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영 균
국립산림과학원장


찬바람 속에서도 따뜻한 햇살이 얼어붙은 땅을 녹여 촉촉하게 적신다.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 소복이 쌓여 있던 눈은 흔적조차 사라졌다. 어느 덧 개구리가 잠에 서 깨어나고 숲속에서도 봄소식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숲속에는 많은 보물들이 숨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청정 건강먹거리가 아닐까 싶다. 숲은 우리에게 사계절 신선한 산나물, 산약초, 버섯류, 산과실류, 수액 등을 준다. 그 중 수액은 고로쇠수액이 대표적이며, 흔히 먹거나 볼 수 없는 숲속의 소중한 보물이다.

우리나라에서 수액 채취가 가능한 나무는 전국에 약 10만ha 정도 분포하고 있다. 그 중 고로쇠나무 수액은 지리산과 백운산, 강원도 일대의 고로쇠나무와 남해안지역의 붉은고로쇠나무,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우산고로쇠나무 등 대략 9종류의 나무에서 채취되고 있다.

최근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로쇠수액은 골다공증 예방과 비만억제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고로쇠수액은 혈압을 낮추는 효능이 탁월해 체중조절이 필요한 고혈압환자에게 인기 있는 보물이 될 것이다.

오늘날 산림분야의 패러다임 중 하나가 지속가능한 친환경적 임업이다. 특히 고로쇠수액은 숲을 보존하면서 지속적으로 매년 소득을 창출할 수 있게 만든다. 이는 나무를 벌채하지 않고 생산물을 얻기 때문에 숲을 건강하게 보전하며, 겨울철 농한기에 일정한 소득을 창출한다. 일석이조(一石二鳥)의 경제적 효과이다.

최근 수액의 생산량과 소비자의 수요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2013년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수액시장은 약 207억 원(8,334천 리터)에 달하며, 지난 10년 동안 두 배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최근 소비자의 로하스(LOHAS)와 참살이(Well-being)의 건강 문화 속에서 먹거리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고로쇠수액의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국립산림과학원은 향후 수액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인공조림 확대를 통한 수액자원의 집약적 경영연구를 강조한다.

수액의 과다한 채취가 나무와 소중한 숲의 자원을 파괴하는 행위로 이어지는 일이 간혹 발생한다. 나무의 생장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수액을 효율적으로 채취할 수 있는 기준이 중요하다. 과거 도끼나 톱으로 나무에 V자형의 상처를 내어 수액을 받는 사구법(斜構法)은 과도한 상처로 인해 나무에 피해를 줄뿐 아니라 비위생적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채취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구멍 뚫기 방법인 천공법(穿孔法)은 나무줄기에 구멍을 뚫어 호스를 연결하여 채취하는 방법이다. 나무의 생장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위생적으로 수액을 채취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권장한다.

산림청은 ‘수액의 채취 및 관리지침’을 마련하여 직경(소?중?대경목)에 따라 각 1~3개로 구멍개수를 제한하고 있다. 구멍의 크기도 8mm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가슴높이지름 10cm 미만의 나무는 수액 채취를 금하고 있다. 수액채취와 지속적인 관리를 위한 지침을 준수하는 것이 나무의 혜택에 보답하는 길이 아닌가 싶다.
고로쇠수액은 숲의 보물이자 창조경제, 즉 창조임업의 새로운 아이템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우리는 소중한 숲의 보물을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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