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여성운동상 ‘밀양 할매들’수상

3월 8일은 106년을 맞는 ‘세계 여성의 날’로 지난해 첫 여성 대통령의 탄생으로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제26회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대상과 2014년 성평등 디딤돌, 걸림돌을 지난 4일 발표했다.

‘올해의 여성운동상’은 삶터를 파괴하는 일방적인 고압송전탑 건설공사에 맞서 목숨을 내건 투쟁을 벌이고 있는 ‘밀양 할매들’이 수상하게 됐다.
‘밀양 할매들’은 “경남 밀양 인근 산속에서 10여 년간 삶의 터전을 지키면서 맨 몸으로 고압 송전탑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리고, 단순히 고압 송전탑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약자를 희생시키고 미래세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핵(원자력)발전소의 위험을 알려 탈핵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얻어 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한 성평등 디딤돌에는 △노동탄압, 성희롱 등 인권유린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김천직지농협 근무자 김미숙 과장 △불이익을 감수하며 여성 수사관으로서 모범이 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서울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부부강간죄’를 최초로 인정한 대법원 판례 △여성연예인 성착취 실태를 고발한 영화 ‘노리개’(최승호 감독)가 선정됐다.

반면 성평등 걸림돌에는 △성추행을 하고도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지 않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기자 3명을 성추행하고도 경고 처분만 받은 이진한 전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현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 권리를 무시하고 모욕하는 발언을 한 국회의원 김태흠 △시설 내 장애인 성폭력 사건을 은폐 묵인한 자림복지재단과 가해원장 2명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와 피해자를 도와준 동료에게 불이익 처우를 가하는 르노삼성자동차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남양유업이 선정됐다.

한편 30회를 맞는 한국여성대회는 오는 8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진행된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점프, 뛰어올라 희망을 찾자’라는 슬로건으로 민주주의·평등세상·소통사회를 위한 과제를 담은 ‘3.8 여성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어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시상식이 진행된다.
기념식 후에는 여성운동의 상징인 보라색으로 복색한 참가자들과 함께 청계광장 주변을 퍼레이드를 펼친다.



제26회 ‘올해의 여성운동상’ ‘밀양 할매들’

남 밀양 인근 산속에서 10여 년간 삶의 터전을 지키면서 맨 몸으로 고압 송전탑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려내고 있는 밀양 ‘할매들’.
‘할매들’은 단순히 고압 송전탑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약자를 희생시키고 미래세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핵(원자력)발전소의 위험을 알려 내면서 탈핵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얻어 내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할매들’은 주체적이고 집단화된 공동 세력으로 등장했다. 그들은 운동의 방식 또한 기존의 정책, 협상 중심에서 자신의 삶과 터전을 지키며 일상에서 공감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연대의 방식으로 변화시켰다. 지난 40여 년 동안 한전이 전 국토에 765㎸ 고압 송전탑 902기를 설치하는 동안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새로운 운동방식으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할매들’은  보상금 더 받아내기 위한 투쟁이 아니라 땅과 고향을 지키고, 지금 이대로 살아가는 터전을 지키는 할매들의 투쟁으로 현 세대와 다음 세대의 공존을 위해 활동하는 이 시대의 여성운동가이다.
밀양 ‘할매들’은 비 오는 산 위에서 노숙을 하고, 용역과 경찰의 물리력에 맞서 알몸으로 싸우고, 포크레인에 자신의 몸을 묶으며 절박하게 저항해왔고 그 저항은 지금 이 순간도 계속되고 있다.


3·8세계여성의 날 유래

1908년 3월 8일 미국의 1만5천여 여성노동자들이 뉴욕의 루트거스 광장에 모여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대대적인 시위를 벌인 것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당시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은 먼지 자욱한 현장에서 하루 12〜14시간씩 일해야 했고 귀부인들의 화려한 외출복에 은색, 금색의 번쩍이는 장식을 박느라 눈이 머는 여성이 생기기도 했으나, 여성들에게는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았다. 굶지 않기 위해 일하면서도 인간 이하의 삶을 강요받아야 했다.

1908년 3월 8일 전 의류노동자들의 시위를 계기로 매년 3월 8일을 ‘세계여성의 날’로 선정했고 그 이후부터 세계 곳곳에서 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펼쳐오고 있다. 이에 미국에서는 3월 한달을 여성의 달로 지정해 50개 주정부 차원에서 여성단체와 함께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3월 8일을 국가 기념일로 지정해 공식휴일로 삼아 여성들을 위한 갖가지 행사를 국가에서 열어주는 등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기념행사들이 진행되고 있다.


3·8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한 한국여성대회의 역사

한국에서는 1920년대부터 기념행사를 여는 등 일제의 탄압에도 그 명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해방 이후 여러가지 사회 운동에 대한 탄압적인 정책을 유지했던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집권 시절의 세계 여성의 날은 뜻있는 소수에 의해서만 치러지는 작은 행사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은 1985년에 가서야 일부 해소됐는데, ‘민족·민주·민중과 함께하는 여성운동’이라는 주제로 여성단체들이 연대해 제1회 한국여성대회를 열었다.
1986년에는 ‘민주화와 여성생존권’, 1987년부터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창립한 후, 2013년까지 제29회 한국여성대회를 개최했다.
이후 세계 여성의 날은 각종 여성 단체들이 주최 및 후원하는 전국적인 정치, 문화 행사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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