후 우리나라는 2차례에 걸쳐 관세화 유예조치와 함께 매년 일정량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있고, 올해 40만8,700톤을 수입해야 한다. 정부는 농업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유예기간을 더 연장하려면 수입물량을 지금보다 두 배가 늘어난 82만톤 정도를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관세화를 통해 의무수입물량을 현상유지 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350~500%에 달하는 고율관세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에 쌀 수입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국제 쌀 가격은 한 가마에 6만원 수준인데, 대략 400%만 적용해도 30만원에 이르기 때문에 쌀 관세화가 국내 쌀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농업계 전문가들은 걱정스럽다는 견해다. 우리와 FTA를 체결한 미국이나 중국 등 쌀 수출국들이 고율관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FTA 협상과정에서 ‘2015년 이후 미국산 쌀에 대한 대폭적인 관세인하를 약속했다’는 위키리크스 보도가 그 증거로 고율관세 유지는 정부의 머릿속에는 없어 보인다. 게다가 FTA협상중인 중국이 이를 두고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고율관세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쌀 관세화를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현상유지’를 전제한 관세화 유예 가능성에 대한 WTO의 공식 입장을 받아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농업계 주장을 귀담아 듣길 바란다. ‘주변국가의 경우처럼 그렇게 될 것’으로 미리 결론 내릴 것이 아니라 농업계 주장을 현실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논란이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농업인에 대한, 국민에 대한 정부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정해지지 않은 답에 미리 무릎 꿇는 것은 정부가 할 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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