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최근 몇 년의 이슈였다면 이제 그 결과물들이 모여 ‘무조건적’인 관세철폐를 추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전환될 모양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그동안 지지부진했거나 중단됐던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국가와의 FTA를 이른 시간내에 타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호주와의 FTA타결을 발표하는 놀라운 협상력을 발휘했다.

이와 동시에 정부는 TPP참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들 국가들과의 FTA협정이 TPP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라고 밝혔다. 당시 이동필 농식품부장관도 국회 업무보고를 통해 “TPP 참여시 농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층 연구 및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면서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모두 TPP협상 참여국임을 감안해 우리의 TPP 참여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이들 나라와의 FTA 협상을 조속히 타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TPP 협상 참여를 기정사실화 한 바 있다.

물론 이같은 일련의 과정을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다. 다만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것이다. 불과 2개월 간격으로 호주, 캐나다 등 거대 축산강국과의 FTA를 성사시키면서 한미, 한EU FTA보다 나은 조건으로 타결했다고 하는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별반 다를 게 없다. 오히려 이들 FTA 국가들과 맺은 관세철폐 시기가 비슷한 시기에 맞물리면서 우리 축산시장을 그들의 각축장이 될 공산이 크다. 관세가 없으니 가격경쟁력이 생길 것인데, 자연히 가격인하 다툼이 벌어질 것이고, 그리 되면 지금도 근근이 이어가고 있는 국산 쇠고기, 돼지고기 시장은 급격한 혼란에 빠질 우려가 크다. 특히 낮은 가격경쟁력의 원인인 생산비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축산농가들의 몰락은 당연지사. 여기에 정부가 공언한대로 TPP에 참여하게 되면 그 시기는 앞당겨질 것이다.

최근 FTA관련 뉴스에 대한 누리꾼들의 생각을 보면 농업과 축산시장을 내주고 자동차, 휴대폰 등 수출로 이익을 얻는 것이 낫다는 얘기가 자주 눈에 띈다. 정부의 신자유주의시장 논리와 사탕발림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돈이 아무리 많아도 팔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식량안보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여론을 호도하지 말고 농업·농촌이 현상 유지라도 할 수 있는 방편 마련에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